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2020년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43.1%는 신조어의 의미를 몰라 곤란했던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 국립국어원 출처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에는 다양한 언어들이 공존하고 있다. 크게는 우리가 쓰는 한글과 외국어로 구분할 수 있지만, 이제는 단순히 외국어만이 우리의 언어장벽을 만들고 있지 않다. 바로 신세대 MZ세대들이 쓰는 ‘신조어’ 때문이다. 신조어란 새로 생긴 말. 또는 새로 귀화한 외래어를 뜻하는 말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립국어원이 전국 만 20세~69세 성인 남녀 5,000명에게 실시한 ‘2020년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우리 국민의 43.1%는 신조어의 의미를 몰라 곤란했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신조어 외에도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5명은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욕설이나 비속어를 자주 또는 가끔 사용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욕설: 46.9%, 비속어: 48.1%). 그런데 본인에 대한 질문에는 10명 중 2~3명만 욕설이나 비속어를 자주 또는 가끔 사용한다고 응답하였다
이처럼 신조어는 최근 등장한 용어로 오해하기 쉽지만 신조어는 예전부터 사용돼왔다. 이에 따라 국립국어원에서는 1994년부터 신어의 조사 연구를 시작으로 현재까지도 신조어를 분석, 정리하고 있다.
또 신조어는 사회 여러 분야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주로 새로운 사물이나 현상의 표현을 나타낸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사회의 변화 방향을 분석하는 자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신조어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는 그 수명이 길지 않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10대가 아닌 20대 포함 어른들이 사용하면 그건 이제 신조어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보다 더 나아가면 ‘공공기관에서 신조어(밈)를 이용하면 그 수명은 끝났다.’란 우스갯소리도 있다.
국립국어원은 1994년부터 신조어 조사 및 연구를 실시하고 있으며, 당시 조사된 신조어의 갯수는 1,589개다. ⓒ 국립국어원 출처
실제로 1994년 신조어 조사 결과에 의하면 당시 조사된 신조어는 1,589개로 기존의 언어와 유연성 없이 새롭게 창조된 말은 없었다. 그중 한자어가 897개로 56%를 차지했으며 고유어+한자어가 217개(14%), 외래어 207개(13%), 한자어+외래어 136개(9%) 순으로 조사됐다.
당시 쓰이던 신조어는 ‘가격파괴’, ‘가구원’, ‘가맹점’, ‘가이드라인’ 등으로 현재도 쓰이고 있는 용어들도 많았지만, ‘나으리님’, ‘노운동가’, ‘엽기성’, ‘유가지’ 등 현재 다른 단어로 대체되거나 쓰이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이처럼 옛날부터 우리 일상 속에 녹여져 있던 신조어. 우리가 외래어나 신조어 등을 흔하게 사용하는 건 문제가 없는 걸까? 우리가 신조어나 외래어를 쓸 때 들었던 이야기는 ‘우리말로 순화해서 사용해야 한다’라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외래어 표현을 무조건 거부하거나 순화해서 쓰는 것도 마냥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특히나 대화하는 데 있어서 무조건적인 순화어를 사용한다면 이질감이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분별한 신조어 사용과 외래어 사용도 원활한 대화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국립국어원에서는 외래어를 쓰되 남용하는 걸 지양해야 하며 충분히 순화된 표현을 쓸 수 있는 맥락이라면 순화어를 쓰길 권하고 있다.
■ 지금 유행 중인 또는 유행했던 신조어는?
현재는 어떤 신조어들이 사용되고 있을까? 1994년 조사된 신조어들은 대부분 한자어로 이뤄져 있었다면 현재 신조어들은 한자어보단 외래어를, 또 새롭게 창조되거나 줄여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근 MZ세대들이 주로 사용하는 또는 사용했었던 신조어들을 모아봤다.
▲ 킹리적갓심
‘합리적의심’을 뜻하는 신조어로 그 의미를 더 강조하기 위해 왕이라는 말의 ‘킹’과 신을 뜻하는 ‘갓’을 넣어 만든 단어다.
▲ 쿠쿠루삥뽕
상대방을 약올리거나 화를 내게 하기 위한 의도로 사용되는 신조어로 그 의미는 없다. 웃음소리처럼 사용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 홀리몰리과카몰리
영어 홀리몰리(HolyMoly)와 아보카도를 주재료로 만드는 소스 과카몰리(Guacamole)를 연결해 만든 신조어다. 주로 감탄사로 쓰인다. 이 말이 만들어진 이유는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랩의 열풍덕분인데, ‘몰리’라는 말을 랩처럼 돌림사용함으로써 어감과 중독성 그리고 재미까지 한 번에 잡을 수 있어 널리 사용된다.
