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지사 우보에 광주가 들썩
-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40명의 경기도 대표단과 함께 5월 18일 오전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거행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광주 민주항쟁 정신의 계승을 다짐했다.
손 지사는 1993년 민자당 국회의원으로는 처음으로 광주묘역을 방문한 이래 해마다 빠짐없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광주시민과 뜻을 함께 해왔다. 광주민주항쟁 유족과 부상자들도 처음엔 ‘여기가 어디라고 왔느냐’는 반응 일색이었으나 손 지사의 변함없는 정성에 감동해 이제는 기념식을 마친 후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덕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손 지사는 기념식을 마친 다음 늘 그래왔던 것처럼 무덤을 하나하나 돌며 유족과 지인들을 위로하고 열사들의 넋을 기렸다. 이강수 열사의 묘 앞에서는 어머니가 홀로 무덤을 지키며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손 지사는 “매년 올 때마다 어머님들의 눈물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어머니의 두 손을 꼭 잡았다.
류동운 열사의 묘에는 아버지가 지난날을 돌아보며 상념에 젖어 있었다. 류 열사는 한신대학교 신학과에 재학하던 중 광주의 의분을 이기지 못하고 뛰쳐나가 도청에서 장렬히 산화했다. 목사인 아버지는 아직도 말리던 자신의 손을 뿌리치고 광주로 향하던 아들의 이 한마디를 잊지 못한다. “아버지는 얼마 전 교회는 진리가 사라져 갈 때 진리를 위해 십자가를 져야한다고 설교하셨지 않습니까? 지금 광주시민들이 다 죽는데 당신의 아들만 살리시겠습니까?” 젊은 시절 KNCC(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서 민주화운동과 노동․빈민운동을 펼쳤던 손 지사는 할 말을 잊은 채 한동안 무덤 주위를 떠나지 못했다.
김평용 열사의 묘 앞에선 살레시오 고등학교 학생회 간부들이 고등학교 3학년의 몸으로 꽃처럼 스러져간 선배의 뜻을 기리고 있었다. 손 지사는 학생들에게 “이런 학생들이 있어 광주의 정신이 더욱 빛난다”며 “학생이든, 기성세대든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바탕으로 평화통일, 사회통합, 선진한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저마다 노력한다면 그것이 열사들의 뜻을 받드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지광스님의 묘엔 그의 불교계 지인들이 나와 있었다. 스님이 남긴 마지막 화두는 이랬다. “내가 날씨에 따라 변할 것 같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곧게 살 것이란 스님의 의지였단다. 손 지사는 말없이 그 화두를 수첩에 옮겨 적은 다음 묵념을 올렸다.
5.18 묘역은 열사들의 가슴 뜨거운 사연을 간직한 채 오늘도 생생히 살아 숨쉬고 있다. 묘역 주위를 서성이는 유족과 부상자들 중엔 아직도 전두환 이야기만 나오면 넋을 잃고 절규하는 사람들이 많다. 묘역을 빠져나오다 잠시 고개를 돌려 5월의 하늘을 살피던 손 지사의 표정이 그래서 더욱 엄숙해 보였던 것 같다.
5.18 부상자 한 사람이 손 지사에게 달려와 소리 높여 얘기했다. 작년에 손 지사와 막걸리를 나눠마셨고 올해는 함께 5.18기념 마라톤을 뛴 분이다. “우리에겐 정당의 구별이 중요하지 않다. 민심을 살피고 지역간 화합을 위해 애써 달라”고. 손 지사는 “열사들이 몸 바쳐 지킨 민주주의를 헛되이 버릴 수 없다”며 “5.18정신을 가슴에 담고 화합과 번영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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