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가평에 있는 노인요양시설인 한솔너싱홈청평센터를 방문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입소 노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G뉴스플러스 허선량
“노인자살의 가장 큰 이유는 외로움으로 인한 고독사다. 노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따뜻한 정책을 펼쳐나가겠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자살 없는 행복한 경기도 만들기’에 나섰다. 김 지사는 22일 가평군에서 현장 실국장회의를 주재했다. 가평군은 지난해 자살률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이날 실국장회의에서는 가평군의 성공사례 요인에 대한 의견 청취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가평군 노인복지관에서 열린 실국장회의에는 경기도 간부들을 비롯해 이진용 가평군수, 박창석·김성기 도의원, 김현수 경기도자살예방센터장, 송재무 대한노인회 가평군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가평군의 노인들과 함께 노인자살 현황과 원인을 분석하고 예방대책 마련을 위해 토의했다.
이날 김현수 경기도자살예방센터장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 사망률 및 증가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60대 이상의 노인 자살은 전체의 32%를 차지한다. 2011년 경기도내 노인자살자는 936명으로 전국 노인자살자(4406명) 대비 21.2%, 경기도 총 자살자(3580명) 대비 26.2%로 조사됐다.
가평군은 6만1천여 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이 중 1만2천여 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노인자살 실태를 알 수 있는 인구 10만명당 연령표준화 자살률에서 가평군은 지난 2010년 도내 시군 가운데 최고인 53.7%를 기록했다.
이후 군정 최우선 과제로 자살예방관리사업을 꾸준히 펼친 결과 2011년에는 29.3%로 크게 낮췄다. 아직 집계되지 않은 2012년 연령표준화 자살률은 전년도보다 더 낮을 것으로 추계돼 노인자살을 효과적으로 예방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평군이 시행한 자살예방사업은 다른 시군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라면 지자체장이 강력한 의지로 자살예방사업을 추진해왔고 모든 부서와 군민들이 이에 적극 동참해왔다는 것이다.
가평군은 2011년 노인 정신건강조사를 시작으로 생명사랑 생명존중 문화 조성, 응급위기 관리체계 구축, 생애주기별 정신건강 관리 등을 추진했다. 지난해 9월 ‘생명존중 문화 확산을 위한 자살예방관리사업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10월에는 가평군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조성을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11월에는 34개 단체와 업무협약을 맺어 ‘가평군 생명사랑대책 협의회’를 구성했다.
이진용 군수는 “자살 위험이 있는 어르신들을 찾아가 말씀을 경청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민과 접촉하는 주민지원실, 보건소, 읍면장을 중심으로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가 대화하도록 했다”며 “어려움을 겪는 노인을 발견하면 즉시 문제를 해결해드리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김문수 지사는 가평군 사례를 체계적으로 파악해 연천, 포천, 여주, 안성 등 자살률이 높은 지역으로 확산해 나가도록 조치할 것을 관계 공무원에게 지시하면서 “노인 자살자를 줄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가평군 노인복지관에서 노인자살과 치매 예방을 주제로 현장 실국장회의가 열리고 있다. ⓒ G뉴스플러스 허선량
이날 회의에서 경기도는 노인자살예방대책을 발표했다. 도는 올해 1~3월 독거노인전수조사를 실시해 DB를 구축하고 어른신종합지원센터 43개소를 설치한다. 또 자살자 심리부검 실시, 우울증 선별 검사와 치료비 지원, 자살시도자 사례관리 및 유가족 심리 지원, 공동생활가정(카네이션하우스) 4개소 시범 운영 등을 추진한다.
14만4천명에 이르는 도내 치매환자를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도는 치매통합지원사업단을 노인전문병원 1곳에 위탁해 운영한다. 치매노인 조기검진과 등록관리도 추진하고, 치매치료 관리비로 44억3200만원을 지원하며, 치매노인 가족지원서비스도 운영한다.
김용연 도 보건복지국장은 “질병, 빈곤, 고독 등 복합적 요인이 노인자살의 원인이다. 경기도는 전국 평균보다 노인자살률이 높다”며 “우울증 치료와 대인관계 개선, 생계 안정으로 노인자살률을 줄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노인자살을 주제로 한 회의에 이어 김 지사는 가평군에 사는 어르신들의 애로점을 들으며 실무자들과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이덕희(83·가평군 설악면) 할머니는 “작년에 입 안에 혹이 나서 수술을 했다.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수급자에서 탈락한 뒤 살길이 막막해 자살까지 생각했다. 무한돌봄 선생님이 겨울에 보일러 기름도 넣어주시고 위로해 준 덕분에 희망을 얻었다”며 감사의 말을 전해 주위를 훈훈하게 했다.
한편 이날 실국장회의에 앞서 김 지사와 도 간부들은 청평면에 위치한 한솔너싱홈청평센터와 달전1리 경로당을 방문했다. 오후에는 연인산 도립공원 현장과 자라섬 씽씽겨울축제장, 이화원, 남이섬 등을 방문해 가평군 지역 현안을 논의했다.
김 지사는 “더 이상 노인자살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어르신이 행복한 경기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 G뉴스플러스 허선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