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피플, 현장을 말하다]는 행정분야 법률 위반사범을 현장에서 적발·지도·단속하는 경기도 공무원의 활약상을 소개하는 <경기G뉴스>의 새 기획시리즈입니다. 첫 회로, 고액체납자를 대상으로 현장 징수 활동을 펼치는 경기도 세원관리과 광역체납기동팀의 이야기를 전합니다.[편집자 주]
광역체납기동팀은 지난해 8월부터 4개월 동안 1000만 원 이상 체납자 4만302명을 대상으로 국내 주요 10개 회화거래 상위 은행의 거래내역을 집중 기획 조사해 악덕체납자 96명을 적발했다. ⓒ 경기G뉴스 유제훈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세금을 안 내면 어떻게 될까. 내가 번 돈이 나갈 데가 없으니 살림살이 좀 나아질까. ‘가이사’는 약 2000년 전 로마 황제의 칭호로, 이는 신약성경에 등장하는 세금 납부 질문에 대한 예수 그리스도의 답변이다. 이 말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겠지만, 어디에 속하든 국가에 속한 국민이라면 그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할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물질적으로 세금을 내는 것을 넘어 국민으로서 마땅히 해야할 의로운 삶을 이야기한 것.
세금은 국민이 내야 하는 의무로, 크게 국세와 지방세로 나뉜다. 하지만 서민들에게 세금은 조금만 올라도 ‘세금폭탄’이라는 부정적인 반응으로 나타난다. 또 언론을 통해 흔히 보도되는 ‘탈세’는 충실하게 납부하는 서민들을 한숨짓게 만든다. 여러모로 세금은 국민, 도민들에게 무거운 단어다.
“1000만 원 이상 4만302명, 총 2조3541억 원.”
지난해 경기도 고액 체납자와 체납액이다. 도대체 이 많은 돈은 어디로 간 것일까. 이들에게서 과연 세금을 제대로 받아낼 수 있을까. 참으로 골치 아픈 일이다. 일반 사람들에게 이런 거액을 받아오라면 십중팔구 뒷걸음칠 것. 하지만 이런 궂은일을 해내는 이들이 바로 공무원들이다.
위와 같은 체납 건을 현장에서 직접 상대하는 팀은 팀장 포함 단 5명. 바로 경기도 세원관리과 광역체납기동팀이다. ‘독수리 오형제’가 문득 떠오른다. 하이에나 같은 악질 체납자들을 주시하고 있다가 급강하해 목덜미를 물어 올바른 체납의 의무를 행하도록 인도하는 천공(天空)의 독수리와 매다.
‘독수리들의 둥지’, 세원관리과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5개 분과(세원분석팀, 법인조사팀, 기획조사팀, 체납관리팀, 광역체납기동팀) 직원들은 각자 업무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들 분과를 총괄하는 ‘대장 독수리’ 노찬호 도 세원관리과장이 사무실 한쪽에서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세원관리과에서 세원분석팀은 은닉세원, 탈루세원에 어떤 유형이 있는지 분석하고, 법인조사팀은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합니다. 또 기획조사팀은 은익이나 탈루된 개연성 있는 과세 대상을 조사하며, 체납관리팀은 경기도내 전체 체납을 관리해요. 마지막으로 광역체납기동팀은 고액체납자에 대해 현장 징수 활동을 합니다.”
노찬호 과장에 따르면 이 중 광역체납기동팀은 1000만 원 이상 고액체납자에 대해 현장 징수 활동을 하는데 지난해 730명 정도 징수했다. 하루 세 명 이상을 팀원들이 직접 방문한 것. 특히 광역체납기동팀은 현장에서 굉장히 충돌이 많이 일어나고 애로사항도 많아 새로운 징수기법을 통해 체납액을 징수하고 있다.
◆ 악덕 체납자 잡는 ‘광역체납기동팀’ 탄생하다!
김종근 도 세원관리과 광역체납기동팀장이 ‘현미경 체납 징수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경기G뉴스 유제훈
광역체납기동팀이 탄생한 것은 지난 2013년. “돈이 없어서 부득이하게 세금을 내지 못하는 생계형 체납은 이해가 가는데, 호화생활자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거죠. 광역체납기동팀을 신설해 업무를 추진하게 됐습니다.”
김종근 세원관리과 광역체납기동팀장은 최근 경기도청 세원관리과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광역체납기동팀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소개했다.
경제적 여건이 안 되는 사람은 정상 참작을 한다. 하지만 생활의 여유가 있음에도 체납하는 사람들이 존재해 이들에 대한 징수 활동을 해나가게 된 것이다. 광역체납기동팀은 특히 고액의 체납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탄생했다.
“저는 아동청소년과에서 왔습니다. 세원관리과는 처음인데 이제 2년이 다 됐네요. 저희 과장님이 세원관리로는 전국에서 첫손가락에 꼽을 만한 전문가십니다. 직원들도 다 전문가고요. 그래서 별 어려움이 없는데, 현장징수에서 압수수색을 해도 저항하면서 세금을 안 내는 사람들이 있어 어려움을 겪습니다.”
