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연수원 주관으로 열린 ‘제30회 교수요원 연찬대회’에서 수상한 경기도인재개발원의 양기석(왼쪽), 한승완(오른쪽) 주무관이 3일 인재개발원 현판 앞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G뉴스플러스 허선량
“목숨 걸고 내려가는데 ‘해피하게’ 올라옵시다.”
“그래야죠!”
지난달 28일 자가용을 타고 경기도인재개발원에서 광주광역시로 이동하면서 양기석(53·역량개발지원과), 한승완(40·교육컨설팅과) 주무관은 이런 다짐을 주고받았다.
이날은 15호 태풍 ‘볼라벤’이 한반도에 상륙한 날이어서 고속도로를 오가는 차량도 거의 없었다. 바람에 차가 흔들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험한 날씨에 그들은 왜 광주로 향하고 있었을까.
이들의 행선지는 광주광역시 서구 치평동에 있는 ‘홀리데이인’. 29, 30일 이틀간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연수원 주관으로 ‘교수요원 연찬대회’가 열린 곳이다.
일반인에게 낯설지만 ‘교수요원 연찬대회’는 각 시도의 공무원 교육기관 종사자에게는 체육계의 ‘전국체전’이요, 가요계의 <나는 가수다> 쯤으로 여겨지는 경연 대회다.
매년 한 차례 열리는 이 대회는 광역시도의 공무원 교육기관에서 근무하는 교수행정요원들이 모여 그동안의 연구·개발 성과물을 발표하고 겨루는 자리다.
성과물에 대한 내용 심사와 발표 심사 결과를 종합해 최우수 발표자와 최우수 기관에 대통령상을, 우수 발표자와 우수 기관에는 국무총리상을 수여한다. 장려상과 격려상으로 행정안전부장관상과 지방행정연수원장상도 준다.
올해로 30회째를 맞은 교수요원 연찬대회는 새로운 교육훈련 방향을 제시하고 발전된 강의기법과 연구개발사례를 전달하는 지식 공유의 장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올해에는 연구개발, 강의경연, 신규교육과정개발 등 3개 분야에 걸쳐 15개 시도 교육기관에서 24명이 참가했다. 연구개발과 강의경연은 개인상, 신규교육과정개발은 기관상 분야다.
양기석·한승완 주무관은 경기도인재개발원 대표로 뽑혀 올해 대회에 출전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두 사람 모두 ‘해피하게’ 경기도인개개발원으로 금의환향했다. 신규교육과정개발 분야에 출전한 양기석 주무관은 대통령상, 연구개발 분야에 참가한 한승완 주무관은 행정안전부장관상을 각각 받았다.
지난 3일 경기도인재개발원에서 만난 두 사람은 전국체전 메달리스트나 <나가수>의 명예졸업자처럼 한껏 고양된 모습이었다. 양 주무관은 “경기도와 인재개발원의 명예를 드높여 기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내려갈 땐 ‘볼라벤’, 올라올 땐 ‘덴빈(제14호 태풍)’이 불어닥쳤어요. 태풍과 함께 오고 간 거죠(웃음). 광주로 가는 차 안에서 목숨 걸고 내려가는데 1등 해서 올라오자고 했어요. 그 말이 실현돼 무척 기쁩니다.”
도대체 교수요원 연찬대회가 어떤 행사길래 이 정도로 격한 감회를 전할까 하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두 사람이 수상하기까지 과정을 재구성해 봤다.

지난달 29, 30일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제30회 교수요원 연찬대회’에서 수상한 양기석, 한승완 주무관이 안수현 경기도인재개발원장을 비롯한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G뉴스플러스
경연 발표 순번 추첨서 1, 4번 뽑아
리허설과 발표 순번 추첨을 위해 양기석, 한승완 주무관은 교수요원 연찬대회 하루 전날인 28일 광주로 향했다.
