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동굴은 수도권 유일 동굴 관광지로, 주말이면 많은 관람객이 찾는 광명시 대표 관광지이다. ⓒ 최현민 기자
매미가 울고, 뜨거운 햇볕이 내리쬔다. 일부 학교에서는 이미 방학을 시작했고, 아직 방학을 시작하지 않은 대부분의 학교들도 이번 주 중에 방학식을 앞두고 있다. 학생들은 방학 계획을 세우며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설레는 건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휴가철을 앞둔 직장인들은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낼 생각에 들떠, 마음만큼은 벌써 피서지에 도착해 있다.
그러나 휴가철을 앞둔 모두가 마냥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휴가철만 되면 ‘성수기’라는 이유로 무섭게 올라가는 숙박비, 교통비 등등으로 인해 만만치 않은 경비가 부담되어 마땅한 피서지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괜찮은 숙소와 관광지를 발견하고 예약을 시도하면, 이미 예약이 마감되었다는 답변을 듣기 십상이다. 그럼 산속에 텐트를 치고 낭만적인 여름밤을 보낼까하고 텐트 가격을 봤더니 생각 이상으로 비싼 가격에 입이 쩍 벌어진다. 멀리 가려니 교통체증도 심하다고 하고, 엄두가 잘 나질 않는다.
그래서 준비했다. 경기도 소재 피서지라 가깝고, 당일치기로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어서 숙박비 걱정 없고, 더위가 싹 가시는 수도권 유일 동굴 관광지, ‘광명동굴’을 소개한다.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광명동굴은 1912년에 황금광산으로 개발되어, 1972년에 폐광되기 전까지 금, 은, 동, 아연 등 다양한 광물이 채굴되었다. 폐광 후 약 40년 만인 2011년, 관광지로서의 광명동굴의 가치를 알아 본 광명시가 동굴 토지를 매입했고, 세계 최초 동굴예술의전당 개관 등 다른 동굴들과의 차별화를 위한 꾸준한 노력을 한 끝에, 광명시민은 물론 인근 지역 주민들까지도 찾는 수도권 동굴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동굴로 들어가기 전, 매표소 옆에는 광산문화체험장이 마련되어 있다. 광산모자 만들기, 광물(보석) 채광, 황금 채취 등의 활동을 소정의 체험료를 지불한 후 체험해볼 수 있다. 여느 동굴과 달리 관람 전후로 체험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자녀를 둔 가족단위 관람객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광명동굴을 찾은 한 어린이가, 광산모자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 최현민 기자
동굴 입구 앞으로 다가가자 아직 내부로 진입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동굴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온 몸을 휘감는다. 동굴 내 온도가 연중 13℃ 이하인 만큼, 추위에 약한 사람은 긴소매 옷을 꼭 챙겨야 할 정도로 입구부터 굉장히 서늘하다.
동굴 내부로 진입하면, ‘바람길’이 관람객들을 제일 먼저 맞이한다. 시원하게 뻥 뚫려 직선으로 끝없이 뻗어있는 바람길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한 가슴도 뻥 뚫리는 기분이다. 바람길을 지나면 모든 이의 눈을 사로잡는 ‘빛의 공간’이 화려한 불빛으로 사람들을 유도한다. 다른 세계에 온 것만 같은 착각을 주는 빛의 공간에서, 관람객들은 모두 발걸음을 멈춰 함께 사진을 찍으며 그 세계를 작은 화면에나마 담아가려 한다.
다양한 색을 내뿜는 작은 전구들로 가득 수놓아진 동굴 벽. ‘빛의 공간’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관람객들은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 최현민 기자
광명동굴은 연중 일정하게 낮은 기온과 높은 습도를 유지하는 덕분에, 저장 환경의 온·습도에 민감한 와인의 저장고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1978년부터 2010년까지는 소래포구 새우젓 저장소로 사용되었으며, 그 흔적을 지금까지도 남겨두어 관람객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준다. 올해부턴 ‘와인동굴’을 오픈하여, 국·내외 와인을 전시하고 있으며, 관람객들을 상대로 와인 시음행사도 펼치고 있다. ‘와인셀러’를 분양 받으면, 동굴 내부 와인 레스토랑에서 낭만적으로 와인을 즐길 수도 있다.
와인동굴 입구(위), 광명동굴 내 와인동굴을 찾은 관람객들이 시음대에 놓인 와인을 맛보고 있다.(아래) ⓒ 최현민 기자
관람을 마치고 나온 한 관람객은, “광명시민이라 2년 전에 한 번 방문했었는데 아이들을 데리고는 처음 와봤다. 오늘 다시 찾으니 그때보다 훨씬 더 개발도 잘 되어있고, 지역 경제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빛의 공간’이 가장 인상 깊었고, 다양한 공연들이 더 많이 준비된다면 더 좋을 것 같다. 다음에도 또 방문할 계획”이라는 소감을 밝히며 만족스러움을 드러냈다.
광명동굴은 주차장까지 가는 약 1.7km의 차로가 2차로다. 따라서, 주말에는 많은 관람객이 찾아 혼잡하기 때문에, 자가용 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 지하철 7호선 철산역 또는 고속철도 광명역에서 내려 시내버스 17번을 이용하여 ‘광명동굴’ 정류소에서 하차하면 된다. 관람료는 성인 4,000원, 군인 3,000원, 청소년 2,500원, 어린이 1,500원으로, 광명시민에게는 최대 40%의 할인 혜택이 적용된다. 20인 이상 단체의 경우에도 할인 혜택이 적용되며, 만 65세 이상 노인, 국가유공자,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에게도 관람료를 할인해준다.
광명동굴은 관광지로 개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주변에 음식점이 흔치 않다. 따라서 도시락을 싸갈 것을 추천하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된다면, 시내로 가는 길에 위치한 ‘바지락 칼국수’집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다. ‘바지락칼국수 칠공주네집(경기도 광명시 오리로 649)’은 올해로 문을 연 지 10년째를 맞는 칼국수 전문점으로, 칼국수·수제비 6,000원, 콩국수 7,000원, 떡국·만두국 5,000원 등 부담되지 않는 가격에 푸짐한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다. 타 음식점의 바지락칼국수와 비교했을 때, 바지락의 양이 두 배 이상으로 많다.
바지락칼국수 칠공주네집- 경기도 광명시 오리로 649 (왼쪽), 바지락 칼국수에는 바지락을 아낌없이 담아 준다. 배추김치와 열무김치도 이 식당만의 별미다.(오른쪽) ⓒ 최현민 기자
이번 여름, 교통 체증 속에서 길게 늘어선 행렬에 끼어 씨름하면서 멀리까지 갈 필요 없다. 그 어느 피서지보다 시원하고 화려한 ‘광명동굴’에 들러 올 여름 더위를 날려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