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천 신북면사무소 3·1운동 만세 시위지에 가다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행정복지센터 맞은편에 있는 듯 없는 듯 세워져 있는 페인트 벗겨진 표지판.
얼핏 보기엔 한없이 조촐한 이 표지석은 의외로 아주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도대체 이 표지판은 무슨 사연을 담고 있을까?
신북면 행정복지센터 앞의 검은 표지판 ⓒ 김빛여울 기자
이 표지판은 여기가 3·1운동 만세 시위지라는 사실을 알려 주고 있다.
1919년, 이곳에서는 신북면, 일동면, 이동면, 영중면 4개 면의 주민들 약 1000명이 한데 모여 유중식, 함병헌, 김수종을 중심으로 연합 만세 시위가 일어났다.
지금이 2023년이니 포천 연합 만세 시위가 일어난 지도 벌써 100여 년이 훌쩍 지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표지판 아래, 경기도 항일 독립유적임을 알려주는 안내판에는 흙먼지가 수북하게 쌓여 기자가 가족과 직접 이물질을 걷어내고 닦은 다음 사진을 찍어야만 했다.
검은 표지판 앞에 있는 철판 ⓒ 김빛여울 기자
이 표지판은 일부러 찾아야만 볼 수 있는 도로변 한쪽에 무심히 위치해 있다. 기자가 취재하는 동안, 그 누구도 이 표지판을 유심히 지켜보는 사람은 없었다.
이렇게 큰 역사적 의미가 담긴 표지판은 생각보다 조촐한 곳에, 우리 곁에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었지만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외롭게 서 있었던 것이다.
만일 여러분이 관심을 가지고 이 표지판을 찾는다면, 다음 사실을 꼭 기억해 주길 바란다.
지금은 차가 쌩생 달리는 바로 이 곳에서 우리 민족은 스스로 분연히 일어나 항일독립운동을 하였으며, 일제는 우리 민족을 무자비하게 진압하여 사망자를 내고야 말았다.
바람 부는 날 표지판 앞에 서 있으니 그날의 피비린내가 나는 듯하고, 한맺힌 함성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것 같다.
우리는 그 날의 가슴 아픈 역사를 기억에 잘 새기고, 지금의 평화로운 세상에 깊이 감사해야 한다.
우리들이 앞으로 저마다 나아가야 할 옳고 바른 길은 무엇일까 하는 무거운 고민을 던져주는 작은 표지판이 아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