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A사는 대기업 B사의 영업점 시공을 앞두고 있었다. 당시 A사에 장기간 근무한 영업이사가 갑자기 퇴직 후 경쟁사인 C사에 입사했다. 영업이사는 핵심기술정보를 직원들 모르게 경쟁업체인 C사로 빼돌리고 시공단가를 할인해 대기업 B사의 영업점 시공에 참여했다. 이로 인해 A사는 기술유출 피해를 보았고, 추정되는 피해규모만 연간 25억 원에 이른다.
#스타트업인 D사는 대기업 E사의 자회사인 F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해외 영업에 대한 협업을 진행했다. 그러던 중 E사가 D사 보유 국내 특허권의 이전을 요청했다. 특허권 이전 협상이 결렬되자 E사는 해외 서비스를 독자적으로 제공했다. 해외 특허권을 확보하지 못한 D사는 E사의 기술탈취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기술이 곧 기업의 경쟁력인 시대다. 이런 가운데 힘들게 핵심기술을 개발하고도 이를 빼앗겨 순식간에 경쟁력을 잃는 중소기업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중소기업 기술보호수준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기술 유출 피해를 본 국내 중소기업은 246개사, 피해 금액 규모는 5,4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이러한 피해는 자금과 인력에 여유가 없는 중소기업에 더 치명적이다. 이들은 제대로 된 소송 절차조차 밟기 힘든 게 현실이다.
이에 경기도가 기술보호에 취약한 중소기업을 위한 대변자를 자처했다. 기술탈취 피해 상담부터 소송 지원까지, 억울하게 기술을 빼앗긴 중소기업을 위한 경기도의 기술보호 지원 사업을 소개한다.
■ 전국 최초 기술탈취 종합 지원…‘경기도 기술보호데스크’ 운영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 위치한 경기도 기술보호데스크. 중소기업은 이곳에서 지식재산권 분쟁 관련 무료상담을 받을 수 있다. ⓒ 경기지식재산센터
기술 유출·탈취 혹은 지식재산권 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이라면? 우선 ‘경기도 기술보호데스크’의 문을 두드려보자.
도는 지난해 7월부터 기술 유출이나 탈취로 피해를 보았지만 법률적 지식과 인력부족 등으로 대응이 어려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경기도 기술보호데스크를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기술탈취와 관련 종합적 지원 사업은 전국 지자체 중 경기도가 처음이다.
경기도 기술보호데스크는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 위치한다. 이곳에는 대한변리사회에서 파견한 전문 분야별 변리사가 상주해 중소기업 지식재산권 분쟁 관련 무료상담을 진행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보유 기술을 허락 없이 사용하는 경우, 직원이 퇴사하면서 회사 영업 비밀을 이용해 동일한 영업을 하는 경우 등 다양한 피해사례에 대해 분야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기술보호데스크 상담 후 후속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변리사 심층상담을 추가로 지원한다.
■ 피해기업에 심판소송 비용 최대 2,000만원 지원
경기도는 기술탈취·유출 피해 중소기업이 특허심판이나 소송 등 지식재산권 쟁송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 기업 당 최대 2,000만 원까지 심판소송 비용을 지원한다. ⓒ 경기도청
억울하게 기술을 빼앗긴 중소기업은 법적 소송을 통해 기술을 찾고 피해를 보상받길 원한다. 하지만 지식재산권 분쟁을 전담할 수 있는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소송을 진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허청이 발표한 ‘최근 3년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특허 분쟁 심판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패소율은 2018년 49.6%에서 지난해 51%, 올 8월 말까지는 64.4%로 매년 증가 추세다. 같은 기간 승소율은 14.8% 감소했다.
이에 경기도는 기술탈취나 유출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이 보다 전문적이고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식재산권 심판·소송비용 지원 사업’을 운영 중이다.
이 사업은 기술탈취·유출 피해 중소기업이 특허심판이나 소송 등 지식재산권 쟁송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 기업 당 최대 2,000만 원까지 심판소송 비용을 지원하는 게 주 내용이다.
신청 자격은 경기도에 본사가 소재한 중소기업으로 지식재산권 분쟁을 진행 중이거나 연내 진행 예정인 기업이다.
경기도 지식재산권 심판·소송비용 지원 사업 세부 프로그램 ⓒ 경기뉴스광장
지원유형은 ▲지식재산권 무효심판 500만 원 ▲취소심판 400만 원 ▲권리범위 확인심판 500만 원 ▲지식재산권(영업비밀포함) 소송/가처분 및 기술유출 등 관련 형사소송에 700만 원 등이다. 기업 당 2,000만 원 한도 내에서 여러 건 지원도 가능하다.
도는 지난 15일 첫 번째 지원 대상으로 ‘지식재산권 심판·소송비 지원사업’ 공모에 응한 13개사를 최종 선정했다. 이 기업들은 특허무효심판 등 총 28건의 심판·소송비용을 지원 받는다.
신청 분쟁사건 중에는 ▲중국에서 수입된 특허침해 물품에 대한 침해행위 금지 소송 ▲사내 기술 유출에 대한 형사소송 등 민사·형사 소송이 포함돼 있다.
경기지식재산센터는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신청기업 중 사안의 시급성 및 심판·소송의 결과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지원기업을 선정한다. ⓒ 경기뉴스광장
선정된 기업은 기술탈취나 유출, 지식재산권 쟁송 등과 관련해 변리사 등 전문가의 법률서비스 비용을 지원받게 되며, 관련 절차에 대한 심층 상담도 지원받을 수 있다.
한편, 도는 오는 12월 28일까지 ‘지식재산권 심판·소송비용 지원 사업’ 2차 모집을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재)경기테크노파크(www.gtp.or.kr) 홈페이지 또는 경기도 기술보호데스크(031-776-4891)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도·특허청·대한변리사회, 중소기업 지식재산 보호에 ‘맞손’
경기도의 중소기업 기술보호 사업은 특허청과 대한변리사회가 함께 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9일 김용래 특허청장, 홍장원 대한변리사회장과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및 지식재산 보호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9일 김용래 특허청장, 홍장원 대한변리사회장과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및 지식재산 보호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 경기도청
협약에 따라 이들 기관은 중소기업의 영업비밀, 아이디어 등 기술의 탈취·유출 예방 및 피해기업 구제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또 ▲중소기업 지식재산권 침해 예방 ▲해외 분쟁 대응 공동지원 ▲지식재산 분쟁 현황 실태조사 ▲특허청 지식재산특별사법경찰 협력 강화 ▲중소기업 지식재산공제 가입 등에도 힘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