▲ 어쩔티비 저쩔티비 시리즈
‘어쩌라고 저쩌라고’라는 말에 ‘라고’가 빠지고 ‘티비’가 들어가면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정확히는 ‘어쩔티비’는 ‘어쩌라고 가서 티비나 봐’라는 말로 상대의 말을 무시하거나 대답하기 싫을 때 사용한다. 이 신조어는 길게 이어진다는 점과 반박할 수 있는 신조어가 있다는 점이 특징인데, 주로 ‘어쩔티비 저쩔티비 안물티비 안궁티비 뇌절티비 우짤래미 저짤래미 쿠쿠루삥뽕 지금 화났쥬?~’으로 진행되며 상대방을 도발하는데 사용된다. 이 말을 반박하기 위해선 티비보다 더 비싸고 좋은 제품을 붙여 말하면 되는데, 대표적으로 ‘어쩔티비’에는 ‘어쩔냉장고’ 이런 식으로 하면 된다.
▲ 당모치
당모치는 ‘당연히 모든 치킨은 옳다’라는 말의 줄임말이다. 최근 MZ세대들이 선호하는 식품인 치킨을 가리켜 말하는 신조어다.
▲ 너또다
‘너 또 다이어트하니?’의 줄임말로 다이어트를 매번 결심하지만 성과가 미흡한 사람에게 하는 말을 의미한다.
▲ 닝바닝
‘닝겐 바이 닝겐’이라는 신조어로 ‘인간’을 뜻하는 일본어의 ‘닝겐’과 영어 ‘by’를 합친 합성어 및 줄임말이다. 사람별로 차이가 있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비슷한 말로 ‘casecase(케바케)’, ‘사람 바이 사람(사바사)’가 있다.
▲ ㄴㅇㄱ
‘상상도 못한 정체’라는 뜻을 가진 신조어로 자음으로만 이뤄진 게 특징이다. 이는 공중파 방송에 출연한 개그우먼 신봉선의 동작을 형상화해 만든 용어로 당시 자막으로 쓰인 말이 ‘상상도 못한 정체’였기 때문에 이 뜻을 가지게 됐다.
▲ 잼민이
초등학생 등 어린이들을 일컫는 신조어로 본래 민폐를 끼치는 저연령층 아이들을 일컫는 말로 쓰이다가 현재는 저연령층의 아이들을 통틀어 지칭할 때 쓰인다.
▲ 뇌절
똑같은 말이나 행동을 반복해 상대를 질리게 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지칭하는 신조어다. 본래 인터넷상에서 ‘1절, 2절, 명절에 큰 절, 카카시 뇌절까지 하네’라는 문구가 유명해지면서, 같은 것을 지겹게 반복하는 행동을 가리키는 말로 자리 잡았다. 여기서 뇌절은 일본 만화인 나루토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사용하는 기술이다.
▲ 손민수(하다)
남의 것을 똑같이 배껴서 하는 행위를 뜻하는 신조어다. 이 말의 유래는 과거 네이버에서 연재하던 한 웹툰에 등장한 인물에서 따온 것인데 그 인물이 여자 주인공의 행동이나 패션 등을 똑같이 따라하면서 네티즌들 사이에 빌런으로 자리잡게 됐다. 이후 남을 따라하고 모방하는 사람이나 행동을 뜻하는 말로 그 인물의 이름을 따서 ‘손민수 하는 법’, ‘손민수하다’ 등으로 쓰이게 됐다.
▲ 내또출
‘내일 또 출근한다’의 줄임말로, 주말의 휴식 뒤에 이어지는 월요일 출근에 대한 스트레스를 표현하는 신조어이다. 이는 월요일 아침에 특히나 피곤한 상태를 뜻하는 ‘월요병’과 비슷한 의미라 할 수 있다.
▲ 갑통알
‘갑자기 통장을 보니 알바(아르바이트)를 해야겠다’를 줄인 신조어로 통장 잔고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쓰이는 말이다.
▲ 쌉가능
‘완전’을 강조하는 접두어로 통용되는 ‘쌉’과 ‘가능’이라는 단어의 합성어로 완전 가능이라는 뜻의 신조어다. 이와 비슷한 용어로 ‘무조건 할 수 있다’라는 뜻의 ‘쌉파서블’, ‘쌉에이블’ 등이 있다.
▲ 쪄죽따
‘쪄 죽어도 따뜻한 아메리카노’라는 뜻의 신조어로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반대말로 쓰인다.
▲ 군싹
‘군침이 싹 도노’라는 말을 줄인 신조어로 어린이 애니메이션인 ‘뽀로로’에 나온 ‘루피’라는 캐릭터와 함께 쓰인 말로 유명하다. 덕분에 루피라는 캐릭터의 굿즈와 이모티콘 등이 함께 출시되며 인기를 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