이날 오후 2시 태풍 ‘볼라벤’이 수도권에 도달한다는 뉴스보도에 두 사람은 오전 8시 30분 서둘러 경기도인재개발원에서 출발했다. 태풍 소식에 한산한 고속도로를 3시간 30분가량 달려 홀리데이인에 도착해 보니 다른 시도 참가자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저희가 가장 먼저 도착한 출전자들이었어요. 공식 리허설은 오후 2시부터 6시까지였는데 그 시간 외에도 밤이든 새벽이든 발표장에 나와 연습했죠.”(한승완)
두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시도 교육기관 출전자들도 이번 대회에 엄청난 열의를 보였다고 한다. 양 주무관은 “1년 동안 ‘농사’ 지은 걸 서로 경연하는 자리라서 치열했다. 3개 분야 전체 경연시간은 6시간 정도 되지만, 각 시도 출전자 대부분이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발표 준비에 여념 없었다. 긴장감이 엄청났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한승완 주무관이 나선 연구개발 분야 출전자는 4명이었다. 경기도인재개발원 대표로 양기석 주무관이 출전한 신규교육과정개발 분야에는 11개 시도에서 11명이 출전했다.
경연 전날 발표 순번 추첨에서 한승완 주무관은 1번, 양 주무관은 4번을 뽑았다. 1번을 뽑았을 때 기분을 묻자 한 주무관은 맨 먼저 나가 다음 발표자들의 기를 죽이겠노라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양 주무관은 4번을 길조로 여겼다. “경기도인재개발원이 2010, 2011년 연속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했는데 지난해 발표자로 나선 e-러닝센터의 이현리 e-러닝개발팀장이 네 번째로 발표해 대통령상을 받았었어요. 그래서 감이 좋았죠. 나름 동기부여가 되더라고요.”
교수요원 연찬대회 점수 배분을 보면 연구개발 분야는 사전 제출 과제 80%, 발표 20%로 총점을 매겨 평가한다. 기관상인 신규교육과정개발 분야는 사전 제출 과제 50%, 발표 15%, 나머지 35%는 개인상 분야 성적과 시도별 연찬대회 참여인원 등 팀워크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 수상 기관을 선정한다.
따라서 연구개발 분야에 출전한 한 주무관의 성적도 기관상 수상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안수현 경기도인재개발원장을 비롯한 인재개발원 직원 십여 명이 29, 30일 행사장을 지키면서 단합된 모습으로 두 사람을 열렬히 응원한 것도 대통령상 수상에 보이지 않는 기여를 했다.
“행사 끝나고 인재개발원으로 올라오다가 고속도로휴게소에서 직원들과 저녁을 먹으며 다시 한 번 기쁨을 공유했어요. 다음날에는 전 직원이 오찬을 같이 했고요.”(양기석)
“우승하기까지 원장님을 비롯한 직원들이 저희에게 신뢰를 보내줬어요. 저희가 잘나서 상을 탄 게 아니라 조직의 배려와 열망이 컸기 때문에 3년 연속 대통령상 수상이 가능했다고 봅니다.”(한승완)

한승완 주무관. ⓒ G뉴스플러스 허선량
한 달 내내 긴장상태, 마침내 결전의 날 밝아
대회 첫날에는 연구개발, 강의경연 분야 발표가 있었고, 둘째 날 신규교육과정개발 분야 경연이 진행됐다. 연구개발 분야는 15분, 신규교육과정개발 분야는 10분씩 발표시간이 주어졌다.
이 짧은 시간을 위해 양기석, 한승완 주무관은 한 달 내내 긴장상태 속에서 지냈다.
“자기 고유업무를 하면서 시간을 내 연습을 엄청나게 했어요. 대회 1주일 전에는 발표장과 동일한 조건의 인재개발원 내 세미나실에서 직원들 대상으로 리허설 훈련도 했고요.”
옆에서 듣던 양 주무관이 “한 주무관이 휴가 기간에도 놀러 가지 않고 집에서 대회 준비를 했다”고 기자에게 귀띔했다. 그러자 한 주무관은 그런 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휴가를 보내게 되면 자기 심정을 이해할 거라며 고개를 저었다.
두 사람은 지난 3월 말 교수요원 연찬대회 출전자로 선발됐다. 사전 과제 제출은 6월 27일이 마감이었다. 과제 작성과 발표 준비를 위해 밤을 새운 적도 많았다고 한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두 사람은 서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준비를 성실하게 하면 1등이다, 행사장에 300여 명이 오는데 그 사람들 앞에서 유익한 내용을 재미있게 전달해야 한다, 그것만 생각하자고 서로 북돋워 줬다”고 양 주무관은 말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구상한 발표 시나리오를 완벽하게 외웠다. 발표 순간 어떤 돌발상황에서도 임기응변으로 대처할 수 있을 정도로 철저히 준비했다.
