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남매는 돼야 다둥이 가족이죠”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에 사는 김정수 씨 가족. 김씨 부부와 12남매, 노모, 여동생, 며느리, 손자 등 18명이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다. ⓒG뉴스플러스 유제훈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에 사는 김정수(51)·함은주(41) 씨 부부는 2년 전 자녀가 무려 11명이었다. 그해 경기도로부터 도내 최고 다둥이 가족으로 인증서까지 받았다. 2년 새 부부는 아들 하나를 더 낳았다. 이제 12남매다. 하나 키우기도 벅차다며 출산을 꺼리는 요즘, 경기도 최고 다둥이네를 찾아가 가족의 의미를 들여다봤다.

김정수 씨 가족은 부부와 12남매를 비롯해 노모, 여동생, 며느리와 손자까지 18명이 한 지붕 아래 산다. 큰아들인 김영광(23) 씨의 아내 김인아(22) 씨 뱃속에 있는 아이까지 합하면 19명이다. 막내아들 영훈(2)이 영광 씨의 아들 도현(2)보다 생일이 일주일 빨라 삼촌과 조카가 동갑내기다.

김정수 씨는 아내 함은주 씨와 23년 전 결혼해 슬하에 아들 7명, 딸 5명을 뒀다. 결혼 초 출산계획은 보통 가정처럼 아들 하나, 딸 하나였다고 한다.

김씨는 “첫아이가 아들이어서 다음에는 딸이었으면 했는데 연달아 아들 둘을 낳았다. 딸 하나만 얻고 그만 낳자 했는데 정말 넷째가 딸이었다. 이제 그만 낳자 했는데 또 생기더라”며 웃었다.

아이가 생길 때마다 양육 걱정에 낳지 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하늘이 준 생명을 인력으로 어찌하는 것은 옳지 않다 생각하고 그저 자신들의 복으로 여겼다. 김씨는 “12번째 아들을 끝으로 이젠 정말 아이를 그만 낳자고 결심했다”고 했다.



“12남매는 돼야 다둥이 가족이죠”

◇용인시 다둥이네 집. ⓒG뉴스플러스 유제훈


남매가 12명이면 하루하루가 바람 잘 날 없을 것 같지만 김씨 자녀들은 사이가 좋아 싸우는 일이 별로 없다.

“아이들이 우애가 깊어요. 한번은 학교에서 다른 애들이 동생한테 못되게 굴었다는 얘기를 듣고는 큰애 작은애 할 것 없이 몰려갔다 왔다는 거예요. 한참을 웃었죠.”

물론 군기반장은 있다. 큰아들 영광 씨다. 영광 씨가 집에 없으면 둘째 영완(21) 씨가 동생들 간 문제를 조율하는 ‘포청천’ 역할을 한다.

김씨 부부가 자녀교육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부분은 인성이다. 그래서 존댓말 사용을 원칙으로 한다. 부모가 서로 존댓말을 사용하면서 아이들도 덩달아 윗사람을 공경할 줄 아는 아이들이 됐다.

김씨는 “애들이 많다보니 선생님을 뵙기 위해 학교를 자주 찾는 편”이라며 “선생님께서 우리 애들이 학업성적은 좀 뒤쳐져도 인성교육만큼은 확실하다고 해 무엇보다 기뻤다”고 말했다.



“12남매는 돼야 다둥이 가족이죠”

◇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G뉴스플러스 유제훈


다둥이네는 사교육을 받을 만큼 형편이 넉넉지 못하다. 쌀 100kg도 한 달이면 동이 나고 방학이면 140kg의 쌀을 소비한다. 모자라지만 그렇다고 크게 부족하지는 않을 정도의 수입으로 가족들은 생활하고 있다.

지금은 성인이 된 큰애들이 일을 해 생활비를 보태고 동생들 용돈도 준다. 작은애들도 일찌감치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어 쓰기 시작했다. 서로 얼마를 벌었는지 경쟁하고 저축도 하면서 경제관념이 생겨 돈 귀한 줄 아는 아이들이 됐다.

김씨 가족의 사연은 방송전파를 타기도 했다. 하지만, 방송 출연이 오히려 가족에게 상처가 된 부분이 있다.

아내 함은주 씨는 “저출산이다 뭐다 해서 좋은 취지로 방송에 몇 번 나갔었다. 아이가 많다 보니 주위에서 부러워하기도 하고, 도움도 주셔서 고맙게 여겼다”며 “그런데 항간에 우리 가족이 도움을 바라고 방송에 나간다는 얘기가 돌더라. 너무 속상하고 아이들이 상처 받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김씨 부부에게 12남매는 인생의 전부다. 부부의 바람도 오직 자녀들의 행복이다.

“큰애부터 작은애까지 차를 주차할 수 있는 마당이 넓은 집을 하나 사고, 각 지역에 분가한 아이들의 집을 돌며 팔도유람을 하는 게 꿈이에요. 무엇보다 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게 가장 큰 바람입니다.”

저출산 시대, 다둥이 가족은 ‘다복(多福)이 가족’의 다른 말이다. 모든 가정이 다둥이 가족이 될 순 없겠지만, 보석 하나보단 열둘을 품고 사는 집안이 다복해 보이는 건 자연의 순리 아닐는지.



“12남매는 돼야 다둥이 가족이죠”

◇다둥이네 12남매. 윗줄 왼쪽부터 김영광(23), 영완(21), 영석(20), 소연(18), 미영(16), 소희(15), 미나(13), 영대(12), 아랫줄 왼쪽부터 영진(6), 소정(4), 영국(3), 영훈(2). ⓒG뉴스플러스 유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