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학생이 줄어 문을 닫은 농촌 초등학교가 지역 예술가들의 손을 거쳐 독특한 분위기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의 공간이자, 문화로 소통하는 지역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는 화성 창문아트센터의 이야기이다.
화성 창문아트센터는 지역작가들이 폐교를 꾸며 만든 예술 창작 공간이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 2000년 폐교한 창문 초등학교에 둥지 튼 작가들
화성시 남양읍에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한 수화리(水花里). 그린벨트 지역으로 묶여 개발이 제한된 이곳에 지난 1938년 창문 초등학교가 개교했다.
주민 대부분이 이 학교의 선후배 동문으로 엮어져 끈끈한 지역사회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담당한 학교는 주민들에게 있어 단순히 교육기관 이상의 의미였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학생들이 점차 줄면서, 창문 초등학교는 지난 2000년 8월 31일 결국 문을 닫았다. 그렇게 폐교로 덩그러니 남아있던 이 공간을 지역작가들이 주목했다.
박석윤 창문아트센터장은 “유학 시절 접한 유휴공간을 활용한 예술가들의 도시재생 사례를 한국에서 시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문을 닫은 공업단지에 예술가들이 모여서 대규모 예술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등 유학 생활을 통해 접한 선진 도시재생 사례를 한국에서 시도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유휴공간을 알아보던 중 창문 초등학교의 폐교 소식을 알게 됐죠.”
당시 협성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던 박석윤 창문아트센터장은 새로운 도전을 구상하던 중 인근 지역 창문 초등학교의 폐교 소식에 주목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회상했다.
폐교를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이자 지역 내 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이 프로젝트에는 9명의 예술대학 교수와 작가가 함께 했다. 그렇게 2001년 창문 초등학교는 창문아트센터로 변신에 성공했다.
창문초등학교는 1938년 개교 후 지난 2000년 문을 닫기 전까지 지역의 교육기관이자 지역 주민들의 구심점 역할을 담당해왔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 작가들의 창작 공간이자 지역 활동 공간으로
“2층은 작가들이 작품활동을 하는 공간으로 꾸몄어요. 1층은 아이들을 위한 교육 공간이자 지역 주민들의 활동 공간이에요. 매년 주기적으로 다양한 교육과 회의, 축제 등이 이곳에서 진행됐죠.”
현재 창문아트센터 본관 2층에는 6명 작가의 아트 스튜디오가 꾸며져 있다. 이곳은 어떠한 방해요인 없이 작가가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평상시에는 일반인들에게 개방하지 않고, 1년에 한 차례만 오픈스튜디오 행사를 통해 개방하고 있다.
창문아트센터에는 현재 6명의 작가 스튜디오가 꾸며져 있다. 창문아트센터 창립 멤버이자 서양화가인 김원기 작가가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창문아트센터 곳곳에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아름다운 자연을 품은 창문과 바로 옆 그림이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진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 화성 서부지역 문화·예술 구심점 역할 톡톡
“창문아트센터를 조성하면서 예술을 통한 공공활동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화성의 경우 미술관이나 축제 등이 동탄 등 사람이 많은 동쪽에서 주로 이뤄져요. 그에 반해 서부지역은 낙후됐죠. 창문아트센터가 화성 서부지역을 대변하는 문화·예술의 거점이 되는 게 바람이에요.”
이러한 박 센터장의 바람은 마을활동가를 양성하는 다양한 교육과 아이들을 위한 체험활동, 마을 주민의 참여를 이끄는 예술 전시회 등으로 실현되고 있다.
창문아트센터 본관 1층 복도. 아이들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작가들의 창작 공간인 2층 외에도 본관 1층에 조성된 세미나실, 시각체험실, 예절관을 비롯해 운동장, 급식실을 리모델링한 갤러리, 센터 옆 숲에 조성된 숲속학교 등 각각의 공간에서는 그에 맞는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이곳을 찾은 아이들의 다양한 작품들로 꾸며진 1층 복도 등 그동안의 활동 결과들이 공간 곳곳에 쌓이면서 이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창문아트센터 본관 1층 시각체험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창문아트센터 예절관에서 아이들이 전통혼례식 체험을 하고 있다. ⓒ 창문아트센터
본관 건물을 나오면 왼쪽으로 급식소를 리모델링하여 만든 <問갤러리>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정기전 및 초대전, 지역작가들과의 교류전 등 다양한 작품 전시가 이뤄지고 있다.
창문아트센터 내 <問갤러리>. 과거 급식소였던 이곳은 다양한 작품 전시가 이뤄지는 갤러리로 다시 태어났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박 센터장은 “지난해 이곳에서 도시와 농촌을 잇는 예술이라는 주제로 참여 작가들이 그림을 판매하면 그림값으로 농촌의 농산물들로 교환하는 ‘예물교환전’을 열었다”며 “창문아트센터는 작가들이 운영하고 있지만, 예술인만의 공간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 함께 더불어 사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주소: 경기도 화성시 남양로 1405번길 9
◾홈페이지:
https://blog.naver.com/changmoonart
◾문의: 031-355-2206
■ 화성 창문아트센터 7월 행사 일정 |
창문아트센터에서 진행하는 모내기 및 탈곡 체험. ⓒ 창문아트센터
창문아트센터는 학교라는 추억의 공간 안에서 도시와 농촌은 물론이고, 부모와 자식 간 세대를 뛰어넘어 다양한 소통이 이뤄지는 교육 및 행사,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문화예술 기획 학교 수강생 모집(~7월 5일까지)
-화성시 서부권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마을활동가 대상
-7월 23일~10월 1일 매주 토요일 교육
◾그린벨트 아트 프로젝트(7월 16일~30일)
-그린벨트에 내재하는 다양한 자연의 가치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을 작가의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는 전시.
◾숲체험·미술체험·예절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
-문의: 031-355-2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