마침내 결전의 날인 29일이 밝았다. 경연의 첫 테이프를 끊은 한 주무관은 오전 10시 45분부터 15분 동안 발표했다. 이에 앞서 이날 새벽 양 주무관과 함께 예의 리허설도 했다. “발표 시간, 논리 전개, 청중에게 유쾌하게 들리는지 여부, 서는 자리, 동선 등을 꼼꼼히 서로 체크해 줬다”고 한 주무관은 말했다.
한 주무관의 발표 주제는 ‘기초지방자치단체 교육담당자 역량모델 개발’이었다. 도내 시군 교육담당자의 바람직한 모델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내용이다. 이를 위해 한 주무관은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인적자원 개발을 잘하는 지자체 6곳의 교육담당자 6명을 선별해 직접 인터뷰했다.
“인재개발원에서 제가 하는 일이 교육컨설팅이에요. 도내 31개 시군, 26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직원 역량을 키우려면 어떤 게 필요한지, 학습지원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컨설팅하는 업무죠. 그런데 컨설팅한 내용이 실제로 적용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교육담당자더라고요. 담당자의 열정과 의지에 따라 컨설팅 결과가 완전히 달라져요. 그래서 일 잘하는 교육담당자 가운데 롤모델이 있겠다 싶어 이들을 만나 관찰한 후 어떤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지 몇 개 키워드로 정리, 요약했습니다.”
발표를 마쳤을 때 심정을 묻자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저 자신한테 ‘너 참 수고했다’ 했지요. 최선을 다한 모습에 스스로 안도감을 느꼈어요. 결과를 기다리면서는 굉장히 불안했어요. 개인상 점수가 좋지 않으면 기관상에도 누를 끼쳐요. 기관상으로 대통령상을 받아서 더 만족했습니다.”

양기석 주무관. ⓒ G뉴스플러스 허선량
다른 시도 교육기관까지 매료시킨 ‘나는 경기도’
이튿날인 30일은 양기석 주무관이 주인공이었다. 기관상 경연인 신규교과개발 분야 발표는 오전에 진행됐다. 9시 35분 네 번째 발표자로 나선 양 주무관의 과제명은 ‘나는(I’m & Flying) 경기도’.
지난 6월 21, 22일 처음 시행된 이 교육과정은 경기도내 행정공무원과 경찰·소방 공무원이 함께 참여하는 게 핵심이다. 양 주무관이 속한 인재개발원 역량개발지원과에서 이 과정을 개발, 추진했다.
행정·경찰·소방 공무원이 서로 소통하고 긴밀한 협업을 통해 도민 행복을 위한 새로운 공유가치를 창출하자는 게 이 교육과정의 목표다. 지난 1월 31일 경기도인재개발원, 경기지방경찰학교, 경기도소방학교 등 3개 교육기관장이 인재양성과 공동발전을 위한 교육협력사업 협약(MOU)을 체결한 게 탄생 배경이다.
“3개 공공기관 공무원이 한자리에 모여 구심점이 되는 슬로건이나 가치를 찾는 거예요. 지금까지는 인재개발원에서 행정공무원만 교육했지 3개 기관 공무원이 모여 잘해보자 하는 교육은 처음입니다. 경찰은 치안, 소방은 재난재해, 저희는 행정에 강점이 있잖아요. 그걸 서로 배우는 거죠.
‘나는 경기도’ 과정뿐만 아니라 1월 말 MOU 체결 이후 3개 기관 공무원이 서로 체험하는 교류협력활활동을 계속하고 있어요. 행정공무원의 경우 신규공직자 3주 교육과정에서 하루를 소방학교에 보내요. 소방정신이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First In Last Out)’이래요. 먼저 들어가서 맨 나중에 나온다는 거죠. 행정공무원이 그걸 배워요.
소방학교 공직자들은 인재개발원에 하루 와서 저희의 ‘더 낮은 곳으로, 더 뜨겁게’라는 공감행정을 배우고요. 경기도광역특별사법경찰만 하더라도 직접 경찰에게 피의자 심문 같은 걸 배우면 얼마나 잘하겠어요.”