앞서 시‧군에서도 현장징수에 나섰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도에서 직접 시‧군과 함께 현장징수를 실시했고, 시‧군의 적극적 현장징수를 활성화시키기에 이르렀다. 확실히 도에서 현장징수에 나가면 체납자들의 태도가 어느 정도 달라진다는 게 김종근 팀장의 설명이다.
광역체납기동팀은 탄생 이래 곳곳에서 체납자들을 만나 여러 어려움을 이기고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
◆ 성역(聖域) 없는 ‘광역체납기동팀’ 출동하다!
체납자들을 상대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다양한 체납자들을 만난 광역체납기동팀은 거센 몸싸움도 피할 수 없었다.
“압수수색을 하면 체납자들의 저항이 거센 경우가 있어요. ‘마음대로 해라’라면서 자기 집 문을 발로 차기도 하죠. 하지만 저희가 대항할 수는 없죠. 이게 다 세무공무원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현장징수는 법적으로 일출부터 일몰까지만 이뤄지는데, 보통 팀이 나가면 두 명씩 한 조를 이뤄 출동한다. 하지만 압수수색의 경우는 전 직원이 다 나간다. 또 시‧군 담당자들도 함께하고, 체납자가 거친 사람이라면 경찰관 대동까지 한다. 그만큼 현장징수 과정이 녹록지 않다.
“지난해 현장 징수를 가는데 체납자가 그 지역 폭력배였어요. 여경과 일반경찰을 각 한 명씩 대동했습니다. 체납자는 본인에게 체납이 없다고 주장했죠. 집이 50평이고, 벤츠를 끌고 다녀요. 전세인 집도 가족명의가 아니고 친척명의로 해놨고요. 압수수색을 하면서 호주머니를 뒤지니 120억짜리 계약서가 나오더라고요.”
이 체납자를 만나는 데는 3시간이 걸렸다. 초인종을 눌렀지만 아버지가 딸에게 열어주지 말라고 한 것이다. 결국 팀은 문을 따고 들어갔다. 세금은 120억 원짜리 계약서를 추적한 끝에 받아낼 수 있었다. 이 체납자의 체납액은 2억 원이었다.
김종근 팀장이 광역체납기동팀의 활동과 성과, 개선사항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경기G뉴스 유제훈
실제 얻어맞는 일도 있었다. 체납자가 주먹으로 치려고 하는 것을 옆에서 말려 위기를 모면한 적도 있다. 김종근 팀장은 “전날 교도소에서 나온 체납자의 집에 간 적도 있다. 아침부터 재수 없게 왔다면서 뿌린 소금을 뒤집어 쓴 적도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악질 체납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압수수색이지만 무조건적으로 팀이 밀고 들어가지는 않는다. 특히 아이들이 집에 있다면 압수수색을 무리하게 진행하지 않는다.
“초등학생이 집에 있었어요. 오전 7시에 갔는데 오전 11시까지 수색을 못했어요. 체납자가 아이를 학교에 일부러 보내지 않고 잡아둔 거예요. 원래 수색을 해도 되지만 아이들 교육상 배려 차원에서 하지 않았던 거죠. 하지만 결국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체납자에게 세금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체납자들의 유형은 다양했다. 특히 악질적인 유형은 광역체납기동팀의 눈에 단번에 파악됐다. 첫 번째로 이들에게는 고급차, 외제차가 2~3대씩 있고, 둘째로 아파트 40평 이상이나 단독주택, 호화빌라를 소유한다. 또 집에 들어가면 여러 곳의 해외여행 사진이 걸려 있고, 차에는 1년에 3000만 원 구매고객에게 발급되는 백화점 VIP 주차권도 여러 개 있다. 이런 생활을 하고도 세금을 안 내는 악질 체납자를 방치한다면 성실한 납세자는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 탈세 잡는 천공(天空)의 눈, ‘현미경 체납 징수 시스템’ 발동하다!
악질 체납자들은 해외 외화거래까지 하면서 세금을 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뛰는 악덕 체납자 위에 나는 광역체납기동팀이 있었다.
광역체납기동팀은 지난해 8월부터 4개월 동안 1000만 원 이상 체납자 4만302명을 대상으로 국내 주요 10개 외화거래 상위 은행의 거래내역을 집중 기획 조사한 바 있다. 그 결과 팀은 96명 3856만 달러(약 460억 원)의 외화거래 실태를 적발해 이들 체납자들의 계좌를 압류 조치했다.
“저희가 압류 실태를 보니까 국내은행의 원화 계좌만 압류를 해요. 하지만 해외 계좌는 절차가 복잡해서 그동안 지자체에서 추적을 한 적이 없어요. 고액 체납자가 4만 명이 넘는데 이들 중에 분명 외화거래자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죠. 그래서 10개 시중은행을 통해 실시했습니다.”
