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3일 수원대 특강
[손 지사 특강 전문]
지난주에 영국의 구족화가 앨리슨 래퍼가 한국을 다녀갔습니다. 래퍼는 손발이 짧은 선천적 장애를 갖고 태어나 몇 주 만에 길거리에 버려졌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예술가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서 누구보다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방한은 제가 영어마을 영 챌린저 포럼에 강사로 초빙했기 때문입니다. 가까이서 그녀를 접하니 놀라운 점이 많았습니다. 양팔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고 다리도 짧은 그녀가 차를 몬다고 합니다. 그것도 온몸을 사용해 재규어 스포츠카를 몰며 시속 160km를 밟는답니다. 또 그 신체로 아기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자체가 놀라운 일 아닙니까? 그녀를 통해 인간이 자신에게 열어놓을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나 큰 지 확인합니다. 자신에 대한 존중, 자신에 대한 사랑, 자신에 대한 도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확인합니다. 공무원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에 대해 긍지와 자부심이 있다면 비리가 없어집니다.
경기도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얼마 전 파주에서 LG필립스 LCD공장 준공식을 가졌습니다. 공장 하나만 가로, 세로 200M가 넘는 규모입니다. 이런 공장 8개가 한 단지 안에 들어섭니다. LG필립스 LCD단지는 현재까지 6조원, 2012년까지 27조원이 투자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본 단지에서 4만2천명, 연관단지까지 합치면 1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합니다. LG필립스는 당초 2008년까지 공장가동을 요구했다가 나중에 2006년으로 당겨달라고 했습니다. 수도권규제에 군사보호구역을 뚫고 복잡한 인허가, 부지조성을 1년 만에 끝내야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경기도 공무원들은 설날, 제삿날, 환갑날에 가족들을 쫓아다니며 묘지를 이장하고, 한겨울에 5천 평짜리 텐트를 친 다음 온풍기를 돌리며 문화재를 발굴했습니다. 이러한 땀과 수고로 불과 3년 만에 세계적인 LCD단지가 가동에 들어간 것입니다.
사실 제가 여러분 나이일 땐 공장 따위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대학 1학년 때는 한일회담 반대투쟁을 위해 리어카에 돌을 싣고 다녔고, 2학년 때는 학생들을 조직하기 시작했으며, 3학년 때는 각종 시위를 배후조종했습니다. 경찰과 방첩대에 불려 다니기 일쑤였죠. 대학졸업 후에는 노동운동을 했습니다. 아, 한전에 시험 친 일도 있었네요. 당시에도 한전은 좋은 직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목적은 그게 아니라 한전 노조위원장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노동조합을 조직해 서울의 전깃불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면 혁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떨어지고 말았죠. 노동운동은 황석영 작가와 함께 구로 수출공단에서 펼쳤습니다. 한번은 목공장에 위장취업을 했는데 알고 보니 선배 한 분이 간부로 재직하고 있는 게 아닙니까? 유신체제에서 노동운동을 위해 위장취업을 하다 걸리면 간첩으로 몰립니다. 직장을 옮길 필요가 있었죠. 그때 박형규 목사를 만나 청계천 판자촌에서 빈민운동을 하게 됐습니다. 연탄중독으로 쓰러지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어요. 그러니 우리 어머니가 기가 막히지 않겠습니까? 제가 10남매의 막내입니다. 우리 큰 누나는 저보다 20살 위였는데 그 친구의 아들이 초등학교 같은 반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산에서 나무를 하고 똥지게를 나르며 밭농사를 지어 저를 키웠습니다. 그런데 막내아들이 노동운동, 빈민운동에 빠져서 늘상 경찰에 불려 다니니 큰 자식들에게는 얘기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으셨죠. 그럼에도 저는 노동자와 빈민이 제대로 사는 나라를 꿈꾸며 더욱 열심히 운동에 매진했습니다.
제가 KNCC 간사로 인권운동, 민주화운동을 펼치고 있을 때 부마항쟁이 일어났습니다. 진상을 조사하고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현지에 내려갔다가 김해보안대에 끌려가 며칠동안 두들겨 맞았습니다. 서울에서 대공수사단장이 내려와 “손학규, 너 여기 있었구나” 할 때는 장발장의 자베르 경감이 생각나 소름이 끼쳤죠. 사흘 만에 거기서 나와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했음을 알았습니다. 그랬던 손학규가, 기업하면 전태일과 노동자의 권리부터 떠올리던 제가 지금은 LG필립스 LCD단지를 만들기 위해 공무원들과 함께 밤잠을 설쳐가며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첨단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지금 이 시대에 제가 맡아야 할 소임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 서거 후 저는 이제 민주화가 시작될 것으로 믿고 영국유학을 떠났습니다. 그곳에서 변화하는 세계를 보며 이제 선진한국을 만드는 일을 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여러분 같은 훌륭한 젊은이들에게 값진 일자리를 만들어주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경기도지사가 되어 LG필립스 LCD단지, 경기영어마을 등을 만들고 한반도 전체로 눈을 돌려 북한과 벼농사 합작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북한이 빈곤하고 억압체제가 계속되면 통일은 없습니다. 이를 테면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고 개혁개방을 유도해야 통일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지금 경기도가 대한민국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지식기반 산업의 40% 이상이 경기도에 집중돼 있고 2005년에 새로 생긴 일자리 29만9천개 중 17만4천개를 경기도가 만들었습니다. 60%에 육박하는 수치군요.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고 움츠리면 아무 것도 못합니다. 경기도는 “세계 속의 경기도”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처음엔 세계의 기준을 우리 것으로 만들자는 취지였죠. 그러나 지금은 우리 것을 세계의 것으로 만들자는 뜻으로 바뀌었습니다. 파주LCD단지는 세계 기업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라고 일컬어집니다. 경기영어마을은 영어의 종주국인 영국의 BBC방송과 미국의 ABC방송이 취재를 다녀갈 정도입니다. 지금 세계화 추세는 글로벌라이제이션과 글로컬라이제이션을 거쳐 로커벌라이제이션의 시기로 접어들었습니다. 지역단위로 범세계적인 무한경쟁이 전개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한 흐름 속에서 이제 경기도가 세계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자기 자신을 사랑하십시오. 스스로를 존경하십시오. 그리고 내 안의 무한한 가능성을 찾아보십시오. 그럼 세계가 여러분들을 향해 열릴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