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지사의 유별난 한센인 사랑
- 홀로 한센인 정착촌 찾아가 응어리 풀어줘
- 산업단지지정에 평생교육 지원까지 행정력 집중, 한센인들의 삶이 달라졌다
“여러분들이 원하고 부르면 도지사가 옵니다. 벽이 허물어진 것입니다. 도내 한센마을을 다 방문하겠습니다. 그동안 힘들었던 것만큼 마음을 쏟겠습니다.” 지난 6월 24일 경기도 포천군 신북면 신평 3리 한센촌인 장자마을에서 1박 2일을 보낸 김문수 경기지사는 한센촌 주민들과의 현장토론회에서 한센인들을 위한 지원을 약속했다.
민선 5기 경기도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취임 100일을 맞아 다시 한센촌을 찾았다. 김 지사는 7일 오전 9시반 연천군 대전리에 위치한 한센인 정착촌 ‘청산마을’을 찾아 둘러보고 마을주민들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민선 5기 경기도정의 캐치프레이즈로 ‘더 낮은 곳에서, 더 뜨겁게’를 표방하며 민생행정, 현장행정을 강조한 김 지사는 이날도 청산마을 주민과 함께하며 도내 한센인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였으며, 도내 한센마을을 다 방문하겠다는 약속도 지키게 됐다.
김정남 청산공단회장은 “소위 문둥병 옮는다고 고향에서 쫓겨난 지 30여년, 지금까지 우리에게 관심 가져준 사람은 김문수 지사가 처음”이라며 “격리되고 소외되고, 법 테두리 안에 존재하지 않는 우리들에게 희망의 빛을 줬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왜 한센촌을 편애할까?
사연은 지난 2008년으로 올라간다. 경기 북부를 흐르는 신천과 영평천의 수질은 매우 나쁜 편이다. 단속과 규제를 피하여 연천, 포천 지역의 한센촌으로 숨어 들어간 무허가 염색공장도 수질 악화의 큰 원인이다. 지난 30년간 정부는 규제만 하고 경기도는 사법당국에 고발만 했다. 무려 119번의 고발이 이뤄졌다. 현장 방문을 가려했지만 모욕만 당하고 불상사가 날 수 있다며 공무원들이 만류했다. 김 지사는 휴일을 이용해 홀로 한센촌을 찾았다. 처음에는 무슨 불이익을 주는 줄 알고 경계하던 주민들도 가슴속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김 지사는 단 한푼의 정부 지원도 없었지만 니트의 경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공장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환경부가 입지를 불허하는 공장이라 경기도가 폐수종말처리시설을 설치해 주기도 어렵다는 현실도 알게 되었다. 입지 규제가 무허가, 무관리 오염원을 양산하고, 오염이 규제 강화의 근거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온 것이다. 김 지사는 즉시 환경부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현장방문을 요청했다. 그렇게 김 지사와 한센인의 인연이 시작됐다.
김 지사의 한센촌 방문 이후 이 지역이 달라지고 있다. 경기도내 한센촌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사업이 추진되면서 이 곳 주민들도 희망이라는 단어를 품게 됐다. 교육의 혜택도 받게 됐고,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염색공장들은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면서 합법화됐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어려움을 들어주고, 도청 공무원들이 나서서 해결해주려고 뛰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
2007년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에 거주하는 한센인들은 모두 1,376명. 포천과 연천 등 도내 8개 시군 11개 정착촌을 형성하며 살고 있다. 한센병에 대한 오해로 사회밖으로 내몰렸던 이들이 이제 세상밖으로, 당당한 경기도민으로 조심스럽게 나오게 된 것이다.
경기도내 한센촌의 첫 번째 변화는 포천시 신북면 신평3리와 연천 청산면 대전리에서 이뤄졌다. 지난 1월 14일 무허가 염색공장이 밀집돼 있는 이 두 곳에 대기오염방지시설이 설치됐다. 지난해 5월 환경부가 ‘임진강유역 배출시설 설치제한 고시’를 개정하면서 신평 3리와 대전리에는 섬유산업단지 조성이 추진중이다.
이날 설치된 대기오염방지시설은 단지가 조성되는 2012~13년까지 이 일대의 대기오염방지를 위해 한시적으로 가동되는 시설이다. 총 사업비 4억8천500만원 중 경기도가 3억을 투입했다. 1994년 이후 무허가 염색업체들이 난립했던 이 곳에 처음으로 합법적인 환경정화시설이 들어선 셈이다. 경기도는 신평3리에는 320억, 대전리에는 약 474억의 예산을 투입해 염색과 피혁, 섬유 전문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신평 3리에는 42개 업체의 입주가 가능하게 되고 600명의 고용창출효과를 얻게 된다. 대전리는 34개 업체 입주, 790명의 고용창출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이 일대 무허가업체들을 양성화해 환경과 경제를 함께 살리고자 했던 경기도의 노력이 결실을 앞두게 된 것.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경기도내 한센촌의 두 번째 변화는 교육분야에서 일어났다. 포천시 신북면 신평 3리 장자마을에는 지난 6월 24일 복지회관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행복한 장자학습마을 행복학습관`이 개관했다. 이곳에는 공부방을 비롯해 도서관, 헬스클럽 등이 갖춰져 있으며, 컴퓨터 교실과 헬스교실, 요가교실 등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글교실에서 한글을 배운 이춘자 할머니는 "아직 한글이 어렵고 많이 서툴지만 이제는 은행 영수증도 읽을 수 있다"며 "한글을 한 글자라도 아니깐 생활하는데 정말 편리하다"고 말했다. 마을 사람들은 행복학습관의 개관으로 장자마을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고 말한다. 고스톱을 치면서 시간을 보내던 어르신들이 이제는 생활소품을 배우고 한글을 깨우치면서 마을에 웃음이 넘치고 활기가 넘친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도내 한센인들의 본격적인 지원을 위해 방기성 행정2부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한센마을 지원 T/F팀을 7월 구성했다. T/F팀은 염색공장의 산업단지 조성과 입주기업의 애로사항을 지원하는 1팀과, 양주 천성농원의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개발방안을 모색하는 2팀, 한센촌의 의료지원, 건강프로그램, 복지민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3팀 등 총 3개팀에 19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T/F팀은 도내 한센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나온 다양한 건의 사항을 중심으로 15개 단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에 진행하고 있던 산업단지 조성은 물론 학습프로그램 확대, 개발제한구역 해제, 외국인 근로자 단속 완화, 노후된 도로 재포장, 복지회관 건립 등 내용도 다양하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자살률이 유독 높은 포천에서 자살하지 않고 살려고 발버둥 치는 이들에게 무엇이라도 해 드리는 것이 공직자의 책무라고 생각한다.”며 “한센인들의 가슴에 맺힌 한을 다 풀어 줄 수는 없겠지만 한센인들이 우리 사회로부터 냉대 받지 않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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