자치행정국 세원관리과 노찬호 과장(중앙 맨 뒤), 김종근 광역체납기동팀장, 홍화진, 최혜리 주무관(앞쪽 좌측부터 순서대로)이 경기도청 세원관리과 사무실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경기G뉴스 유제훈
체납자 외화거래 사례를 살펴보면, 이모 씨는 폐업법인 명의로 개설한 중국 한 은행 계좌로 6회에 걸쳐 9만 달러를 송금(체납액 약 8000만 원), 박모 씨는 미국 및 인도 한 은행 본인 명의 계좌로 10만 달러 송금(체납액 약 53억 원), 한모 씨는 미국 한 은행의 아들 계좌에 10만 달러 송금(체납액 1억2000여 원) 등이 있다.
“수취인과의 관계 등을 조사 중이에요. 수사기관은 혐의만 있으면 취조를 할 수 있지만 저희는 한계가 있어요. 숨기는 것은 쉬워도 찾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저희가 정밀하게 조사해서 혐의가 입증되면 바로 형사고발까지 할 생각입니다.”
해외 계좌를 통해 거액 거래를 하면서도 세금의 의무는 다하지 않는 이들이 대거 적발된 것이다. 여러 가지 탈세 루트가 있겠지만 해외로 빼돌릴 만한 여지가 있는 이런 방법도 이제 광역체납기동팀의 손바닥에 놓이게 됐다. 이처럼 다양한 탈세 루트를 파악하고 적발하는 ‘현미경 체납 시스템’은 악질 고액 체납을 근절하는 무기가 되고 있다.
“현장에 가서 1000만 원 이상 체납자가 사는 형태를 파악합니다. 부동산, 채권, 주식, 차량 리스가 없는지 확인해요. 또 지난해 34개 증권회사를 방문해 정보제공 협조를 요청해 자료를 얻었습니다. 사실 증권회사는 고객정보를 쉽게 내주지 않거든요. 비상장주식은 5100만 주를 압류하기도 했어요. 또 의료보험공단을 설득해 자료를 얻고, 저희 자료와 합해 체납자 3000명을 적발했습니다.”
이처럼 절차가 복잡한 방법이나 외환거래 등 다양한 루트를 사용하는 체납자를 여러 기관의 협조와 자료 조사 등을 통해 세세하게 살펴 체납 징수하는 것이 ‘현미경 체납 시스템’이다.
◆ 늘어나는 체납자…현장 누비는 인재들이 필요하다!
날카로운 시스템이 있지만, 4만여 명의 체납자를 팀원 5명이 모두 파악하고 수사하기는 힘들다. 한 명을 조사하는데도 며칠이 걸린다. 이 중에서 개연성 높은 이를 추려내고, 크거나 명확한 건을 우선 조사할 수밖에 없다.
“현장징수를 하는 저희 팀은 5명인데 새롭게 체납자가 2000명이 생겼어요. 5명으로는 어림없죠. 지난해 체납자 1560명을 적발했는데 반밖에 징수를 못 했습니다.”
광역체납기동팀은 5명이 1000~2000여 명의 체납자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원 부족이 역력한 상황. 그럼에도 경기도 광역체납기동팀은 47명에 3~4개 팀으로 구성된 서울시의 현장징수팀에 비해 높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게 김종근 팀장의 설명이다. 노찬호 과장 역시 이러한 상황에 자부심을 드러내면서 팀원들을 칭찬했다.
노찬호 도 세원관리과장이 세원관리과와 광역체납기동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경기G뉴스 유제훈
“세수 규모나 체납 규모면에서 경기도가 서울시와 동일한 기구와 인력으로 운영돼야 하는데 적은 수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지난해 9월까지 약 1673억 원, 경기도가 2338억 원의 체납을 징수했어요. 경기도의 실적이 상당히 좋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죠. 팀원들이 아주 고생을 많이 하고 있는 만큼 그대로 실적이 나오고 있어요. 팀원들이 돌아다니는 대로 체납액을 징수하고 압류하고 있습니다. 과장으로서 팀원들에게 고맙게 생각합니다.”
끝으로 김종근 팀장은 세금 체납에 대해 의미 있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고 악질 체납자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잊지 않았다.
“세금에 대해 상당히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예요. 사람을 해하거나 사기를 치면 중대 범죄로 생각하는데 납세가 국민의 의무이지 않습니까. 압수수색을 가면 제일 먼저 듣는 이야기가 ‘왜 우리만 하냐. 다른 사람도 많은데 나만 재수 없게 걸렸다’고 해요. 자기 잘못은 생각하지도 않고 위기를 모면하려는 거죠. 저희가 상대하는 분들은 악질 체납자예요. 조세 형평성에 맞게 체납 징수를 할 것이며 지난해보다 강도를 높일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