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택시기사' 김문수 경기지사가 예상보다 깊은 불황에 고개를 저었다.
김 지사는 설연휴 마지막 날인 27일 오전 6시50분 K운수의 택시를 배차받아 미터기 작동법 등을 배운 뒤 일일 택시기사로 팔소매를 걷어 붙였다.
김 지사는 먼저 수원역 앞 택시승강장에서 30여분만에 첫 손님을 태운 뒤, 이날 오후 7시까지 외국인 승객 다섯 차례(중국 베트남 체첸 방글라데시)를 포함해 모두 21차례(40여명) 승객을 태우고 운행체험을 마쳤다. 김 지사는 모두 8만9,000원을 벌어 사납금 6만9,000원과 연료비 1만원을 낸 뒤, 일당 만4천원을 포함한 2만4천원을 손에 쥐고 12시간짜리 택시체험을 무사히 끝냈다.
김 지사는 "승강장마다 길게 늘어선 택시들을 보면서 최근 경제가 얼마나 안 좋은지 절실히 느꼈다"며 "하루 12시간 꼬박 일하고 2만4천원을 벌었으니 한숨이 날만 하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한 여성 승객은 운전사가 김 지사인 것을 알아 챈 뒤 "기간제 교사를 하고 있다"며 "교사를 많이 채용해 일자리가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를 알아보지 못한 다른 승객은 김 지사가 말을 건넨 뒤에야 "우리 동생도 최근 실직을 했다"며 "솔직히 먹고 살기 어렵다 보니 옆자리 운전기사가 누구인지, 주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전 일과를 마치고 점심식사를 위해 팔달구 인계동의 한 기사식당에 들른 김지사는 "아직 사납금과 유류비 등을 채우려면 멀었다"며 서둘러 식당으로 들어가 택시기사들과 간담회와 식사를 겸했다.
택시기사들은 "수원시 택시요금 체계가 타 시군 등과 비교해 불합리한 점이 많다"며 "승강장도 신호체계 등을 개선하면 훨씬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을 건의했다.
김 지사는 "택시운전을 해보니 젊은 사람들은 도정이나 사회 등에 관심이 적었고, 택시요금 체계 등 시스템에서도 개선할 점이 있었다"며 "오늘 경험을 도정에 최대한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지사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택시가 민생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 체험에 나섰다"며 "앞으로 몇 번 더 택시 체험을 해본 뒤 다른 업종에서도 두루 체험을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도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자 지난달 택시운전 면허를 취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