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헷갈리는 추석 차례 ‘완전 정복’

◇‘남의 집 제사에 감 놔라 배 놔라 한다’는 속담이 있듯이 제사나 차례를 지낼 때는 집집마다 달리 행하는 예법을 따르면 된다. 그럼에도 차례 절차가 헷갈리는 사람들을 위한 표준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정순옥 다연예절원 원장 제공


추석 명절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추석 하면 차례(茶禮)를 빼놓을 수 없다. 주부들은 벌써부터 상차림 비용을 걱정한다. 제주(祭主)가 되는 남편은 조금 느긋하다. 추석 당일 아침이 돼서야 부산스워진다. 스마트폰으로 ‘차례상 차리는 법’, ‘차례 지내는 법’ 등을 검색하면서 ‘홍동백서’니 ‘어동육서’니를 떠올리며 제사상를 펴고 진설을 한다.

명절 때마다 지내는 차례인데도 상차림이나 차례 절차는 헷갈린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다 보면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에 어떻게 차례를 지내야 할지 감이 안 온다.

그래서 준비했다. 차례상 차리기부터 차례 지내는 법까지 완전 정복! 수원전통문화관 수석예절강사인 정순옥 다연예절원 원장의 ‘추석 차례상 차리기’ 강의 자료를 토대로 제수(祭需) 조리법, 지방 쓰기, 차례상 차리기, 차례 지내는 절차 등 추석 차례의 모든 것을 파헤쳤다.

더는 추석 당일 차례 지내는 법이 헷갈려 하염없이 인터넷 서핑을 하다 시간에 쫓겨 엉성하게 진설을 하고 두서없이 차례를 지내는 경망스러운 짓은 하지 말자.

#. 제수의 조리법

① 모든 제수의 조리에는 향신료인 마늘·고춧가루·파를 쓰지 않고 간장과 소금으로 조리한다.
② 과실은 아래와 위를 도려낸다. 복숭아는 올리지 않는다.
③ 꽁치, 멸치, 갈치와 같은 생선은 올리지 않는다.
④ 배, 사과 등 과실은 꼭지 부위가 위로 가게 담는다.
⑤ 곡식이나 채소, 과실은 접시에 적당히 담아 접시 수를 짝수로 한다.
⑥ 고기나 생선은 접시에 적당히 담아 접시 수를 홀수로 한다.
⑦ 제수를 그릇이나 접시에 담는 것을 ‘괸다’라고 한다.
⑧ 제수는 자손이 먼저 먹어서는 안 된다. 제상에 올릴 만큼 담아놓고 남는 것은 먹어도 괜찮다.

#. 지방의 한문·한글 서식



매년 헷갈리는 추석 차례 ‘완전 정복’

◇지방의 한문·한글 서식. ⓒ정순옥 다연예절원 원장 제공



#. 기제와 차례의 차이점

첫째, 기제는 조상이 돌아가신 날 밤에, 차례는 명절날 이른 아침에 지낸다.
둘째, 기제는 그날 돌아가신 조상과 배우자만 지내고, 차례는 기제를 받드는 모든 조상에게 지낸다.
셋째, 기제는 밥과 국을 올리고, 차례는 명절음식을 올린다. 설날에는 떡국, 한가위에는 송편을 올린다.
넷째, 기제는 술을 세 번 올리지만, 차례는 한 번만 올린다.
다섯째, 기제는 해(조기젓)를 올리지만, 차례는 식혜를 올린다.
여섯째, 기제는 술을 올릴 때마다 적을 올리지만, 차례는 적(육적, 계적, 어적)을 한꺼번에 올린다.

#. 추석 차례 진설도 및 제수 진설의 원칙

* 가가례(家家禮)란 말이 있듯이 제수 진설은 학파, 학자, 지역, 집안마다 다르다.
* 특히 과실의 진설에는 이견이 많다. 예서에는 모두 과(果)로만 표시돼 있다. 지역마다 생산되는 과실이 달랐기 때문이다. 일단 가장 합리적으로 여겨지는 홍동백서(紅東白西)와 동조서율(東棗西栗)의 원칙에 따라 진설했다. 일반적으로 조율시리(棗栗柹梨) 혹은 조율이시(棗栗梨柹)로 진설하는 경우도 많다. 조율시리는 서쪽에서부터 대추, 밤, 감, 배 순서대로 진설하는 것이다.(김득중의 『지향 가정의례』 참고)



매년 헷갈리는 추석 차례 ‘완전 정복’

◇추석 차례 진설도. ⓒ정순옥 다연예절원 원장 제공




매년 헷갈리는 추석 차례 ‘완전 정복’

◇제수 진설의 원칙. ⓒ정순옥 다연예절원 원장 제공


#. 추석 차례 지내는 법

1) 모든 자손이 정한 자리에 선다. 남자는 동쪽, 여자는 서쪽 자리에 선다.

2) 촛불을 켠다.
• 주인이 서쪽 초에, 주부가 동쪽 초에 불을 켠다.

