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피스컵 수원 우승 트로피 ⓒ 피스컵조직위원회
축구를 통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축제, 2012 피스컵이 지난 7월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올해 제 5회를 맞이한 국제클럽대항 축구대회인 피스컵은 2003년부터 2년 주기로 열리고 있으며, 2009년에는 스페인 안달루시아에서 제 4회 대회를 열며 사상 처음으로 해외에서 경기를 펼치기도 하였다(올해에는 3년만에 개최되었다). 지난 네 차례 대회를 통해 토트넘(잉글랜드), 보카 주니어스(아르헨티나), 올림피크 리옹(프랑스) 등 유명 클럽들이 출전하여 한국 팬들에게 수준 높은 경기력을 선보여 왔다. 주최팀인 성남 일화 역시 유럽의 강호들 사이에서 이들과 전혀 뒤지지 않는 경기를 펼쳐왔다.
이번 제 5회 피스컵대회는 사상 처음으로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 이로 인해 공식 명칭도 ‘2012 피스컵 수원’으로 명명되었다.
지난 회까지 8팀이었던 출전팀이 올해는 4팀으로 축소되었으며, 풀리그 후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특이사항은 이번에 초청된 3팀 모두 해외파 한국선수가 몸담고 있는 팀이라는 점이었다. 선덜랜드(지동원), 함부르크 SV(손흥민), 흐로닝언(석현준) 등 3팀 모두 한국선수가 소속되어 있어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팀들이다. 이로 인해 많은 한국팬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성남일화 서포터즈 ⓒ 피스컵조직위원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가팀 중 한국 팬들에게 가장 관심을 받은 팀은 단연 성남 일화였다. 대한민국 K리그 소속 팀으로써 한국축구의 자존심을 보여줄 수 있었던 성남 일화의 서포터즈 ‘천마불사’는 K리그의 대표 서포터즈답게 수원월드컵경기장을 홈팀으로 만들어 버릴만큼 열광적인 응원을 펼쳤다. 서포터즈가 아닌 일반 축구 팬들의 응원 열기 또한 매우 뜨거웠다.
선덜랜드의 열렬한 팬인 한 외국인 남성 ⓒ 이슬기 기자
이 날 경기에는 외국인 축구 팬들도 많이 찾았다. 이들은 특정 팀의 팬이기보다는, 축구 자체를 즐기고 경기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적극적인 응원을 펼쳤다. 이들을 통해 외국인들도 피스컵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흐로닝언을 응원하는 커플 ⓒ 이슬기 기자
함부르크를 응원하는 외국인 서포터즈 ⓒ 이슬기 기자
성남일화의 신태용 감독 ⓒ 이슬기 기자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성남은 19일 열린 첫 경기를 기분좋게 시작했다. 성남은 2012 피스컵 개막전, 영국 프리미어리그 소속 선덜랜드 팀과의 경기에서 1:0으로 멋진 승리를 이끌어냈다. 브라질 용병 에벨톤이 전반 28분 아크 정면에서 콜롬비아 용병 레이나와 2대1 패스를 주고받은 뒤,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멋지게 슛을 성공시켰다.
이 경기에서 가장 돋보였던 선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레이나였다. 레이나는 중원에서 선덜랜드의 주전급 수비진들을 재치있게 돌파한 뒤, 동료 선수들에게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냈다. 돌파, 패스는 물론 슈팅까지 위력적이었다.
결승전에 앞서 성남일화와 함부르크 양 팀의 선수들이 도열해 있다 ⓒ 이슬기 기자
경기 전 성남 신태용 감독은 “선덜랜드는 세계 최고 리그의 중위권 팀이다. 허점이 없다”며 강한 경계심을 보였지만, 성남은 그런 선덜랜드를 상대로 경기를 주도하며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선덜랜드가 속한 영국의 프리미어리그는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다. 리그 중위권을 맴도는 팀이긴 하지만 K리그 팀과 견줄 바는 아니라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평가다. 그럼에도 성남 일화는 선덜랜드에게 일격을 가하며 한국 축구의 저력을 보여 주었다. 경기를 마친 후 선덜랜드의 마틴 오닐 감독은 “성남은 체력적으로 훌륭했다. 선덜랜드는 3일 밖에 호흡을 맞추지 못했지만 그건 핑계가 되지 않았다. 성남은 충분히 이길 자격이 있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아울러 “이런 훌륭한 팀이 K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못 내고 있는 것이 이상하다”고 하기도 하였다.
경기 중인 성남일화와 함부르크 팀의 선수들 ⓒ 이슬기 기자
경기 종료 후 팬들에게 환호를 받는 성남일화 선수들 ⓒ 이슬기 기자
성남은 이 기세를 몰아 22일 열린 함부르크와의 결승전에서 사상 첫 피스컵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분투했다. 팬들도 성남이 K리그의 힘을 발휘하여 우승컵을 들어주길 기대했다. 그러나 성남은 후반 35분 상대공격수 마쿠스 베리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아쉬운 1-0 패배를 인정하여야 했다.
비록 경기에 이기진 못했지만, 성남은 독일의 강호 함부르크를 맞아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K리그에서 도약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는 전환점을 가졌을 것이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기용 폭이 넓어졌다. 새로 가세한 선수들이 빠른 시일 내 적응한다면 K리그에서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것이 틀림없다”며 리그 후반기의 도약을 확신했다.
함부르크의 우승과 성남의 준우승으로 ‘2012 피스컵 수원’은 막을 내렸다. 연일 명승부가 펼쳐졌고, 이에 호응하듯 많은 관중들이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으면서 성공적으로 대회가 치러질 수 있었다. 비록 성남은 우승컵의 주인이 되진 못했지만, 유럽의 난적들을 상대로 체력과 정신력, 경기력에서 모두 밀리지 않았으며 활기찬 경기를 펼쳤다. 이번 피스컵을 계기로 앞으로 K리그에서의 성남 일화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