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19일 김문수 지사의 초청으로 경기도청에서 열린 제238회 경기포럼에서 한국의 미래와 발전에 대해 특강했다. 특강 후 두 사람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G뉴스플러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김문수 지사의 초청으로 19일 경기도청을 방문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열린 제238회 경기포럼에서 도청 공무원 300여명을 대상으로 한국의 미래와 발전에 대해 특강했다. 이에 앞서 김 지사와 30여분 간 면담을 갖고 서로의 인연과 정치 현안 등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정 전 대표는 “김 지사와 서울대 동기”라며 “김 지사는 경영학과를 나와 민주화, 노동운동을 했고 저는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직장생활을 했다. 서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작년 지방선거 때 김 지사를 도우며 겸손하고 편안한 분임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가 젊었을 때 생각했던 것이 나중에 틀렸다고 생각했을 때 고칠 수 있는 지혜나 용기가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김 지사는 변화를 충분히 잘 이해하면서 본인의 생각에 반영하는 용기 있는 정치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자리에서 김 지사와 정 전 대표는 당권-대권 분리를 규정한 한나라당 당헌·당규을 개정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정 전 대표는 “한나라당에 인재가 많다고 해도 그런 규정으로 제한하면 당의 변화를 추진할 중심세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지사도 “당이 구조적으로 7명의 발을 묶어두는데, 대선에 나올만한 사람은 다 당을 못 이끌면 누가 당을 이끄는가. 그런 점에서 전적으로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 전 대표가 이날 포럼에서 ‘대한민국, 위대한 탄생을 위하여’를 주제로 도청 공무원 300여명에게 강연하고 있다. ⓒ G뉴스플러스
면담 후 ‘대한민국, 위대한 탄생을 위하여’를 주제로 특강에 나선 정 전 대표는 최근 대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혜택을 많이 보는 기업인들이 법을 어겨서 공동체의식을 무너뜨리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의 영역은 효율성의 논리가 인정되지만 국가는 훨씬 더 큰 사회개념이다. 대기업 경영자들은 기업이 속한 지역사회와 헌법정신에 관심 갖는 것은 필수”라고 꼬집었다.
30여년 전 당시 매출, 수출, 고용규모 등 국내 1위 기업이었던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지내던 일화를 소개하며 “80년대 초 족벌경영이라는 단어가 신문에 많이 나왔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는데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실천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전 대표는 대한축구협회 회장직으로 2002년 월드컵 준비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정 전 대표는 “97년 IMF사태로 당시 상암 월드컵경기장을 짓기 않기로 결정했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급하게 김대중 대통령에게 면담을 신청했다”며 “대회가 임기 후반에 있으니 경기장을 짓고 월드컵을 잘 치르면 우리가 구제금융을 벗어나게 되는 것을 전세계에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김 대통령을 설득해 결국은 짓게 됐다”고 말했다.
아버지 고 정주영 회장과 88올림픽 유치를 위해 영국 IOC위원과 점심 만찬을 가지며 설득했던 일화도 소개하며 “88올림픽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의미있는 경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우리나라는 미 제국주의 앞잡이, 거지가 가득한 나라라는 이미지였는데 올림픽 마라톤 중계 당시 서울의 발전상을 본 전세계인들이 충격을 받았다. 우리 국민이 자부심 가질 만한 큰일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에 대해서는 “갈라진 대한민국과 추락하는 집권여당, 포퓰리즘, 손가락질 받는 부자와 공직자, 다들 걱정하지만 아무도 책임 안 지는 사회”라고 쓴소리를 하며 “북한 무력도발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분열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김 지사와의 공통점을 언급하며 “졸업 후 다른 길을 걸었지만 지금 저희의 목표는 같다. 어떻게 하면 선진국을 만들고, 남북통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 G뉴스플러스 황진환
이어 “정치인들이 선거 때 표심을 얻기 위해 잘못된 결정을 하는 경우도 많다. 바로 세종시 사례다. 이것이 선출직 공직자들의 약점”이라며 “이를 극복하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도전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영혼이 있는 공무원이 나라를 살릴 수 있다.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정치에 공직자 여러분이 역할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
강연이 끝난 후 정 전 대표는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선 행보와 정치 현안에 대한 소견 등 기자들의 물음에 답했다.
정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도 김 지사와의 공통점을 언급하며 “졸업 후 다른 길을 걸었지만 지금 저희의 목표는 같다. 어떻게 하면 선진국을 만들고, 남북통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은 협동하는 방법 중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 김 지사와 선의의 경쟁을 해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