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화재단에서 발행한 ‘조선지지자료- 경기도편’의 내용. 조선시대부터 쓰였던 경기도 지역 지명들이 기록돼 있다. ⓒ 경기뉴스광장
■ 1995년 광복 50주년 맞아 도내 27개 지명 정비
국토해양부 국토지리정보원은 지난 1995년 광복 50주년을 맞아 민족 자존을 되찾기 위해 전국에서 33개 일제식 자연 지명을 정비했다. 당시 경기도는 11개 시·군에서 총 27개 지명을 정비했다.
정비된 사례를 보면 동두천시 광암동 ‘탑골’이라는 지역은 일제강점기에 이 일대 마을이 잠길 정도의 장마 이후 ‘긴 장(長)’ 자와 ‘장마 림(霖)’ 자를 붙여 이름을 ‘장림’으로 개명됐다가 다시 이름을 찾았다. 이곳은 본래 오충석탑과 좌불석상이 있어 ‘탑골’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시흥시 연성동에 있는 ‘범배산’은 일본인들이 조선 통치를 확고히 하기 위해 1914년 한반도 전역에 걸친 지형도를 측량·제작할 때 산 모양이 삿갓처럼 생겼다 해 일본말로 ‘가사미산’으로 지명됐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산세와 풍수가 호랑이 혈과 같다 해 ‘범배산’으로 불러온 점과 일재의 잔재임을 고려해 다시 ‘범배산’으로 바꿨다.
일본이 한민족의 기상과 사기를 꺾기 위해 개명한 사례도 있다.
‘어변성룡(魚變成龍, 아주 곤궁하던 사람이 부귀하게 됨)’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물 수(水)’ 자를 쓰는 용인시 ‘용수(龍水)’라는 지역은 용이 된다는 의미를 퇴색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물 수(水)’ 자를 ‘다리 교(橋)’로 바꿨다.
또 산형이 용이 날아오르는 형상에 큰 인물이 날 것이라는 의미를 담은 ‘비룡(飛龍)’이라는 지역도 날지 않는 얌전한, 아름다운 용이라는 ‘미룡(美龍)’이라는 표기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동, 성취의 기상을 꺾고자 하는 의도를 담았다.
용인 매산리 ‘중촌(中村)’이라는 지명도 일본에서 흔히 사용하는 명칭이었다. 본래 지명은 은둔거사를 떠오르게 하는 ‘고매곡(古梅谷)’이었다.
위의 사례들은 모두 본래 지명으로 바뀌었다.
■ 의왕(儀旺) → 의왕(義王), 양평 지제면 → 지평면
의왕시의 경우 정통성과 정체성 회복을 위해 2007년 한자이름을 ‘의왕(儀旺)’에서 ‘의왕(義王)’으로 바꿨다. ⓒ 경기뉴스광장
행정안전부는 2006년부터 일제강점기에 왜곡되거나 주민이 사용하기에 불편한 행정구역 명칭을 조사해 정비해오고 있다.
경기도도 2006년 지역 명칭 유래 등을 일제 조사해 4곳의 행정구역 명칭 변경을 추진했다.
그 결과 양평군 ‘지제면’이 ‘지평면’으로 변경됐다. 이 지역은 본래 ‘지평현’, ‘지평군’이었다가 1908년 9월 14일 칙령 제69호로 양근군과 지평군을 합병하면서 ‘지제면’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또 당시 명칭 변경 대상이었던 여주군 산북면 ‘하품리’는 2013년 여주군이 시로 승격하면서 폐지되고, 종전의 하품리 일원에 ‘명품리’와 ‘주어리’가 신설됐다. 이 지역 명칭은 1914년 행정구역을 통폐합하면서 두룡리, 고촌리(거재골), 주어(주예)를 병합해 하품리로 명명됐었다.
의왕시의 경우 정통성과 정체성 회복을 위해 2007년 한자이름을 ‘의왕(儀旺)’에서 ‘의왕(義王)’으로 바꿨다. ‘儀旺’이라는 한자이름은 조선시대 광주목의 의곡(義谷)면과 왕륜(王倫)면의 머리글자를 따 쓴 것이 기원인데, 1914년 일제가 행정구역을 통합하면서 ‘儀旺’으로 바꿔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