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성시 향남 복사꽃마을 행복학습관의 기초 한국어 수업. ⓒ 경기뉴스광장
23일 오전 화성시 향남읍 행정동로 101 휴먼시아7단지 아파트의 별관건물 3층 ‘향남 복사꽃마을 행복학습관’ 멀티룸.
한국어 강사가 “지난 시간에 자기소개를 했잖아요. 다시 한번 (연습해 보고) 넘어갈게요”라고 이야기하자, 강의실에서 앉은 이들이 책을 보며 자기 이름을 넣어 자기소개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입니다. 러시아에서 왔어요. 반가워요.” 말투는 서툴렀지만, 그 모습은 진지하게 보였습니다.
이날 학습관 멀티룸에서는 복사꽃마을 7단지 거주 어르신들(러시아 사할린 정착민)이 ‘기초 한국어’ 수업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어 한국어 강사가 인사말 일부를 러시아 인사말로 설명했습니다. 강사의 지도에 따라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인사말을 연습했습니다. 실내의 분위기가 뜨거워졌습니다.
경기도가 교육 소외지역에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경기행복학습마을 사업’이 올해로 14년째를 맞았습니다. 이에 경기행복학습마을 사업의 우수마을인 화성시 ‘향남 복사꽃마을’(행복학습관)을 찾아가 봤습니다.
사할린 동포 이주마을, 화성 향남 복사꽃마을‥지역주민과 연계한 프로그램으로 지역사회와 사다리 역할
화성시 ‘향남 복사꽃마을’(행복학습관)은 경기행복학습마을 사업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곳으로, 지난 2012년 4월 23일 개관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학습관은 221㎡ 규모로 LH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지원으로 마련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올해 ▲문해교육·정보화 교육 ▲취미·여가·문화예술 프로그램 ▲요리·공동체 문화 프로그램 ▲가족 친화 프로그램 ▲지역탐방프로그램 등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학습관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만족도는 높았습니다. 특히 사할린 정착민을 위한 초·중급 단계별 ‘한국어 수업’이 가장 인기가 있었고, 지역주민들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지역사회와 사다리 역할을 하는 부분이 관심을 끌었습니다.
정용진 어르신은 “저는 2008년 러시아 사할린에서 아내와 함께 와서, 여기 다니고 있습니다. 학습은 한국어도 있고, 손뜨개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는데, 주로 컴퓨터 활용을 배우러 다녀요”라면서 “컴퓨터 사용하는 법을 몰랐는데, 처음으로 여기 와서 다 배웠어요. 보통 여기에 오면, 사는 게 좋아요. 매주 만족하고요”라고 전했습니다.

이옥순(왼쪽) 어르신과 김숙히 어르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경기뉴스광장
지난 2021년 영주 귀국한, 이옥순 어르신은 “아주 좋아요. 즐겁고요. 초급 한국어를 배우는데, 많이 도움이 되고요. 집에서 드라마를 보면서 연습도 합니다”라면서 “드라마 ‘하늘이시여’, ‘웃어라, 동해야’를 즐겨 보고, 가수 영탁의 ‘막걸리 한 잔’도 자주 들어요”라고 소개했습니다.
김숙히 어르신은 “러시아에서 (어릴 때) 한국학교 1년 밖에서 못 다녀서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는데, 처음 (이곳에 와서 한국어가 서툴고) 너무 답답해서 목사님이 (저를) 데리고 다녔어요. 병원 가는데 (한국)말 모르면 가장 답답해요”고 설명한 후, “여기에서 (한국어를) 배우고서 (이제는) 혼자 다녀요. 많이 연습했어요”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김숙히 어르신은 “여기 오는 사람들이 사할린 출신이 많은데, 동네 사랑방 같은 역할도 하고 재미있어요”라면서 “한국에 원래 사셨던 (동네)분들과도 매우 친해졌죠. 여기 너무 좋아요”라고 덧붙였습니다.
‘향남 복사꽃마을 행복학습마을’의 특화프로그램 엿보기
향남 복사꽃마을 행복학습관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먼저 첫 번째로 올해 사할린 정착민을 비롯하여 일반 입주민들과의 관계 형성을 매개로 하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두 번째, 이주민들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소통하며 체험할 수 있는 공동체 문화 프로그램과 마을만들기 활동을 병행해 운영합니다.
세 번째, 입주민 자녀 교육을 위해 2층 공부방 지원 및 책놀이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하여 더 큰 이웃을 향한 이해와 나눔 공동체 ‘향남 복사꽃마을 행복학습마을’을 조성한다는 방침입니다.
영주 귀국하신 분들이 대부분 80대에서 90대로 넘어가고 있는데, 최근 들어 60대 영주 귀국하는 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초기 정착 이외에도 지역사회 봉사, 재능기부, 일자리 연계 지원 서비스 등에 대한 부분도 필요하다고 제기되고 있습니다.
