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8일 오후 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경기도 아이돌봄사업 추진체계 구축방안 토론회’를 주재하고 있다. ⓒ 경기도청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등으로 인한 초등 돌봄 공백이 임신, 출산과 더불어 여성 경력 단절의 주원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가 아이돌봄사업의 현주소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 마련을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도는 28일 오후 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주재로 ‘경기도 아이돌봄사업 추진체계 구축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재명 지사를 비롯해 이재희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 동아일보 디지털통합뉴스센터 기자이자 워킹맘의 고충을 담은 책 ‘나는 워킹맘입니다’의 저자인 김아연 작가, 수원 조원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인 김송연 씨, 이연희 경기도 여성가족국장, 이상락 경기도 가족다문화과장, 박승삼 경기도 교육협력과장 등이 참여해 아이돌봄사업과 관련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이상락 가족다문화과장은 아이돌봄사업 실태보고를 통해 “임신과 출산이 여성 경력 단절 문제의 주원인 중 하나라면 초등돌봄 공백은 출산 이후 여성의 경제활동을 포기하게 만드는 두 번째 위기”라며 “문제는 현장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경기도의 초등돌봄 이용률은 전체 75만 명 중 8만5,000명, 11.4%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경력단절 여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교 1~3학년(만 7~9세) 자녀를 둔 20~40대 직장인 여성 가입자 1만5,841명이 2~3월 신학기를 전후로 회사를 퇴직해 남편이나 가족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흡수됐다.
초등학교 1학년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은 하루 평균 5.54시간으로, 만 5세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머무는 시간보다 1.5시간 더 적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맞벌이 부부들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동시에 ‘돌봄 절벽’ 돌봄 공백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셈이다.
토론회에 앞서 이재명 지사와 참석자들이 아이돌봄 실태와 관련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 경기도청
이재명 지사는 “아이돌봄사업이 영유아기에는 시설 중심으로 이뤄지다보니 충분하진 않지만 그런대로 종일돌봄이 이뤄지고 있다”며 “문제는 초등학교 들어가는 순간 그 체제가 사라지는 것이다. 여성들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진학한 후에도 공백 없이 ‘아이돌봄’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돌봄이라는 최종 목표는 같은데 이를 중앙정부의 경우 보건복지부와 여성부, 교육부 등이 나눠서 하고, 경기도만 해도 5개의 과가 걸려 있다 보니 통합관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에 이연희 여성가족국장은 “이 사업이 3개 부처, 경기도만해도 5개과와 교육청 등으로 나눠져 있어서 전달체계의 일원화와 통합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이에 경기도는 아이돌봄담당관을 설치해 통합서비스를 지원, 아이돌봄사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관리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또 “지역돌봄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아이돌봄 통합조례를 통해 사업의 추진동력을 얻어야 한다”며 “성남시의 도담 지역아동센터 등 시‧군별 우수사례를 경기도 전역으로 확산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이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 시와 도교육청이 업무협약을 통해 전국 최초로 학교 내 빈 교실을 활용해 설치한 시립 도담 청솔지역아동센터를 예로 들어 “돌봄시간을 확대하고 전 학년이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경기도형 지역아동센터는 새로운 방식의 학교 유휴시설을 활용한 지역아동센터를 만들되 시간과 대상을 제한두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아연 작가도 “내년에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를 가는데 가정통신문을 통해 방과 후 이용할 수 있는 지역아동센터 위치를 표시한 지도를 함께 줬다. 문제는 맞벌이 부부는 방과 후 아이를 지역아동센터까지 데려다 줄 수 없다는 사실”이라며 “지역아동센터가 학교 안으로 들어오면 이 문제 역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는 “경기도형 지역아동센터는 새로운 방식의 학교 유휴시설을 활용한 지역아동센터를 만들되 시간과 대상을 제한두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기도청
이와 함께 참석자들은 돌봄의 질적 향상을 위해 아이돌봄 사업의 대상을 확대할 것과 사회적 협동조합을 활용한 돌봄 공동체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작가는 “돌봄사업의 이용자를 소외계층이나 맞벌이 가정으로 한정하다보면 그곳을 이용하는 아이들 스스로 돌봄의 빈곤층이라는 낙인 때문에 이용 자체를 꺼려할 수도 있다”며 “대상 제한을 두지 않는 게 전반적인 돌봄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재희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요새 돌봄의 추세가 사회적 협동조합”이라며 “수요자들이 자발적으로 돌봄 모임을 만들어 이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이재명 지사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면 정부에서 지원금이 나오는데 반해 부모가 조직을 만들어 이를 스스로 해결하면 아무런 지원이 없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민간이 스스로 하면 당연히 지원을 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불이익을 준다”며 “이는 관(官)우월주의 사고 때문이다. 돌봄협동조합 등 민간이 스스로 보육을 책임질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이날 토론회에선 페이스북과 유투브 등 SNS을 통해 도민들이 제시한 ▲현장 수요 조사를 제대로 할 것 ▲대학교 관련학과와 협업을 통해 인력을 확충하는 방안 ▲도서관 자습실을 활용해 관리하는 방안 ▲교회, 성당 등 종교시설을 활용하는 방안 등 다양한 의견들이 함께 논의됐다.
마지막으로 이 지사는 “교육과 행정이 분리되다보니 생기는 문제가 많다”며 “장기적으로 통합해야 하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없는 만큼 최대한 교육청과 협의를 통해 학교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해보자”고 제안했다.
또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서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최고의 정책인 만큼 아이돌봄사업을 통해 돌봄의 질적 향상은 물론 일자리 창출, 공동체 의식 회복에도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돌봄공동체 육성 지원과 함께 신속한 준비와 사업 집행을 당부했다.
이재명 지사가 수원 조원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인 김송연 씨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 경기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