3) 식어도 상관이 없는 음식을 먼저 올린다.
• 1열 중앙에 시접기 좌우에 잔반을 놓는다.
• 5열에는 과일을 올린다.(홍동백서, 동조서율)
서쪽부터 밤, 배, 산자, 다식, 약과, 사과, 감, 대추 순서
조율시리로 놓을 경우에는 서쪽부터 대추, 밤, 감, 배 순서로 놓는다.
• 4열은 서쪽에서부터 포, 나물, 간장, 물김치, 식혜를 올린다.(서포동혜(西脯東醯))
포는 머리는 동쪽으로, 등은 위로 가게 올린다.

4) 신위를 모신다.

5) 강신분향(降神焚香)을 한다.
• 하늘에 계시는 조상을 향을 피워 모시는 절차다.
• 주인이 향안 앞에 꿇어 앉아 향을 세 번 사른 후, 향로 뚜껑을 덮는다.
• 주인이 일어나 두 번 절한다.

6) 강신뇌주(降神酹酒)를 한다.
• 지하에 계실지 모를 조상의 혼백을 모시는 절차이다.
• 주인이 강신뇌주 잔반에 술을 따라 모사기(땅바닥 상징)에 세 번 나눠 모두 붓는다.
• 주인이 일어나 두 번 절한다.

7) 조상을 뵙는다.
• 모든 자손이 두 번 절한다.

8) 뜨겁게 드실 음식을 올린다.
• 2열 서쪽부터 국수, 국수, 육전, 육적, 계적, 어적, 어전, 떡, 떡을 올린다.
• 생선은 머리가 동쪽으로, 배가 신위 쪽으로 향하게 올린다.
• 3열 서쪽부터 육탕, 계탕(혹은 소탕), 어탕을 올린다.(어동육서(魚東肉西))
• 1열 서쪽과 동쪽에 송편을 올린다.
차례에는 명절 음식을 올리므로 추석에는 송편을 올리나 메(밥)와 갱(국)을 올려도 된다.

9) 술을 올린다.
• 주인이 주전자를 들고 윗대 조상의 술잔부터 차례대로 술을 가득 따른다.
• 자리로 돌아와 두 번 절한다.

10) 수저를 걸친다.
• 주부가 몸을 굽혀 예를 갖추고, 수저를 시접에 걸친다.
• 자리로 돌아와 두 번 절한다.

11) 자손이 7~8분간 공손히 서 있는다.
• 조상께서 마음 놓고 잡수시도록 모든 자손들이 잠시 뒤로 물러나 공손히 서 있는다.

12) 수저를 내린다.
• 주부가 수저를 시접기에 내려놓는다.

13) 조상님을 보내드린다.
• 모든 자손들이 두 번 절한다.

14) 지방은 태워 재를 향로에 담는다.

15) 차례상의 음식을 내린다.

16) 모든 자손들이 제수를 나눠 먹으며 조상의 음덕을 기린다.



매년 헷갈리는 추석 차례 ‘완전 정복’

◇사실 명절 때 주요한 것은 차례 절차보다 조상의 은덕을 기리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중요하다. ⓒ정순옥 다연예절원 원장 제공


위의 절차가 복잡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위한 간편 절차도 있다.

#. 추석 차례 간편 절차

- 제상(제사상)을 편다.
- 제상 앞에 향안(향로, 향합), 주가(주전자, 잔반), 모사기를 차려 놓는다.
- 초에 불을 켠다.
- 송편(혹은 메, 갱)과 적을 제외한 모든 제수를 진설한다.
- 신위를 모신다.
- 주인이 오른손으로 향을 세 번 집어 사른 후 두 번 절한다.
- 주인이 술을 모사기에 세 번 나눠 부어 좨주(祭酒, 모사기나 퇴주기에 나눠 부는 것)한 후 두 번 절한다.
- 모든 자손이 조상을 뵙는 절을 두 번 한다.
- 삼적(육적, 어적, 계적)을 올린다.
- 송편(혹은 메, 갱)을 올린다.
- 주인이 주전자를 들고 윗대 조상의 잔반에 차례대로 술을 따른다.
- 주인이 향안 앞으로 돌아와 두 번 절한다.
- 주부가 윗대조상부터 그릇의 뚜껑을 열고, 시저를 시접기에 걸친다.
- 주부가 향안 앞으로 돌아와 두 번 절한다.
- 모든 자손이 7~8분간 공손히 서 있는다.
- 주부가 시저를 시접기에 담고, 그릇 뚜껑을 덮는다.
- 모든 자손이 조상을 보내는 절을 두 번 한다.
- 지방을 태워 재를 향로에 담는다.
- 제상 위의 제수를 내린다.
- 자손들이 제수를 먹으며 조상의 음덕을 기린다.

<참고문헌>
김득중, 『지향 가정의례』, 중화서원, 2007.
박명옥 최배영, 『테마가 있는 예절이야기』, 새로운 사람들, 2006.
안혜숙 주영애 김인옥, 『한국가정의 의례와 세시풍속』, 신정, 2002.
원영주, 『열두 달 세시풍속』, 계림, 2010.
한국여성교양학회 예절연구회, 『생활예절』, 신정, 2003.



자료 제공: 정순옥 다연예절원 원장


매년 헷갈리는 추석 차례 ‘완전 정복’

◇정순옥 다연예절원 원장. ⓒ경기G뉴스

현) 다연예절원 원장
현) 수원전통문화관 예절교육관 수석예절강사
현) 사)한국예절교육협회 지도위원
현) 서울아동복지센터 전통문화체험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