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미술관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싱글채널 비디오 2000-2010> 전시가 6월 24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경기도미술관이 수집한 미디어 소장품 40점 가운데 2000년부터 2010년 사이에 제작된 작품 15편을 선정해 상영한다. 총 12명 작가의 싱글채널 비디오 작품을 3회 차에 걸쳐 전시하며 프로젝터를 활용한 전통적인 방식으로 상영한다.
싱글채널 비디오는 영상 결과물을 단채널의 화면을 통해 상영하는 미디어 아트의 한 형태로, 하나의 영상이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작업을 말한다. 1960년대 휴대용 비디오카메라 보급과 동시에 예술적 표현 매체로서 자리 잡았다.
경기도미술관 1층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싱글채널 비디오’가 상영되고 있다. ⓒ 민경혁 기자
4월 15일까지 열리는 첫 번째 전시에서는 김세진, 오용석, 구동희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누구나 접근 가능한 대중영화의 성격이 담긴 작품들이다.
김세진 작가의 <그들의 쉐라톤>, 2006년 작. ⓒ 민경혁 기자
김세진의 <그들의 쉐라톤>은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호텔의 객실들을 동시에 촬영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사람들의 다양한 순간들을 한 화면에 동시에 보여주는 이 작품은 개인성이 드러나는 임시 공간인 호텔을 촬영하여 현대인들의 고립과 단절을 드러내고 있다.
짧고 간결한 영상이지만, 같은 시대의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아주 다양한 모습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김세진 작가의 <기념사진>, 2002년 작. ⓒ 민경혁 기자
그 뒤를 이어 상영되는 김세진의 두 번째 작품 <기념사진>은 46명의 남녀 고교생이 교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는 과정이 반복적으로 재생된다. 셔터를 누르기 전, 학생들은 움직이지 않고 숨소리조차 내지 않는 상황이 연출된다. 작가는 사진을 찍는 과정을 의도적으로 길게 보여주고 낯설음을 느끼게 함으로써 관객의 시각을 교란시킨다. 10회에 걸쳐 반복되는 영상을 관람하는 사람들은 숨을 잠시 멈추고 영상 속 인물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모습에 집중했다.
오용석 작가의 <미래의 기억>, 2009년 작. ⓒ 민경혁 기자
세 번째 영상인 오용석의 <미래의 기억>은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제작된 고전 SF 영화의 장면과 그 장면 속의 비슷한 풍경을 조합해 만든 영상이다. 한 장면에 과거와 현재, 또는 영화와 일상이 공존하고 교차하는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상영되는 <실뜨기와 정전기>는 구동희 작가의 작품으로, 두 남녀의 몸을 가로지르는 실들이 갑자기 정전기 반응을 일으키는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상이다. 판타지 영화에서 주로 사용하는 와이어와 여러 장치들을 이용해 불가능한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싱글채널 비디오’ 전시가 열리고 있는 경기도미술관. ⓒ 민경혁 기자
2000년대 초기의 싱글채널 비디오는 과거와 현재의 미디어 아트를 잇는 중요한 기록이다. 하지만 대중의 관심을 크게 받지는 못했기 때문에 경기도미술관의 이번 전시를 통해 미디어 아트가 사회적으로 재조명받기를 바란다.
현재 진행 중인 <영화적 경험> 전시 이후에는 박준범, 이재이, 유비호, 고승욱, 함경아 작가의 <역설과 유머> 전시가 4월 17일부터 5월 20일까지 열린다. 세 번째 전시는 전준호, 양아치, 정윤석, 박찬경 작가의 <새로운 역사쓰기>를 주제로 5월 22일부터 6월 24일까지 진행된다.
따뜻한 봄바람이 부는 계절, 싱글채널 비디오 전시가 열리고 있는 경기도미술관을 방문해 미디어 아트의 매력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