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구시가 대한민국 이끈다!
- 5월 17일 실학박물관 기공식
헌관이 향을 세 번 사른 후 천지신명께 폐백을 올린다. 배산임수의 수려한 경관을 가르며 홀연히 나타난 거중기가 우렁찬 구령소리에 맞추어 터를 다진다. 정조대왕이 수원성 축조에 사용했던 그 거중기란다. 조선조 중후기… 백성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자 들불처럼 일었던 실학의 전통이 수백 년 시간의 터울을 지나 되살아난 순간이다.
경기도는 5월 17일 오후 4시 남양주시 능내리에서 실학박물관 기공식을 갖고 전시와 교육은 물론 동아시아 실학연구의 메카가 될 복합 문화 공간의 첫 삽을 떴다. 다산 정약용 선생 생가에 면한 실학박물관 부지는 다산이 태어나고 자랐으며 후일 유배에서 풀려나 경학을 심화시킨 실학의 산실이다. 이곳은 환경부와 문화재청이 지정한 개발제한 구역으로 부지 지정 이후 어려움에 직면했으나 지방자치단체, 정부부처, 시민단체, 지역주민 등이 2년 동안 합의점을 모색한 끝에 뜻 깊은 기공식을 맞게 됐다.
이 행사의 헌관으로 나선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105개 첨단기업 유치, 100만개 일자리 창출, 사회안전망 구축을 예로 들며 “민선 3기 경기도는 면면히 흐르는 경기실학의 전통을 정신적 지표로 삼아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주민의 삶을 살찌우기 위해 총력을 다해왔다”고 밝혔다. 손 지사는 또한 “오늘 착공된 실학박물관을 통해 경기도 정신문화의 정수인 실학이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 실사구시의 시대정신으로 계승, 발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 지사에 이어 단상에 오른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경기도는 실학박물관 뿐 아니라 백남준미술관, 전곡리선사박물관 등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맡아야 할 문화적 인프라 구축을 온갖 난관을 뚫으면서도 꿋꿋이 수행해내고 있다”고 격려했다. 실학현양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석무 5.18기념재단 이사장 역시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참석해 축사를 보탰다. 그는 “오늘 기공식은 돈만 많이 쓰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행정이 아니라 주민이 함께 합의하고 풀어나가는 과정이 빚어낸 결과물”이라며 실학박물관이 향후 지역발전을 이끄는 힘이 되길 기원했다.
내년에 완공될 실학박물관 부지 앞으론 남한강과 북한강이 교차해 흐른다. 정약용 선생에 의해 이곳에서 솟아난 실학의 물줄기는 유형원, 박지원, 박제가 등 실학자들과 교류하며 한강을 따라 서울로, 호남으로, 영남으로, 그리고 일본․중국까지 퍼져갔다. 21세기에 되살아난 실학의 전통이 다시금 선진문물을 수용하고 경제를 부흥시키려 했던 선조들의 소명을 되살려 낼지 지켜볼 일이다.
[손 지사 기념사 전문]
오늘 우리는 개기고유제(開基告由祭)를 올려 실학박물관 건립을 선조들께 고하며 뜻 깊은 역사(役事)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실학박물관이 첫 삽을 뜨기까지 열과 성을 다해주신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바쁘신 중에도 자리를 빛내주신 내빈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 선각자들의 지혜를 간직한 귀중한 유물을 기증해주신 연암 선생, 혜강 선생의 후손들과 일본실학학회 회원 여러분께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
조선 후기 영․정조 시대에 크게 일어난 실학은 시대의 흐름에 뒤처진 제도와 관행을 혁파해 백성들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개혁사상이었습니다.
실학자들은 개방적 학문 활동을 통해 선진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였고, 사변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경제를 부흥시킬 것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하였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도 세계사적 변화의 거센 파고를 맞이하고 있습니다만, 이 땅에는 또 다시 이념적 갈등과 당파적 분열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마치 과거 성리학자들의 공리공론(空理空論) 시대로 회귀한 듯한 이 안타까운 현실을 타파하고 진정한 사회발전을 이루어 낼 건설적 이념이 바로 실학입니다.
구체적인 현실에서 진리를 구하고, 세상을 쓰임새 있게 개혁하며, 백성의 복리를 증진하는 실학정신이야말로 오늘의 대한민국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시대정신이기 때문입니다.
민선3기 경기도는 면면히 흐르는 경기실학의 전통을 정신적 지표로 삼아,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주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일에 총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세계 곳곳을 누비며 105개의 첨단기업을 유치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튼튼하고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파주 LCD 클러스터와 경기영어마을, 한류우드 등도 결국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내다보며 세계 속에서 우리가 살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는 실학정신의 바탕 위에서 추진한 사업입니다.
그리고 오늘 착공된 실학박물관을 통해 경기도 정신문화의 정수(精髓)이자 21세기 한국의 시대정신인 실학은 더욱 새롭고 친근한 모습으로 계승․발전될 것입니다.
저는 실학박물관이 실학관련 자료와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보존하고 이를 다양한 콘텐츠로 재창조하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줄 것이라 믿습니다.
또한 실학의 의미와 가치를 일깨우는 청소년 교육의 장으로, 활발한 학문적 교류를 진행하는 국제적 실학센터로도 널리 활용되기를 희망합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
실학은 이해하기 어렵거나 과거에 머물러 있는 낡은 사상이 아닙니다. 실학은 우리의 생활에서 쉽게 찾고 경험할 수 있는 우리의 삶, 그 자체입니다.
오늘의 기공식을 계기로 현대 실학의 참다운 지혜를 재발견하고 실학정신을 나라 발전의 원동력으로 만들어가는 노력이 본격화되기를 기대합니다.
행사 준비에 수고하신 관계자 여러분과 이 자리에 함께해주신 내외 귀빈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손 지사 방송인터뷰 전문]
Q: 실학박물관은 아시아에서 처음이다. 그 의의는?
손 지사: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시대정신은 실사구시다. 실학은 이념대결과 당파싸움 등 소모적 논쟁을 배격하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백성의 생활을 중시했다. 실학박물관은 이러한 실학정신을 21세기의 시대정신으로 승화, 발전시키는 바탕이 될 것이다.
Q: 단순히 박물관을 짓는 게 아니라 연구지원에도 힘쓸 예정이라는데?
손 지사: 그동안 실학현양추진위원회를 통해 실학정신을 현양하고 오늘날에 맞게 연구하는 일에 힘써왔다. 실학박물관 역시 단순한 유물 전시가 아니라 동북아 각국의 실학사상을 집대성할 수 있도록 연구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Q: 정부가 아닌 도에서 추진한 이유?
손 지사: 실학정신의 본산이 바로 경기도다. 정약용, 유형원 등으로부터 비롯된 실학은 경기도에서 꽃을 피워 아시아 각국으로 보급됐다. 이러한 뜻 깊은 일에 중앙정부, 지방정부를 가릴 이유가 없다. 그 실학정신을 경기도에서 현양해 지역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한민국에 경제를 발전시키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기풍을 불어넣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