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 콘텐츠 전반에 역주행 열풍이 불고 있다. 그중 가장 많이 소비되고 있는 가요, 드라마, 영화 등 전 연령층이 즐기고 있는 이 분야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인기요소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역주행 열풍의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MZ세대’들 덕분이다. 복고(레트로)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한 이들에게 과거 유행했던 드라마, 가요 등은 신선하게 다가왔고 그에 따른 결과가 역주행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대표적으로 무한도전에서 나온 ‘무야호’라는 말은 MZ세대들이 만든 역주행 열풍의 대표적 예시다. 이 말은 무한도전에서 나온 한 어르신이 말한 말인데, 그 뒤에는 ‘그만큼 신나시는 거겠지’라는 대사가 함께 붙어야 완성이 되는 일종의 대사였다. 이 말은 당시엔 큰 여파가 없이 웃으며 넘어갔던 말이다.
하지만 최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재언급되면서 무야호라는 말이 신날 때 사용하는 말로 변화했다. 덕분에 당시 방영됐던 무한도전을 찾아보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심지어 현재 어르신의 근황은 어떠한가라는 주제로 콘텐츠들이 생성되기도 했다.
이처럼 문화 콘텐츠계를 휩쓸고 있는 역주행 열풍, 어느 분야에서 가장 잘 나타나고 있을까?
■ 가요계를 휩쓴 역주행의 열풍, ‘역주행 송’이 대세
최근 가요계는 역주행 열풍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인기리에 방영 중인 ‘놀면 뭐하니’는 그룹 SG워너비를 다시금 유명하게 하는 등 가요 역주행에 이바지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놀면 뭐하니’는 진행하는 프로젝트마다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나고 있다. 특히 최근 출연한 MSG워너비의 인기는 가요계의 역주행을 불러일으켰다.
그중 그 프로젝트에 함께 했던 SG워너비가 그 혜택을 톡톡히 받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남학생들의 우상이었던 이들은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예전만큼의 인기를 누리진 못했다. 그러던 중 이 프로그램을 만나 인기를 다시 누리게 됐고 그 결과 17년 전 발매한 1집 앨범의 타이틀 곡이 가요 프로그램의 1위 후보에 오르는 등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특히 당시 프로그램에서 보였던 무대 영상은 유튜브에서 누적 조회수가 5,500만이 넘어가는 등 사랑을 받았으며 그 후 광고와 행사 요청이 50여 개가 들어올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실 과거 노래들을 재조명하는 프로그램은 여럿 있었다. 무한도전에서 진행한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요다)’를 비롯해 슈가맨 등이 그 예이다. 이번에 ‘놀면 뭐하니’가 그 바통을 이어받아 역주행의 바람을 몰고 있는 셈이다.
과거 유행했던 노래가 다시금 조명받는 일은 비단 예능에서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는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직접 옛 노래들을 리메이크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중 쿨의 ‘아로하’나 신효범의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는 리메이크를 통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게 됐다.
이외에도 80년대 일본에서 인기를 누렸던 ‘시티팝’도 역주행 바람에 주역이다. 1970년대 중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중흥했던 음악 스타일인 시티팝은 이름 그대로 도회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으며 80년대 일본 버블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이기도 하다.
사실 시티팝의 경우 한 일본 가수의 노래가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면서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이 장르는 최근 뉴트로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면서 최근 역주행의 신화를 쓴 브레이브걸스, 유빈, 선미 등 여러 가수들이 시티팝 장르를 부르면서 현재에 이르게 됐다.
또한, 시티팝의 고장인 일본에서 온 한 여자 가수는 한국에서 한국어로 된 시티팝을 발매하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 웹툰 원작 기반 영화, 드라마의 흥행으로 원작도 덩달아 인기
웹툰을 기반으로 한 영화계와 드라마는 역주행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중 최근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신과 함께’는 흥행을 하면서 원작인 웹툰도 덩달아 관심을 받게 됐다. 사진은 경기도가 만든 경기웹툰. ⓒ 경기도청
영화계에서도 역주행 열풍은 불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신과 함께’는 흥행을 하면서 원작인 웹툰도 덩달아 관심을 받게 됐다.
수준 높은 연기력과 몰입감으로 인기를 누렸던 ‘내부자들’도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원작이 미완결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상영된 후 많은 사람이 찾는 등 인기를 누린 작품이기도 하다.
최근 역주행 웹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미생’, ‘스위트홈’, ‘이태원클라스’ 등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다시 회자되는 작품들이다.
먼저 원작인 웹툰 ‘미생’은 사회 초년병의 눈으로 직장인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수많은 마니아층을 양산시킨 작품이다. 이러한 작품을 재해석한 드라마의 경우 탄탄한 기본 에피소드와 배우들이 각 캐릭터와 100%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여 많은 인기를 누렸다. 특히 드라마 방영 후, 웹툰은 100만 부 넘게 팔리며 인기를 실감케 했다.
