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에서 6월 14일부터 시작하여 총 52만여 명의 관람객을 맞은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전이 지난 9월 29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전 ⓒ 엄규원/꿈나무기자단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리는 고갱 전시인 이번 전시에는 고갱전 역사상 처음으로 고갱의 3대 걸작 <설교 후의 환상>, <황색 그리스도>,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를 한 자리에 볼 수 있었던 전시였다. 또한 30여 점의 고갱 자화상 중 9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외에도 세계 각지에서 온 60여 점의 주요 작품이 전시되었다.
고갱의 <황색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 ⓒ 엄규원/꿈나무기자단
전시 작품은 고갱의 프랑스 브르타뉴 시기와 폴리네시아 타히티 시기로 나누어 전시해 고갱 작품의 초기 브르타뉴 인상주의와 후기 폴리네시아 종합주의의 뚜렷한 차이를 잘 보여주었다. 특히 <설교 후의 환상>과 <황색 그리스도>는 브르타뉴 시기 말 종합주의의 시작으로써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고갱의 3대 걸작 중 하나 <설교 후의 환상> ⓒ 엄규원/꿈나무기자단
고갱의 3대 걸작 중 하나 <황색 그리스도> ⓒ 엄규원/꿈나무기자단
19~20세기 예술에 큰 영향을 준 인상주의란 빛에 의해 시시각각 변하는 빛을 강렬하고 밝은 색으로 세밀하게 표현하는 화법이다. 이와 달리 종합주의란 고갱이 처음 시도한 화법으로 테두리를 짙고 굵은 선으로 표현하고 형태를 단순화시켜 밝고 넓게 색칠하는 화법을 말한다.
고갱은 프랑스 파리에서 주식 중개인이란 직업을 가지고 취미로만 그림을 그리다 1880년부터 본격적인 화가로 활동한다. 브르타뉴에서의 인상주의에서 시작해 종합주의에 도달한 고갱은 도시의 삶을 벗어나 원시적 삶을 찾아 타히티로 떠난다. 그는 삶의 고통과 고난이 담긴 인간의 내면을 예술로 표현했으며, 인간의 내면을 그려내는데 그의 천재적 재능과 감각이 발휘되었다.
고갱 타히티 시기의 대표적 작품 <타히티의 여인들> ⓒ 엄규원/꿈나무기자단
특히 원시의 모습을 담은 폴리네시아 시기 타히티에서의 그림들은 낙원을 그린 모습이 아니라 고갱이 자신의 마음 속 고통과 고난, 외로움을 인간의 내면과 삶에 대한 그림으로 표현하여 그려진 그림들이다. 이중 폭 4m로 고갱의 유언적 의미가 담긴 작품인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는 고갱의 시각과 사상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고갱이 바라보는 삶의 모습이 담긴 작품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 엄규원/꿈나무기자단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고갱을 반 고흐와 같은 인상파 화가나 단지 낙원의 모습을 추구하며 그린 화가로만 인식하였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고갱이 종합주의를 개발한 화가이며 겉으로 보이는 낙원이 아닌 인간의 내면을 표현한 화가라는 인식이 생기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