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는 집, 혹은 집 근처 적당히 높은 건물 옥상에 올라가보면 무엇이 있을까? 아마 녹색 방수 페인트 위로 하얀 먼지가 쌓인 옥상이 나올 것이다. 이상한 것이 아니다. 어느 옥상에 올라가도 보이는 풍경이라고는 그것뿐일 것이다. 그런데 무심코 올라간 옥상 위에 녹색 페인트가 아닌, 푸른 잔디가 보인다면 어떨까? 바로 이런 정원을 보급, 도시민에게 휴식의 장을 제공하고 정원 문화를 확산하여 푸른 도시를 만드는 곳이 있다. 바로 ‘경기농림진흥재단’(이하 ‘재단’) 녹화사업부이다.
재단 옥상에 조성된 정원. 다양한 형식을 보이기 위해 혼합형으로 조성되었다 ⓒ 박재연 기자
현대 도시의 녹색 문화는 정원과 함께한다. 정원을 만들고 가꾸며 단절되었던 시민들이 하나가 되어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공동체, 바로 녹색문화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재단의 목표이자 비전이다. 이를 위해 재단에서는 정원박람회 개최, 생활 녹지 보급 사업, 조경가든대학과 시민정원사 인증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마을정원 보급 사업을 할 때, 재단에서는 지역 주민을 모아 대화를 한다. 끝없는 대화로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고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것이다. 동시에 10주간의 교육 프로그램이 시작되는데,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촉진시키고 상호 이해를 위한 것이다. 이때도 대화는 빠질 수 없다. 기존 지방자치단체에서 진행하는 교육은 일방적이었고, 때문에 주민의 호응이 미미했다. 하지만 재단은 대화를 통해 서로의 의견을 좁혀나가고 스스로 서로를 이해하게 한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스며든 정원은 지역 주민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 이는 문화 공동체의 형성을 촉진시킨다.
일반 공무원이 하기에는 벅찬 일이다. 그 일을 재단이 함으로써 배려와 이해의 산물, 마을정원이 탄생된다. 어른과 노인이 잠시 들러 쉴 공간이 되고,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된다. 배려와 이해가 피어나고 사회적 단절이 해소되는 무형의 사회적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만 창출되는 것이 아니다. 도시 군데군데에 자리잡은 공원과 옥상정원은 도시의 열섬현상을 완화시키고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 또한 도심 생물서식공간(비오톱)이 조성되고 각각의 녹지가 유기적으로 연결, 그린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도시 생태계를 살린다.
도심 내 녹지 보급의 일환으로 마을정원이 조성되면 그 후 관리는 어떻게 할까? 관리업체에 의뢰, 위탁하기도 하지만 교육을 통해 배출된 ‘시민정원사’들이 활약한다. 대한민국 최초로 도입된 시민정원사 교육 과정은 총 120시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2006년 설립된 조경가든대학을 통해 이루어진다. 조경가든대학은 조경 분야의 실무자와 대학의 교수를 초청하는 방식으로 강의를 진행한다. 교육을 이수한 수강생들은 이후 봉사와 인턴 과정을 거쳐 시민정원사 인증을 받는다. 이렇게 탄생한 시민정원사들은 지역의 도시정원 시공과 관리에 적극 참여하여 봉사한다.
시민들의 참여로 만들어진 마을 공공정원에는 특별한 나무가 사용된다. 재단에서 운영하는 나무은행에서 분양된 나무들이 그것이다. 나무은행 제도는 가치 있는 나무를 보존하기 위해 마련된 특별한 제도이다. 개발 과정에서 나무들은 필시 베어질 위기에 처한다. 이러한 나무들을 나무은행에 이식, 평균적으로 3년간 관리한다. 나무가 다시 재활용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아지면 가로수, 학교 숲, 공공시설 등의 공공녹지 조성사업에 나무들을 분양한다. 나무은행은 최근 2년간 모니터링 한 결과 98%의 생존율을 보이고 있다.
재단에서는 격년으로 두 개의 행사를 개최한다. 하나는 `경기정원문화박람회`이고, 또 다른 하나는 `경기정원문화대상`이다. 경기도내 정원 문화를 확산시키고자 매번 각기 다른 도시에서 개최하며, 기존의 전시하고 철거되던 박람회의 정원과 달리 시민이 참여하여 가꾸어 나갈 수 있도록 정원을 보존하는 것이 특징이다.
두 박람회는 모든 형태의 정원을 존중한다. 생활 속에는 다양한 형태의 정원이 존재한다. 땅 위의 공원, 길가의 화단, 심지어는 베란다에 놓여진 자그마한 화분도 누군가에게 정원이 될 수 있다. 눈으로 즐기는 모델정원, 시민이 스스로 고안하고 조성한 시민정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한 것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실험정원, 베란다라는 협소한 타일 위에서 만들어진 베란다정원 등을 공모, 전시한다. 이런 방식으로 다양한 정원이 도시 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한다. 2015년의 경기정원문화박람회는 10월 8일부터 11일 까지 안성시 안성맞춤랜드공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재단 녹화사업부 최연철 부장 ⓒ 박재연 기자
재단 녹화사업부의 최연철 부장은 “사람은 곧 도시의 꽃이다.”라고 말한다. 사람에게 생기를 불어넣고, 가꾸어 나가고, 같이 어우러져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공공정원의 존재 목적이며, 이것을 만드는 것이 재단의 할 일이라는 뜻이다. 재단은 녹지만 보급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색과 여유, 힐링을 함께 보급하고 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