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 경기人]은 기억에 남을 사연의 주인공이거나 이색적인 경력을 가진 경기도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기획시리즈입니다. 아홉 번째로, 제45회 경기도공예품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류호승 작가의 이야기를 전합니다.<편집자주>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류호승 작가. ⓒ 경기G뉴스 허선량
장인정신으로 구현된 품격, 작품에는 그의 집념에서 표출된 감각과 기술이 배어 있고 옻칠이 주는 특수한 미감 덕분에 깊은 정감을 더해준다.
천년 동안 변함없다는 옻에 담긴 장인의 혼, 천년을 밝힐 듯 섬세하고 과감한 손길을 통해 작품에 스며든다.
주인공은 안산시 옻칠공예 류호승 작가. 그는 올해로 45회째를 맞은 경기도공예품대전(개별상 부문)에서 목칠 작품 ‘무엇을 쓸까?’로 영예의 대상을 수상, 오는 9월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제45회 대한민국공예품대전’에 출품하게 됐다.
경기도 각 시·군에서 454점의 작품이 출품된 이번 대전에서 그의 작품은 서양의 필기구에 우리전통의 옻칠기법을 이용한 전통과 현대적 미적 감각의 조화롭게 어우러진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다. 류 작가는 “목재와 이질적인 금속(구리)이 옻칠과 어우러져 문양으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절묘하다”며 그의 작품성을 덧붙인다.
전시공간이나 작업시설을 갖추기 위한 변변한 시설도 없이 화성시 시화호 끝자락에 자리한 4평 남짓한 그의 작업장이지만 작품을 향한 그의 열정만큼은 한여름의 열기를 무색하게 한다.
“장애인복지시설에서 7년 전부터 점심봉사를 하던 인연으로 시설 목사님께서 현재 위치에 자리를 내주셨다. 봉사활동과 작품활동을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다”. 그의 작품에서 드러날 듯 숨겨진 내면의 아름다움, 그 출발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류 작가는 제45회 경기도공예품대전(개별상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사실 그의 직업은 회사원이다. 핸드폰 부품을 취급하는 물류회사 영업소장이다. 그는 시간에 쪼개 작품활동에 혼신을 다한다. 저녁 늦은 시간 퇴근하면 그는 어김없이 작업실로 향한다. 새벽1~2시까지 목선반작업(기물을 깎음)에 밤늦은 줄 모른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이어 집으로 들어서도 그의 작업은 계속된다.
“집에서는 옻칠 작업을 합니다. 옻칠은 먼지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안 되니 작업장 시설이 아무래도 어려워서…” 밤을 새는 날도 많다. 피곤함도 잠시, 그의 열정은 또다시 떠오르는 아침 해와 함께 붉게 타오른다.
“직장생활 하면서 작품하는 데 어려움도 있지만 작업시간만큼은 어떤 생각도 하지 않는다. 오직 작품에만 빠져들고 작업으로 무아지경에 이르는 것이 행복하다.” 그는 장인(匠人)이다.
류 작가는 지난 2012년 본격적인 작품활동에 뛰어들었다. 어릴 적부터 그가 그리던 꿈을 향한 도전이었다. “꿈은 이뤄진다, 꿈을 꾸자” 그의 좌우명처럼 시작됐다. “어린시절부터 만들기를 좋아했고 솜씨가 뛰어나다는 주위의 평도 많이 받았지요. 언젠가는 좋아하는 일, 좋은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의 솜씨는 빛을 발했다. 2012년 경기도공예대전 동상(옻칠 우든)을 시작으로 2013년 근로자 미술제 공예 금상(붓과 펜), 담양대나무 공예대전 동상(대나무로 만든 펜) 등 전국 각종 공예대전에서 옻칠공예로 10여 차례 수상했다.
그는 “공예대전의 수상도 중요하지만 관람자들의 시선을 통해 작품을 되돌아보고 더욱 정진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다.”라며 겸손해한다.
대상작 ‘무엇을 쓸까?’. 옻칠기법을 이용한 전통과 현대적 미적 감각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 경기G뉴스 허선량
옻칠공예에 대해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색감에 깊은 맛, 절제된 풍미가 일품이다.”라며 짧은 대답으로 옻칠에 빠진 이유를 대신했다.
옻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깊은 맛이 나도록 하는 것, 초칠과 토회작업, 중칠, 상칠 등 20여 회의 작업을 통해 ‘목재의 결’과 옻칠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 비결을 배우기 위해 옻칠 명인 ‘청원’ 명안삼 선생을 찾아 일요일이면 전북 남원을 향한 새벽길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의 작품은 주로 펜이나 데스크용품이다. “사람들이 사는 게 너무 각박하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빠져 있다. 예전처럼 백지에 펜과 잉크를 사용하면서 한 번쯤 생각하고, 차분해지면서 잊혀져 가는 인간성을 회복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설명한다.
그는 “기존 작품에서 더욱 업그레이드된,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작품, 우리 전통이 담겨진 더욱 세계적인 작품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미래비전을 제시한다.
지역작가들이 활동을 더욱 활성화 할 수 있도록 지역에서부터 그들의 작품에 관심과 애정을 가져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최근 관광지 등에는 중국, 베트남 지역에서 만든 상업적인 제품들이 판을 친다. 우리 전통을 이어가는 지역작가들이 적극적인 작품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역민들의 성원은 물론 관계기관도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우리 전통이 담겨진 더욱 세계적인 작품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 경기G뉴스 허선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