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짙은 점퍼차림으로 성남 수진리고개에 도착한 시각은 4일 새벽 4시50분. 어둠 속에는 승합차 30여대가 사거리에 뒤엉켜 있고, 150여명의 일거리를 찾아 나선 인부들은 삼삼오오 새벽 찬바람에 웅성거리고 있었다.
이곳은 주로 건설현장의 일용직 철근공 기술자들이 모이는 인력시장. 가깝게는 경기도 용인과 기흥부터 멀리는 대전의 건설현장까지 투입된다.
김지사의 모습이 보이자 인부들이 하나 둘 몰려와 푸념을 던졌다. 한 인부는 “외국인 노동자들 때문에 일자리가 모자라 죽을 지경입니다. 이대로 나가다간 어디선가 폭발할 겁니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과거 건설현장에서 30%선을 차지했던 외국인 노동자, 특히 중국인들이 지금은 70%에 이른다는 이야기다.
그는 또 “중국인들이 일손이 모자란 제조업에 안가고 일당이 높은 편인 공사장에 모두 몰리다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허탕치기 일쑵니다”라며 “쉽진 않겠지만 건설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 쿼터제를 실시해 일자리를 제한해 줘야 합니다. 아니면 경기도나 성남시에서 발주하는 공사현장만이라도 우리 사람을 써주셔야 합니다”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인부는 “여기 사거리에 설치된 무인주차단속카메라부터 좀 어떻게 해주세요. 하루 10만원 벌러 나왔다가 6만원짜리 딱지만 떼고 가는 수도 있어요”라고 하소연. 인부를 실어 나르는 차량들 사이에는 자신의 승합차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어 무인 주차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는 불만이다.
김지사는 성남시 관계자들에게 “불과 한 시간 남짓의 인력시장이 서는 동안만이라도 무인카메라에 찍히지 않도록 해달라”고 즉석에서 요청했다.
김지사는 또 “외국인 쿼터제는 정부의 권한이라 이야기를 전하려 노력하는데 그치겠지만, 시 차원에서는 이들을 위한 주차장 정도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인부는 “그나마 철근공은 일당 15만원인데 잡부는 7만원 수준인데다 그 돈마저 한두달 뒤에 나옵니다”라며 “돈을 모으긴커녕 술값으로 나가는게 보통이죠”라고 했다.
50대의 한 인부는 “현장인부의 나이제한이 제도적으로 없어졌다 해도 50대는 아무도 써주질 않습니다. 게다가 아파트값, 공무원 월급은 계속 올라도 우린 10년전 일당 그대로입니다”라고 고개를 떨궜다.
선택받은 인부들이 떠나고 주위가 한산해지기까지의 시간은 불과 40분만인 새벽 5시20분경. 김지사는 허탕친 인부들을 인근 뼈해장국집으로 안내하고 소주잔도 기울이며 위로도 했지만 이들의 푸념은 계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