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경제협력의 연결로, 한중 해저터널 기본구상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연 9%의 급격한 성장을 달성하고 있는데 전통 제조업에 기반한 중국의 경제성장이 기술주도형으로 전환됨에 따라, 일본 중심의 동북아 분업체계는 새로운 변화를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향후 동북아 주요 대도시권은 금융, 물류, 지식의 중심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과 협력관계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지역의 여객과 화물수요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해저터널을 포함한 다양한 복합 운송 시스템 구축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경기개발연구원은 ‘동북아 경제협력의 연결로, 한중 해저터널’ 기본구상 발표를 위한 국제 세미나를 10월 8일 전국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했다.
국제 세미나를 주최한 경기개발연구원 좌승희 원장은 “1992년 한중 수교가 이루어진 이후 중국과의 경제 교류협력은 20년도 되지 않은 짧은 기간 동안 급격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한국과 중국 간의 교역량 급증에 따라 보다 효율적인 여객 및 화물 운송시스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동북아지역의 통합운송망은 북한과 중국을 연결하는 TCR, 러시아를 연결하는 TSR을 중심으로 철도운송망 구축방안이 논의되어 왔는데, 이제는 한국과 중국 중부지역을 직접 연결하는 한중 해저터널 건설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한국과 중국은 경제와 문화, 역사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양국간 폭발적 교류 증대는 한국 서해안의 지방자치단체와 산둥성, 톈진 등 중국의 해안지역과의 교류협력을 위한 협의체 추진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축사를 통해 밝혔다.
김 지사는 이어 “해저터널 구상은 경기도뿐 아니라 국가적 과제로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동북아의 물류중심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연구가 지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표를 맡은 경기개발연구원 조응래 부원장은 ‘동북아 경제협력의 연결로, 한중 해저터널’이라는 주제로 동북아 고속철도망 현황과 해외 해저터널 건설사례를 제시했다.
조 부원장은 “한국의 고속철도(KTX)와 중국의 고속철도 허시에하오(和諧號), 일본의 신간센을 연결하면 동북아고속철도망 구축이 가능해지며, 이에 따라 경제통합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과 중국의 산둥성을 직접 연결하는 한중 해저터널이 건설되면 서울↔웨이하이 구간이 434㎞로 1시간 57분, 서울↔베이징이 1,366㎞로 4시간 26분, 서울↔상하이가 1,800㎞로 5시간 31분이 소요되어 “비행기를 이용할 때 소요되는 시간(공항까지의 접근시간 및 대기시간, 비행시간)과 비용을 고려할 때 해저터널이 경쟁력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중국을 연결하는 방안으로는 가장 거리가 짧은 산둥성 웨이하이시(威海市)에 있는 롱청시(榮成市)를 연결지점으로 가정하여 4개 대안이 검토 가능하다고 밝혔다. 1안(인천~웨이하이)의 경우 노선연장이 341㎞로 영종도에서 중국으로 연결되어 항공, 철도를 동시에 연계시킬 수 있는 대안이다. 인천공항철도를 이용할 경우는 내륙 인입선로의 추가건설은 필요 없으나, 인천공항철도 구간 및 서울시 구간에서 고속철도의 운행속도가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영종도에서 광명역을 직결하는 고속철도 노선을 신설하게 되면 전국에서 인천국제공항의 접근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2안(화성~웨이하이)의 경우 노선연장이 373㎞로 인구와 경제 비중을 고려할 때 한국 전체의 접근성 측면에서 양호하며, 경부고속철도 혹은 호남고속철도 강남선(수서~평택)과 연결 운영하게 되면 인입선로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는 대안이다. 또한 화성 유니버셜 스튜디오 등 관광지가 개발되면 중국 주요지역과 세계적인 테마파크의 직결이 가능하다.
3안(평택ㆍ당진~웨이하이)의 경우 노선연장이 386㎞로 타 노선에 비해서는 약간 길지만, 서해안 개발과 함께 추진된다면 접근성, 발전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서울에서의 우회거리가 늘어나며, 기존 경부고속철도와의 연결을 위해 60㎞ 정도의 철도 신설이 필요하다.
4안(옹진~웨이하이)의 경우 해상통과 구간이 221㎞로 가장 짧아 공사비가 저렴할 것으로 판단되나, 북한과 중국을 연결하는 대안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남북한간 통일에 준하는 관계개선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불확실한 측면이 있으며, 부산 등 남부지역에서 이용시 통행거리가 길어지는 단점이 있다.
한중 간의 해저터널은 철도 뿐만 아니라 자동차 이용객을 위하여 차량터널을 함께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 가능하나, 노선 연장이 373㎞로 길고 배기가스 처리 등의 환경문제를 고려할 때 차량이 통행하는 터널로 건설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어 고속열차가 운행되는 철도 터널로 계획하였다고 밝혔다.
해저터널이 지나가게 될 서해안의 최대수심은 76m, 평균수심은 40m로 양호한 것으로 판단되며, 지질의 경우도 터널굴착을 위한 기반암으로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한중 해저터널은 교량방식, 침매방식, 굴착방식 등이 조합된 형식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화성을 연결하는 2안을 기준으로 할 때 공사비는 117조 8천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중 해저터널 건설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275조 3,339억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00조 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를 얻게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조 부원장은 “향후 한중 해저터널 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중국 간에 연구협의체를 구성하여 분야별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토해양부에서는 ‘한중 해저터널 기초 연구’를 수행 중에 있는데, 본 구상안을 국토해양부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중국 내에서도 산둥성을 중심으로 한중 해저터널 사업이 검토된 이후 중국 중앙정부에 건의하는 형식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발표에 이어 중국 산둥성 교통과학연구소 쉬페이 연구원, 중국 산둥사회과학원 런지밍 연구원, 한국교통연구원 국가교통물류전략연구본부 권영인 연구위원,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과학부 김의준 교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해저시설물차폐기술개발연구단 신희순 단장,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동북아경제협력팀 정형곤 팀장 등이 토론을 벌였다.
붙임 : 발표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