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희 경기도 보건정책과장은 “수술실 CCTV 설치 운영은 최근 심화되고 있는 의사와 환자 간 불신을 깨고, 상호 신뢰의 마중물의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지난 2016년 8월 분당의 한 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신생아를 의사가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려 두개골 골절과 출혈이 있은 후 6시간 만에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일부 의료진들의 조직적 은폐로, 3년이 흐른 올해 4월에서야 밝혀지며,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수술실 CCTV 설치’ 논란이 다시 뜨거워졌다. 환자의 알 권리 보호와 생명권 존중 등을 앞세워 찬성하는 환자단체와 소극적 진료행위 우려 등 반대하는 의사의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사람들은 경기도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전국 최초로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에 수술실 CCTV를 시범 운영한 경기도가 올해 5월부터 도 의료원 산하 6개 병원으로 확대했기 때문.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민선7기 경기도. 그 일선 현장에서 뛰고 있는 경기도 보건정책과를 찾았다.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전국 최초로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에서 시범 운영한 수술실 CCTV를 올해 5월부터 도 의료원 산하 6개 병원으로 확대했다. ⓒ 경기뉴스광장
■ 민선7기 경기도 핵심 보건정책 ‘수술실 CCTV 운영’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수술실 내 CCTV 설치 사업의 목적은 의료계의 ‘신뢰 회복’입니다.”
윤덕희 경기도 보건정책과장은 도의 수술실 CCTV 설치 운영 사업에 대해 최근 의료계에 심화되고 있는 환자와 의료진 간 불신을 해소하는 마중물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4월 밝혀진 ‘분당 신생아 낙상사고 은폐 사건’ 전에도 수술실 내에서 발생한 대리수술 등 의료사고와 비윤리적 문제로 인해 수술실 CCTV 설치 요구는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 5월 부산의 한 정형외과에서 의료기기영업사원이 대리수술을 하다가 환자가 뇌사상태에 빠져 사망한 사건, 그해 6월 울산의 한 산부인과에서 간호조무사가 수년간 수술을 집도한 사건,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환자를 성희롱한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무면허 의료행위로 대표되는 대리수술은 매년 빈번하게 발생하는 의료계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일규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8년 8월까지 약 5년간 대리수술 적발 건수는 총 112건으로, 매년 10~20건씩 꾸준히 발생했다.
윤덕희 과장은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돼 있는 수술실에 대한 환자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경기도에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한 장치 마련에 고심했다”며 “이에 수술실에서 발생하는 환자의 인권침해 예방 및 대리수술 등 고의적 위법행위 예방을 위해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민선7기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전국 최초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핵심 보건정책 중 하나인 수술실 CCTV 설치 운영 사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윤덕희 과장은 “시간이 지나 제도가 안착되면서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공감대는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 수술실 CCTV 촬영 동의 환자비율 53% → 84% 급증
도는 지난해 10월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에 CCTV를 시범 운영했다. 또 그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5월 1일부터는 수원, 의정부, 파주, 이천, 포천 등 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으로 전면 확대했다.
윤 과장은 “지난해 10월 안성병원에서 수술실 CCTV를 시범 운영할 때만 해도 진료권 위축, 소극적 의료행위 유발, 개인정보 유출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제도가 안착되면서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공감대는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9월 경기도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도정 여론조사’에서는 도민 93%가 ‘수술실 CCTV 설치 운영이 의료사고 분쟁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91%가 ‘경기도의료원 수술실 설치 운영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에서 시범 운영한 수술실 CCTV 모습.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또 안성병원에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에는 총 수술건수 144건 중 76명의 환자가 CCTV촬영에 동의해 찬성률 53%를 보인 데 이어 올해 4월(누계치)에는 전체 수술건수 1,192건 중 791명의 환자가 동의, 찬성률 66%로 7개월 만에 13%p 증가했다.
특히, 분당차병원의 ‘신생아 낙상사고 은폐 사건’이 알려진 지난 4월 한 달 동안 전체 수술건수 190건 중 161건이 CCTV 촬영에 동의, 동의율이 84%까지 급증했다.
윤 과장은 “마취로 인해 의식이 없는 환자는 대리수술, 안전사고 등에 무방비 상태이다. 그러다 보니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 의료사고의 고의적 은폐는 확인이 불가능한 게 현실”며 “수술실 CCTV 설치 운영 제도는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도는 지난해 안성병원 시범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대리수술 등 고의적 위법행위 예방과 환자 인권보호 등을 위한 도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여론에 힘입어 도의료원에 전면 확대를 실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도는 지난 3월 수술실 CCTV 설치 운영과 관련해 도내 의료원을 넘어 전국 종합병원·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것을 보건복지부에 제안했다. 경기도 보건정책과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 “의료법 개정 통한 법제화 위해 지속적 노력”
“의료계 신뢰 회복을 위한 경기도의 첫걸음이 도를 넘어 전국 국공립병원으로, 더 나아가 의료법 개정을 통해 민간병원으로까지 확대되길 기대합니다.”
도는 지난 3월 수술실 CCTV 설치 운영과 관련해 도내 의료원을 넘어 전국 종합병원·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것을 보건복지부에 제안했다.
도가 제출한 의료법 개정안에는 전국 의료기관 6만7,600개소 중 종합병원 353개, 병원 1,465개 등 총 1,818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수술실에 의무적으로 CCTV를 설치하도록 했다.
또 의료법 개정안 내 ‘의료인, 환자 등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수술실 내 의료행위의 촬영이 가능하도록 조치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되 영상촬영은 의료인과 환자의 동의하에 실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도는 수술실 CCTV가 민간의료기관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국공립병원 중 종합병원과 병원급 의료기관 96개소에 수술실 CCTV를 우선 설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윤 과장은 “도의료원에서 시범운영해 본 결과, 기존 정보유출이나 불필요한 소송 등 반대 측에서 우려했던 문제점 등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국공립 수술실 CCTV 설치 운영에 관한 내용이 담긴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환자의 인권침해는 물론 대리수술 등 불법의료행위 예방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도민들은 압도적인 지지와 성원으로 수술실 CCTV 운영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며 “도는 의료환경에서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환자의 편에서 불합리한 제도를 찾아내고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도는 오는 30일 국회의원 김연진 등 13인의 공동 주최로 수술실 CCTV 운영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의료법 개정을 통한 법제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공론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