장마인 듯 장마 아닌 장마 같은 날씨가 이어진 요즘인데요. 입추에 이어 처서, 그리고 이젠 추석을 앞두고 있습니다. 시간 참 빠르죠? 세월이 야속하긴 하지만 여름과 작별하고 가을과 새로운 만남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이 놀러가기에는 딱 좋은 시기입니다.
나들이나 여행 좋아하는 분들은 이럴 때 마음껏 계절을 누려야겠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요즘 같은 날씨에 가보기 좋은 곳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수도권에서 워낙 가깝고 유명한 곳이지만 그래서 더욱 가볼만한 곳. 양평 양수리입니다.
양수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명소가 ‘두물머리’인데요.
남한강과 북한강의 두 물줄기가 합쳐진다는 뜻인 두물머리는 400살이 넘는 느티나무와 황포돛배가 어우러져 그야말로 절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경치가 예술에 가까울 정도로 아름다워 사진 좀 찍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방문했을 곳이기도 하죠.
아쉽게도 제가 찍은 두물머리 사진은 모두 낮 시간대밖에 없는데요.
요즘 같은 날씨에 이른 아침 물안개를 사진으로 담으면 기가 막힌 컷이 나온다고 합니다. 주변 배경과 함께 비춰지는 풍경은 한 폭의 수묵화가 따로 없다고 하는데요. 제가 못 한걸 여러분이 한번 도전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렌즈로 담을 만큼 담았으면 안구정화도 시킬 겸 직접 눈으로 오랜 시간 경치를 감상해 보는 것도 두물머리의 매력을 100% 이상 만끽하는 방법입니다.
두물머리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내셨다면, 다음 소개할 명소도 들러 봐야겠죠? 바로 옆에 있으니 그냥 걸어서 가시면 됩니다.
5분? 10분? 부담 없이 걸을만한 곳에 위치해 있는데요. 2번째 양수리 명소 ‘배다리’입니다.
배다리는 두물머리와 세미원 사이 북한강 위에 설치된 52척의 목선으로 조선 정조 능행차 때 등장한 주교를 재현한 것입니다. 길이 250m 폭 4m 규모로 복원된 배다리는 설치 규모나 화려함, 교량의 설치 기법 등에서 세계 최고로 꼽힌다는군요.
배다리를 건너면 추사 김정희 선생의 `세한도`를 본뜬 정원 `세한정`을 만날 수 있는데요.
지난해 탄생된 세한정에 들어서면 마치 그림이 3차원 공간으로 튀어나온 것처럼 세한도의 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양쪽의 길게 뻗은 나무와 대비되는 꺾인 소나무 한 그루, 그 뒤에 자리한 작은 집 한 채까지 영락없는 세한도 속 장면이죠.
배다리에 이어 세한도까지 거닐며 역사 지식을 채우고 나면, 수변산책로를 따라 오늘의 하이라이트 ‘세미원’에 이르게 됩니다.
물과 꽃의 정원이라 불리는 세미원은 수생식물을 이용한 자연정화공원으로 경기도가 약 100억을 지원해 조성한 곳인데요. 세미원이란 이름은 ‘장자’에서 따온 말로 “물을 보면서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면서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세미원 하면 연꽃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곳곳에서 연못에 피어오른 연꽃의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창덕궁의 장독대를 재현한 장독대분수가 장관입니다.
무엇보다 수변산책로가 잘 조성된 세미원은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데요. 요즘 같이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에 제격이랍니다.
지금까지 양수리의 명소 ‘두물머리-배다리-세한정-세미원’ 순으로 소개해드렸는데요. 이대로 이동해도 좋지만 역방향도 상관없습니다. 가을의 문턱에 접어든 요즘, 가까운 양수리 여행 어떠세요?
글·사진 : 환승의 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