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조원동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김민수(45·종합분식점 ‘소확행’) 씨는 최근 고민이 생겼다. 김 씨의 가게는 배달 서비스를 하지 않는데, 배달을 원하는 단골손님들의 요청이 많아 ‘배달 앱 서비스’를 알아봤더니 이용 가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
김 씨는 “대세가 ‘배민’(배달의민족)인데 앱 홍보 깃발 하나에 월 8만 원이 넘고, 배달 건당 3500원의 수수료가 부담이 된다. 보통 홍보 깃발은 두 개를 써야 한다고 한다”면서 “최근 경기도에서 배달앱 서비스를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왕이면 수수료가 저렴한 공공배달앱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 5명 중 1명은 배달앱 1개쯤은 사용하는 시대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배달’은 일상이 됐다. 수원시 일대 배달 요원의 모습.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대한민국은 지금 ‘배달’ 전성시대
국민 5명 중 1명은 배달앱 1개쯤은 사용하는 시대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배달’은 일상이 됐다.
대형 유통업체, 백화점도 배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에는 스타벅스까지 배달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스타벅스 자체 주문 앱(사이렌 오더)를 활용해 주문하면 배달대행업체가 커피를 배달해주는 방식이다.
배달앱은 배달 음식점 광고·전단지를 보여주는 것에서 배달 주문을 대행하는 것까지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을 들 수 있다. 막강한 마케팅 능력과 자본으로 무장한 이들 3개 서비스의 시장 점유율은 98%를 넘는다. 여기에 위메프(위메프오), 쿠팡(쿠팡이츠) 등 이커머스 업체들까지 플랫폼을 내놓으며 배달앱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다.
독과점 폐해, 공공배달앱 출발점이 되다
최근 배달앱 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독과점 폐해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수수료 정책을 바꿨다가 소상공인들의 반발을 사 불매운동까지 벌어지자 사과하고 정책을 철회한 바 있다.
여기에 시장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는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딜리버리히어로·DH)가 인수합병을 추진하면서 독과점 논란을 증폭시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 심사 중인데 조만간 두 기업의 인수합병 여부가 결정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탄생한 것이 공공배달앱이다. 배민의 독과점을 견제하고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낮추겠다며 지방자치단체들이 공공배달앱 서비스에 나선 것.
군산시 ‘배달의명수’를 시작으로 서울시 ‘제로배달유니온’, 인천시 서구 ‘배달서구’, 충북 ‘충북먹깨비’가 정식 출시됐다. 이달 시범서비스를 시작하는 경기도 ‘배달특급’, 부산시 서구 ‘어디go’를 비롯해 현재 개발 중인 경북 ‘착한배달앱’, 서울 광진구 ‘광진나루미’도 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달 출시를 앞둔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은 식음료업 등 소상공인의 판로 지원과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목적으로 개발이 추진됐다. ⓒ 경기뉴스광장
공공배달앱이 배달앱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수수료 부담이 없어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민간 배달앱과 비교했을 때 큰 매력을 못 느끼면 사용을 망설이게 된다.
실제로 국내 첫 공공배달앱인 ‘배달의명수’ 외에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배달앱은 아직까지 소비자 반응이 미지근한 편이다.
공공배달앱 활로, 소비 트렌드에 답 있다
공공배달앱의 한계점은 보이지만 요즘 현대인의 소비활동을 분석해보면 활로 또한 명확히 찾을 수 있다. “가격보다 중요한 것은 가치”라며 일명 ‘착한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착한 소비란 개인의 소비 행위가 이웃, 사회, 나아가 환경에까지 미치는 효과를 고려하고 배려하는 윤리적 소비를 말한다. 공정무역제품 이용, 어린 노동자 착취 기업 제품 불매운동, 친환경제품 이용 등이 이에 속한다.
가톨릭대학교 소비자학과 김경자 교수에 따르면 성숙한 소비자는 개별적인 구매 행동이나 소비 행동이 가져오는 사회적 영향을 간과하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소비자다. 소비자의 작은 착한 소비가 기업을 움직이고 사회와 정책을 바꿀 수 있다.
최근 들어 이 같은 착한 소비 활동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참여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리서치기업 엠브레인이 전국 만 16~64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착한 소비’ 활동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3.7%가 본인의 소비가 남을 돕는 데 쓰이는 것이 뿌듯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내 소비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소비자도 70.5%나 됐다. 일상적인 소비활동이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단순히 자본주의적 시장 논리로만 공공배달앱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는 지점이기도 하다.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에서 지역화폐로 결제하면 소비자는 기존 지역화폐 10% 충전 인센티브와 소득공제 혜택을 그대로 받는다. 상시 5% 캐시백도 지급된다. 경기지역화폐 이미지. ⓒ 경기도청
‘배달특급’, 지역화폐 통해 ‘착한 소비’ 대세 탄다
출시를 앞둔 경기도의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은 착한 소비 활동과 맥을 같이한다. 소비자와 소상공인의 상생 고리로 지역화폐를 활용한다. 경기도는 오프라인에서만 사용할 수 있던 경기지역화폐를 배달특급앱에서 결제 가능토록 했다.
앱에서 지역화폐로 결제하면 소비자는 기존 지역화폐 10% 충전 인센티브와 소득공제 혜택을 그대로 받는다. 상시 5% 캐시백도 지급된다.
시장 반응은 나쁘지 않다. 경기도가 이달 중 화성, 오산, 파주 등 3개 시·군에서 추진하는 배달특급 시범 서비스에 앞서 가맹점 사전 접수를 진행한 결과, 당초 목표인 3,000건보다 약 20% 많은 총 3,699건이 6주 만에 접수됐다. 최근 실시한 2차 사업지 공모에도 수원, 용인, 고양 등 22개 시·군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제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경기도 공공배달앱 개발 사업을 전담하는 경기도주식회사 장아름 신사업추진단장은 “배달특급이 민간 배달앱과 끝없는 가격 낮추기 경쟁을 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며 “당장 싼 가격의 민간 배달앱을 찾는 소비자도 있겠지만 공공배달앱을 사용하면서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도주식회사는 사전 신청 마감 이후에도 ‘배달특급’ 가맹점 모집을 상시 하고 있다. 경기도주식회사 홈페이지
(https://www.kgcbrand.com)의 팝업창 또는 ‘알림소식’ 메뉴의 ‘알림판’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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