향남 복사꽃마을 행복학습관 이용근 이사는 “교육프로그램은 개인의 취미나 욕구를 충족하는 효과도 있지만,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하나의 도구이기도 해요”라면서 “우리가 역점을 두는 것은 이분들이 오셔서 개인의 삶을 평안하고 행복하게 하는 1차 척도도 있습니다. 행복학습마을을 통해 서로의 관계, 지역사회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합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용근 이사는 “‘웰 다잉 (기초)자격 과정’을 신설해 운영 중입니다. 화성시 매송면에는 경기도 남부 여러 곳의 지자체가 함께 운영하는 화장장 시설이 있고 해서, 화성시 매송면 평생학습마을의 ‘웰다잉 과정’을 추천을 받았습니다”라면서 “지금까지 살아오신 일생을 정리하는 데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화성시 향남 복사꽃마을 행복학습관의 수채화 수업. ⓒ 화성시 향남 복사꽃마을 행복학습관
● 일반 프로그램
① 봄학기(3월 21일~6월 9일): 초급 한국어, 중급 한국어, 시니어 요가, 컴퓨터 및 스마트폰 활용, 웰다잉 자격과정(기초), 마크라메(서양 매듭), 수채화.
② 여름학기(6월 20일~ 9월 8일): 초급 한국어, 중급 한국어, 시니어 요가, 컴퓨터 및 스마트폰 활용, 요리수업, 라탄 공예, 그림책, 여름 특강-책놀이(아동 대상).
③ 가을학기(9월 19~12월 1일): 초급 한국어, 중급 한국어, 시니어 요가, 컴퓨터 및 스마트폰 활용, 요리수업, 플라워디자인, 글라스 공예, 규방 공예, 토탈 공예(아동 대상).
● 특성화 프로그램
① 텃밭 정원 가꾸기(3~10월): 사할린 정착민, 지역주민.
② 자원순환 지킴이(4월~10월): 지역주민.
③ 여름특강(7월~8월): 아동(책놀이 프로그램).
④ 가을문화체험(9월): 사할린정착민, 결혼이주민, 지역주민 등.
⑤ 가을 전시회(10월): 모든 지역주민 초청(텃밭 잔치와 함께 진행).
⑥ 종강식(12월): 학습관 이용자 모두(발표회와 송년 음식나눔).

화성시 향남 복사꽃마을 행복학습관의 ‘웰 다잉 (기초)자격 과정’ 자료 사진. ⓒ 화성시 향남 복사꽃마을 행복학습관
화성시 평생교육과 이윤희 평생학습지원팀장은 “향남 복사꽃 행복학습마을에서는 사할린 정착민을 대상으로 문화적 이질감 해소와 언어적 장벽 해소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라면서 “정착민들의 주체적인 삶 영위 및 건강한 공동체 문화조성에 기여하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경기도, 11개 시·군 14개 마을 운영‥교육 소외지역에 14년째 평생교육학습 프로그램 지원
‘경기 행복학습마을 사업’은 한센인, 사할린 동포 영주귀국자 등 교육 소외지역의 정책적·교육적 배려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경기도만의 평생교육 특화모델입니다.
조태훈 경기도 평생교육과장은 “내년에는 기존 지원 사업 이외의 교육복지에서 소외된 지역을 신규마을로 발굴해 행복학습마을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개인이 삶의 의미를 찾는 동시에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함께한다는 공동체 정신 함양을 기를 수 있는 평생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더 고른 기회’가 실천되도록 적극 지원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0년 포천 장자마을을 시작으로 현재는 한센인 정착촌에 4개소, 사할린 동포촌에 4개소, 기타 교육 소외지역 6개소 등 총 11개 시·군에서 14개 마을이 운영 중입니다.
지역별 특성과 주민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14개 마을에 총 5억 9천7백만 원(도비 1억 7천9백1십만 원)을 지원하고 있고요. 또한, 지원금은 마을 주민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비(체험학습 포함), 마을 컨설팅비 등에 사용된다고 하네요.
경기 행복학습마을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마을 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 지역사회 공헌 프로그램 등이죠.
마을 특성 반영 프로그램은 ‘한센인 정착촌’에서 한센병 완화를 위한 예술 및 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사할린 동포촌’에는 한국문화(역사), 한국어 교실 초급·중급, 한국무용, 건강 댄스 등을 운영합니다.
지역사회 공헌 프로그램은 ‘교육 이수-지역사회 행사 및 축제 참여’의 교육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어 교육 수혜 대상들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이바지하는 데 목적을 두어 관심을 끕니다.
‘가평 반딧불마을’은 하모니카 교육 운영으로 외부 행사 축하 공연 진행, ‘오산 죽미마을’은 김장 담그기 및 송편 빚기, ‘안산 고향마을’은 건강 댄스팀이 최고령 팀으로 지역축제에 참여하는 등 교육적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