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포은 정몽주 선생 묘소 ⓒ 이민수 기자
최근 대중들 사이에서 우리 역사와 위인들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옛 것에 대한 계승의 정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역사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경기도 곳곳의 여러 역사적 명소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KBS 대하 사극 `정도전’의 영향으로 많은 경기도민들이 찾는 곳이 있다. 바로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포은 정몽주 선생 묘소’이다. 드라마 속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포은 정몽주 선생(1377~1392), 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중들은 선생의 삶에 대해 알고 싶어 하였고 자연히 그의 흔적을 찾아 묘소를 찾고 있다. 특히 역사 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아이들의 교육을 목적으로 포은 선생의 묘소를 찾는 이들이 늘어났다.
‘생거진천, 사거용인(살아서는 진천이 살기 좋고 죽어서는 용인이 살기 좋은 곳)’이라는 옛말이 있다. 용인은 경기도의 31개 시•군 중 해발고도가 제일 높은 곳이기 때문에 홍수나 폭우로 인한 무덤 유실의 걱정이 적으며, 자연 환경이 수려하고 옛 한양과 인접해 있어 예로부터 묘자리로 삼기에는 제격인 곳이었다. 조광조 선생 묘소, 민영환 선생 묘소 등 위인들의 묘소가 용인에 많은 이유도 그런 까닭이다.
포은 정몽주 선생 묘소는 1972년 5월 경기도 기념물(경기도지방문화재) 제1호로 지정된 이후 문인석과 양석 등 무덤 주변의 조형물을 새로 교체하고 묘역 입구와 주변 잔디광장을 신설하는 등 끊임없이 새단장을 하고 있다.
입구를 지나 언덕을 올라가면 포은 정몽주 선생의 묘를 볼 수 있다. 웅장한 무덤과 함께 여러 개의 조형물, 무덤을 둘러싸고 있는 곡담(능, 원, 묘 따위의 무덤 뒤에 둘러쌓은 나지막한 담)이 그를 찾으러 온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고려수문하시중정몽주지묘(高麗守門下侍中鄭夢周之墓)’라고 새겨진 그의 묘지석은 1406년 태종 때 복권된 이후 1571년 중종 때 조광조와 성균관 유생들이 세웠다고 전해진다. 포은 선생은 사후에 조선의 영의정에 추존되었지만 묘지석에서 그를 ‘고려를 지키는 문하시중’이라고 칭한 것을 보면 고려 왕조를 향한 그의 충심을 엿볼 수 있다. 송시열 선생이 지은 그의 신도비(왕이나 고관 등의 평생 업적을 기리기 위해 무덤 근처 길가에 세운 비)에는 그의 충절과 높은 학식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다.
‘고려수문하시중’이라고 적혀 있는 포은 선생의 묘지석 ⓒ 이민수 기자
포은 정몽주 선생의 묘소가 처음부터 용인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태종 이방원은 그를 복권시키면서 문충(文忠)이라는 시호를 내리고 개성에 가묘로 모셨던 포은 선생의 유해를 그의 고향인 경북 영천으로 이장하게 하였다. 그러나 상여가 영천으로 향하던 도중 지금의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에서 회오리 바람에 의해 빨간 명정(죽은 사람의 관직 등을 적은 천)이 날아갔고 그 명정은 지금 그의 묘가 있는 곳에 떨어졌다. 그의 후손들은 이 자리가 보기 드문 명당 자리임을 알아챘고 이곳에 그를 모시기로 하였다는 말이 전해진다.
용인 곳곳에서는 포은 선생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가 매년 열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2003년도에 문화관광부에서 6월의 문화인물로 포은 선생을 선정한 것을 계기로 마련된 축제인 포은문화제가 있다. 포은문화제를 계기로 용인이 `동방 성리학의 성지`로 재인식되길 기대하며 포은 선생의 위업을 재조명하는 행사인데, 용인문화원이 주관하여 매년 5월 중에 열리고 있다. 주요 행사로는 포은선생천장례행렬(圃隱先生遷葬行列) 재현이나 추모제례(追慕祭禮) 등이 있다.
포은문화제 천장 행렬 ⓒ 용인문화원 제공
포은선생천장행렬은 선생의 묘역을 개성에서 지금의 위치로 천장하는 과정을 재현한 행사로 무려 삼백여 명이 동원된다. 추모제례는 『포은집(圃隱集)』의 문헌을 근거하여 조정에서 예관을 파견하여 치제(致祭)하는 제례로 구성된다. 추모제례는 수백여 명의 후손과 일반 참배객이 참례한 가운데 한 시간 동안 엄숙하고 장엄하게 진행된다. 전국 각지에 거주하고 있는 포은 선생의 후손들이 전통 복식을 입고 참여하여 함께 제례를 올린다.
이 밖에도 포은문화제 기간 동안에는 전국백일장대회, 청소년국악경연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포은문화제는 전통문화축제이자 역사인물을 소재로 했다는데 높은 평가를 받아 제1회 대한민국 축제콘텐츠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포은 정몽주 선생 묘소에는 용인시 소속의 ‘문화관광해설사’가 상주하고 있다. 용인시는 약 30여 명의 문화관광해설사를 양성하고 있는데 그들은 용인 곳곳의 문화관광지에 파견되어 관람객들에게 지역의 명소를 해설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문화관광해설 가이드는 용인시 문화관광과를 통해 사전에 예약이 가능하며 해설사의 강의로 유익하고 재미있는 관람을 즐길 수 있다.
학교 선생님의 지도 아래 친구들과 함께 포은 정몽주 선생 묘소를 찾은 오유선(두창초 3) 학생은 “정몽주 선생님과 같은 훌륭한 분을 모신 곳이 가까이에 있는지 몰랐다”며 “친구들과 함께 살아있는 역사 공부를 하기 위해 묘소를 찾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경희 문화관광해설사는 “당시 포은 선생의 굴하지 않는 표상과 그 정신을 우리 후대인이 본받아야 한다”면서 “선생의 묘역을 참배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포은 정몽주 선생 묘소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이내에 한국등잔박물관과 충렬서원, 마가미술관 등이 위치해 있어 선생의 묘소를 찾고자 하는 이들은 주변에 위치한 문화시설을 함께 관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