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없는 대학 ‘자진 퇴장’ 길 열어줘야
대학의 퇴출·통폐합을 유인해 대학 수를 줄이고 80%에 이르는 기형적인 대학진학률을 낮추자는 의견이 나왔다.
경기개발연구원 정책센터 최용환·황상연 연구위원과 경제사회연구부 김을식 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대학진학률 80%의 허와 실>(이슈&진단 8호)에서 현행 정책으로는 자발적 구조조정에 제한이 많아 대학 공급과잉을 해소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설립자 재산보전 등 자발적 퇴출 유인책과 등록금 자율화를 통한 대학 간 경쟁 유도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실업자는 느는데 중소기업은 인력난
보고서는 우리나라 대학생 수가 1980년 64만여명에서 2010년는 364만여명으로 6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밝힌 후, 대졸 인력의 급격한 팽창이 청년실업의 가중과 중소기업 인력난을 동시에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OECD 회원국 중 4번째로 높은 등록금 수준에 비해 학생들의 교육 만족도는 낮으며,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과 학생 유치에 치중하면서 상대적으로 경쟁력 강화에는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속출하고 있다. 2010년 현재 전국 191개 대학 중 11%인 21개 대학이 정원의 70%를 채우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들 대부분이 사립대(19곳)와 비수도권(17곳)이었다. 고교 졸업생 수가 대학 입학정원을 하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2014년 이후에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형적 대학진학률의 원인으로는 대졸자 중심의 사회 분위기가 먼저 지적됐다. 대학 졸업장이 ‘신분증’으로 작용하는 학벌 중시 풍토, 학벌의 신분상승 도구화, 학력에 따른 직장에서의 차별적 처우 등이 그것이다.
정책의 한계도 지적됐다. 1974년 고교평준화, 1980년 졸업정원제, 1995년 5.31 교육개혁을 거치며 대학 설립요건이 완화되고 정원 규모를 키웠다는 것이다. 졸업정원제와 5.31 교육개혁 등은 대학교육에 경쟁의 원리를 도입하여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서 시도되었으나 정부 정책의 원칙들이 후퇴하면서 대학의 양적 팽창만 가져왔다.
정부 재정지원을 받는 대학들은 현실에 안주하였으며, 등록금 자율화 이후 대학들은 학생유치와 등록금 인상에 의지했다. 또한 2004년부터 추진된 특성화를 위한 구조개혁사업의 성과도 미진했으며, 한계 사립대학의 퇴출과 통폐합을 위한 유인요소가 부족했다. 특히 사립학교 해산시 설립자의 재산 환원이 불가능하고, 학교간 합병시 캠퍼스의 재산권 활용이 제한되면서 자발적 구조조정의 길이 가로막혔다는 것이다.
구조조정 유인하고 경쟁은 강화해야
보고서는 대학의 퇴출·통폐합 지원을 통한 대학 수 감축과 공급과잉 해소를 개책으로 내놓았다. 해산되는 대학 재산의 공공·민간 구입을 가능케 하는 등 자발적 퇴출의 길을 틔워 주자는 것이다. 등록금 전면 자율화를 통한 대학 간 학생유치 경쟁 유도, 대학시장 개방을 통한 경쟁 강화 및 해외 유학생 유치 등도 함께 제시했다.
대학 간 ‘학생충원 경쟁’을 ‘인력양성 경쟁’으로 전환하는 필요성도 대두했다. 대학교육·노동시장·산업 등 정부정책 간 연동을 강화하고, 대학-기업 간 협력을 강화해 인력 불일치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성과를 낸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와 중소기업과의 상생관계 강화, 지역 맞춤인재 양성을 위한 지자체의 역할 강화도 주문했다.
행정, 철도, 세무, 소방 등 특수고등학교를 설립하고 실업계 고교를 확대함으로써 대학교육의 수요를 줄이고, 학벌이 아닌 능력에 의해 대우받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자는 방안도 관심을 모았다.
이외에 보고서는 ?학제개편(중·고 과정 4년으로 단축 ? 2~3년 과정 초급대학 ? 대학원 및 전문교육) ?대학교육 질 제고(차등적 재정 지원, 인증제도 개선) ?차별화 및 이동성 제고(차별화 전략 지원, 대학간 편입 활성화) 등을 개선방안으로 제시했다.
문의 경기개발연구원 250-3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