‘송곳’이라는 웹툰도 드라마가 방영된 후 일일 베스트셀러 1위를 다시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서점 관계자에 의하면 드라마 방송 직후 ‘송곳’ 단행본 주문은 방송 전에 비해 10배까지 급상승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역주행의 모습은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초 웹툰 원작으로 방영된 드라마 ‘이태원클라쓰’는 일본 넷플릭스에서 방영 후 1위를 기록하고, 일본 시장에 맞게 각색된 웹툰 롯본기 클라쓰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특히 이태원클라쓰의 경우 매회 시청률 기록을 경신하는 것은 물론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과거 연재됐던 동명의 웹툰이 쟁쟁한 웹툰들을 누르고 전체 랭킹 1위를 기록하는 등 ‘역주행’을 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네이버 웹툰 기반의 드라마 `스위트 홈`은 넷플릭스에서 글로벌 인기 랭킹 3위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모은 후, 최근 이전 세계를 다룬 ‘엽총소년’의 연재를 시작했다.
■ 스트리밍 서비스로 역주행하는 옛 드라마
최근 옛 드라마가 유튜브와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를 매개로 일종의 역주행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자료사진. ⓒ 경기도청
최근 옛 드라마가 유튜브와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를 매개로 일종의 역주행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10~20대 젊은 층이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사이 이른바 ‘옛드’에 관심을 두면서 지상파 방송사들이 직접 전용 유튜브 계정을 개설하고 인기 작품들을 대거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사람들로 하여금 인기를 누리는 역주행 프로그램들이 늘어났다.
MBC ‘옛드: 옛날 드라마’ 채널의 경우 2006년작인 ‘궁’이 최대 2,000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SBS의 ‘빽드-스브스 옛날 드라마’ 채널에서도 ‘야인시대’, ‘모래시계’ 등 과거의 화제작을 숏폼으로 선보이고 있다. KBS는 국내 지상파 중 최초로 유튜브 월정액 서비스를 도입해 총 70여 편의 드라마 풀 VOD를 제공하고 있다.
구체적인 작품을 살펴보면 1980년부터 2002년까지 방영한 ‘전원일기’는 MBC ON 등으로 꾸준히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OTT 웨이브에서는 5월 마지막 주(24일∼30일) 인기 드라마 차트 10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2002년 방영해 50%대(닐슨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한 ‘야인시대’는 온라인에서 당시 인기를 재현하고 있다. 배우 김영철의 “4달러”, 배우 김영인의 “내가 고자라니” 등 극중 명대사가 ‘밈’(인터넷상 유행 콘텐츠) 현상으로까지 번진 덕분이다.
과거 방영된 군디컬 드라마 ‘푸른거탑’의 경우 군대를 희화화하여 재미와 공감을 한 번에 잡은 콘텐츠였다. 이 드라마도 최근 유튜브에서 실시간 스트리밍을 통해 인기를 누리게 됐고 덕분에 당시 출연했던 배우들은 유튜브를 비롯해 최근 근황을 공개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해 선보이는 등 역주행의 좋은 본보기로 자리잡았다.
■ 제2전성기를 누리는 옛 드라마의 주역들
옛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했던 주연 배우들의 대사가 다시금 재조명되면서 역주행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드라마 ‘야인시대’는 17년이 흐른 2019년에 다시금 언급되기 시작했다. 바로 김두한의 장년 때를 연기했던 배우 김영철이 나온 한 장면 때문이다.
당시 4달러에 임금협상을 하던 이 장면은 평상시 인터넷상에서도 언급되어왔지만 최근 버거킹에서 그 영상을 새롭게 만들어 광고로 만들게 됐다. 이후 이 배우는 폭발적인 관심과 함께 올해의 브랜드대상 인물문화부문을 수상하는 등 인기를 누리게 됐다.
또한 젊은 김두한을 연기했던 배우 안재모도 최근 유튜브에서 야인시대를 패러디한 콘텐츠를 촬영하는 등 역주행 열풍에 올라타기도 했다.
같은 맥락으로 도박꾼의 이야기를 담은 ‘타짜’에 출연한 배우 김응수도 당시 대사였던 ‘묻고 더블로 가’라는 명대사로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배우 또한 앞서 언급한 같은 패스트푸드 프렌차이즈 광고에 등장하면서 인기를 끌었고 이후, 각종 광고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 남자가수 중 단연 인기가 많았던 가수 비는 최근 유튜브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과거부터 음악, 연기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그였지만 최근 한 콘텐츠로 인해 인기가 급부상하게 됐다. 바로 그가 발표했던 ‘깡’이라는 노래 때문이다.
당시 앨범이 발표됐던 2017년에는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이후 2020년 한 여고생이 ‘1일1깡 여고생’ 이라는 제목과 함께 패러디하는 영상을 올리면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각종 유튜버들을 비롯해 지자체까지 깡 패러디에 나서면서 그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치솟았다. 이후 비는 인기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출연하면서 유재석과 이효리와 함께 무대에 서는 등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