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지사님? 손학규 선생님!
- 5월 11일 용인외고 특강
자신을 사랑하면 꿈을 이룰지니…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5월 11일 오후 용인외국어고등학교에서 “글로벌 시대와 인재의 조건”을 주제로 특강을 갖고 고등학생들과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웃옷을 벗고 가뿐한 모습으로 강단에 선 손 지사는 시종일관 특유의 옥스퍼드 악센트를 살려 영어로 강의를 진행했다. 학생들에게 “Young as well as you?”라고 물으며 분위기를 띄운 손 지사는 얼마 전 경기영어마을 초청으로 한국을 다녀간 앨리슨 래퍼의 얘기를 꺼내며 자신에 대한 사랑, 존경이야 말로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키워내는 덕목임을 강조했다.
“그녀는 선천적으로 양팔이 없고, 다리는 무릎까지 밖에 내려오지 않는 장애인입니다. 그런데도 아기를 낳아서 열심히 기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구족화가로 성공했습니다. 여러분 혹시 TV로 앨리슨 래퍼가 휠체어 타고 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요? 휠체어를 누가 밀던가요? 아들이? 아닙니다. 어깨로 레버를 움직여서 스스로 몰고 다닙니다. 그녀는 왼팔이 완전히 없습니다. 오른팔은 관절부분만 조금 돌출돼 있죠. 그걸로 휠체어를 몹니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그녀에게는 자기 소유의 재규어 스포츠카가 있습니다. 제가 차를 얼마나 빨리 모는 지 물어보니까 시속 100마일은 밟을 수 있다더군요.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녀는 왼발로 가속기와 브레이크를 밟고, 오른발로 와이퍼나 방향전환신호를 조작합니다. 그리고 핸들 대신 오른쪽 어깨로 레버를 움직여 운전을 즐깁니다. 더욱 놀라운 건 승마를 한다는 사실입니다. 온몸을 사용해서 말이죠. 그 신체조건으로 차를 몰고, 승마를 하겠다고 생각한다는 자체가 대단한 일이죠. 그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 존경이 없었다면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스스로의 가능성에 대해 믿음이 없었다면 엄두도 못 낼 일이었습니다.”
경기도가 세계의 모델!
세계화의 개념을 하나하나 풀어낼 때는 따뜻하고 자애로운 선생님 그 자체였다. 특히 “세계 속의 경기도”라는 캐치프레이즈를 해외 첨단기업 유치, LG필립스 LCD 단지, 경기영어마을을 예로 들며 설명하자 학생들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했다.
“세계 속의 경기도는 애초 세계수준을 따라잡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의 것을 세계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바뀌었습니다. LG필립스 건을 따내기 위해 우리 경기도는 타이완과 경쟁을 벌였는데요. 만약 거기 갔으면 지금쯤 타이완이 세계 LCD의 본산이 됐겠죠. 그걸 대한민국으로 끌고 왔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세계 제일의 LCD 종주국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겁니다. 세계는 이미 국가와 지역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지역단위 별로 경쟁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경기도가 세계무대에서 도쿄, 상하이, 타이완과 경쟁하는 시대란 말입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제는 지방이 세계를 이끄는 시대가 도래 했습니다. 그걸 로커벌라이제이션(Local+Globalization)이라고 합니다. 이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환경으로 영어마을을 만들었습니다. 지금 영어의 종주국인 영국, 미국, 호주에서 영어마을을 배우러 옵니다. 경기도가 세계의 모델이 된 것입니다. 우리는 중국이 아무리 쫓아와도 대한민국이 동북아의 허브가 될 수 있다는 걸 믿습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비전이 되고, 여러분의 비전이 돼야 합니다.”
생각하라! 감사하라! 도전하라!
손 지사는 마지막으로 자신에 대한 긍지를 가지고 세계를 보며 나아간다면 자신 뿐 아니라 나라까지 크게 만들 수 있다고 역설했다. 자신감이 희망을 낳고 결국 꿈을 이루게 만든다는 것. 이쯤 되자 독일어과 1학년 여학생 하나가 손 지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공직이나 정치에 관심이 있는 후배들을 위해 꿈을 이루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공직이나 정치 모두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일입니다. 공적인 일을 하는 것이므로 자신의 마음가짐을 체크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 사회는 어떤 사회인지, 나는 이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하고 말이죠. 저는 경기도지사를 맡기 전에 국회의원을 세 번 했고,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습니다. 그런데 어려서부터 의원이나 장관이 돼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우리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꾸준히 해왔죠. 그래서 농업지도자나 공학박사를 꿈꾸다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정치학과에 진학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저는 대학시절에 한일회담 반대와 민주화 운동을 벌였고, 졸업해서는 노동운동, 빈민운동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첨단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세계를 무대로 뛰고 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제 마음 속에는 항상 이 사회는 어떤 사회인지, 나는 이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하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 가지 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때부터 책을 많이 읽고 사색을 생활화 하는 게 필요하겠죠?”
주어진 한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자 손 지사는 마지막으로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로 특강을 맺었다. “누구나 천재는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주어진 여건 하에서 내가 가진 자산을 최고로 발휘하는 자세겠지요.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기 보다는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하세요. 그럼 자신을 어디에 위치시킬 건지 보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