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흥 민씨의 본관인 경기도 여주는 8명의 왕비를 배출 해낸 왕비의 고장이다.
여덟 명의 왕비 중 알려진 사람을 꼽자면 숙종의 왕비인 인현왕후와 조선의 마지막 국모인 명성황후를 들 수 있다.
명성황후, 혼란스러운 조선 말기 고종의 정치적 파트너로서 시아버지인 흥선대원군과의 치열한 권력다툼 끝에 권력의 정점에 섰던 그녀는 무너지는 왕실의 권위를 바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으로, 궁궐을 습격한 자객들에 의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최후의 모습으로 기억되며 무너지는 국가의 아픔을 상징한다.
명성황후 생가(왼쪽)와 생가 내부 행랑채(오른쪽) ⓒ 유지아 기자
경기도 여주시 명성로에 위치한 명성황후 생가는 명성황후가 출생하여 8세까지 살던 집으로 인현왕후의 아버지인 민유중의 묘막으로 건립되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많이 훼손된 상태였다가 안채뿐이던 기존의 상태에서 1995년에 행랑채와 사랑채, 별당채 등이 복원되면서 현재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집의 구조를 살펴보면, 바깥마당을 지나 대문으로 들어서자마자 ㅡ자형 행랑채가 있고, 그 뒤로 ㄱ자형 문간채와 안채가 안마당을 둘러싼 형태이다. 안채 옆으로는 별당으로 갈 수 있는 중문이 붙어있어 전체적인 내부구조는 ㅁ자형이라 할 수 있다. 독립된 ㅡ자형 별당은 명성황후가 생활했던 공간이다. 명성황후의 생가는 전형적인 조선후기의 중부지방 사대부집안의 전형적인 가옥구조로 건축학적 가치도 높다고 한다. 생가 입구에는 한국어, 일어, 영어가 지원되는 음성해설기가 설치 되어있어 관광객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다.
생가 옆에는 고종의 친필로 새겨졌다고 전해지는 ‘명성황후탄강구리(명성황후가 태어나신 옛 마을)비’가 서 있다. 명성황후탄강구리비 뒷면에는 ‘광무팔년갑진오월일배수음체서경서’라고 적혀있는데 이는 ‘광무8년 갑진 오월 어느 날 엎드려 눈물을 삼키며 공경히 쓰다’라는 뜻으로, 명성황후의 아들인 순종이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쓴 글귀라고도 전해진다.
명성황후기념관(왼쪽)과 문예관(오른쪽) ⓒ 유지아 기자
생가 맞은편에 위치한 명성황후기념관은 왜곡된 역사를 바로 세워 바른 역사를 정립하고자 건립된 곳으로 고종과 명성황후의 영정과 명성황후의 자필로 된 서적, 편지, 어보 등 명성황후와 관련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을미사변을 재현한 플래시 영상인 ‘아! 옥호루’를 상영하고 있다.
전시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명성황후 시해도이다. 이 시해도는 일본에 있는 진품과 똑같이 제작된 복제품으로 칼집에 ‘단숨에 전광과 같이 늙은 여우를 베었다’라고 쓰여 있어 을미사변의 잔혹함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단체관광을 왔다는 이수빈(서울) 씨는 “ 비록 복제품이긴 해도 이렇게 시해도를 보게 되니 마음이 아프다”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기념관 우측에 위치한 문예관은 관람석 161석의 규모로, 애니메이션과 같은 영상물을 상영하고 여주시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명성화후 창작 뮤지컬을 공연하는 공연장으로 사용된다. 또한 명성황후 관련 교육영상을 상영하여 바른 역사를 가르치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생가 옆에는 인현왕후가 친정을 위해 지었다가 유폐된 후 5년 정도 지냈으며, 명성황후가 8세 이후 한양으로 올라가 지냈던 감고당이 자리하고 있다. 2004년에 철거 위기에 처했던 감고당은 여주시의 의사 대로 2006년 해체작업을 통해 명성황후의 고향인 여주로 오게 되었다. 감고당과 생가 사이에는 옛 민가들을 복원하여 조성한 민가마을이 있다. 이곳에서는 관광객들이 팽이치기, 딱지치기 등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다.
명성황후에 관한 평가는 다양하다. 조선의 멸망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는 부정적인 모습과 서구의 근대문물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열강 세력의 균형을 위한 외교적 수완을 발휘하는 모습까지 관점에 따라 차이를 보이지만 불행한 역사의 주인공으로 살아간 한 여인의 모습은 누구에게나 추모의 마음을 가지게 한다.
국운을 다해가는 나라를 위해 목숨까지 내놓은 ‘철의 여인’으로 여겨지는 명성황후, 그녀의 어린 시절이 깃든 이곳 명성황후 생가는 여인 민자영의 일생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명성황후 생가는 월요일과 1월 1일 정기휴관이고, 동절기(11월~2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입장료는 어른 1000원, 청소년 700원, 초등학생 5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