교육 과정이 참신했을뿐더러 10분간의 호소력 있는 양 주무관의 발표가 더해져 이번 경연대회에 참가한 다른 시도 교육기관에서도 ‘나는 경기도 과정’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양 주무관의 발표에 대해서도 호평 일색이었다. 신규교과개발 분야 경연을 마친 뒤 심사위원 총평에서 “프로와 아마추어의 대결로 보일 정도로 정말 잘했다”는 평가까지 나와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발표를 마치고 나니 큰 실수없이 끝나서 다행이란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저보다 훨씬 준비를 많이 한 분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낙관도 실망도 할 상황은 아니었어요.”
이날 오전, 이틀에 걸쳐 진행된 3개 분야 경연이 모두 끝났다. 결과 발표와 시상식은 오후에 진행됐다.
개인상 수상자 발표가 끝나고 기관상 차례가 왔다. 미스코리아 시상식처럼 1, 2등인 기관만 마지막에 남겨뒀다. 경기도와 충청남도였다. 마지막에 웃은 쪽은 경기도인재개발원이었다. “장내 아나운서가 경기도라고 발표하는 순간 날아갈 듯 기뻤다”고 양 주무관은 당시를 떠올렸다.

경기도인재개발원 내 휴게공간에서 두 사람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 G뉴스플러스 허선량
가족은 나의 힘!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까지 두 사람은 가족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개인상 결과 발표가 나자마자 한 주무관은 아내에게 문자메시지로 결과를 알렸다. 아내가 ‘축하해요. 조심해서 오세요’라고 보낸 답문을 보면서 그는 마음이 흐뭇했다.
“제가 준비하는 과정을 옆에서 아내가 죽 지켜봤으니까요. 내 가까운 사람이 인정하면 그보다 더 좋은 게 있겠어요.”
양 주무관의 이야기는 좀 더 극적이다. 대회를 마치고 돌아와 아내와 식사를 같이하는데 대회 전날 꿨던 꿈 이야기를 그제야 아내가 꺼냈다.
“화창한 가을날 자전거를 타고 나들이를 가는 길몽을 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좋은 결과를 예견했대요. 조금이라도 부담될까 봐 그 얘기를 안 꺼내고 평소와 다름없이 저를 대한 거죠.”
사실 교수요원 연찬대회는 상금 규모도 작고 수상자에 대한 인센티브도 딱히 없다. 대통령상에 50만원, 국무총리상에 30만원, 행정안정부장관상에 20만원을 지급한다. 그러나 이 대회 수상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두 사람은 단호히 말한다.
“돈보다 명예니까요. 개인적인 명예도 물론 포함되지만 경기도인재개발원, 나아가 경기도의 명예를 드높였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낍니다.”(양기석)
이번 수상을 계기로 두 사람은 경기도인재개발원에서 자신의 역할에 더욱 더 충실하겠다고 했다.
“제 연구 결과물을 가지고 시군에서 학습하는 공무원들에 대한 지원업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지 더 고민해야겠죠. 무엇보다 강압이나 차출에 의한 학습이 아니라 학습하고 싶은 욕구를 불 지를 수 있는 그런 교육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한승완)
“인재개발원은 배움터예요. 제대로 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면 배움터와 일터, 생활 터전이 선순환함으로써 도민 행복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그런 역할이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업무에 더욱 매진하겠습니다.”(양기석)
한승완, 양기석 주무관은? |
두 사람 모두 지방계약직(전임 나급) 공무원이다. 한승완 주무관은 2008년 11월, 양기석 주무관은 2011년 12월 임용됐다.
한 주무관은 강원도 원주 출신이다. 서울대학교에서 농업교육을 전공하고 대학조교 생활을 거쳐 건국대 농축대학원에서 최고경영자과정 운영팀장으로 근무했다. 2008년 11월 공무원으로 임용돼 경기도인재개발원 교육컨설팅과 HRD교육컨설팅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고양시가 고향인 양 주무관은 경기도인재개발원 역량개발지원과에서 교육과정 개발·운영·평가 업무를 맡고 있다.
공무원이 되기 전에는 민간기업에서 인사·조직·교육·홍보 업무를 맡았다. 한화그룹 인재경영원에서 8년, 한화그룹 The Plaza㈜에서 10년, 한국철도공사 인재개발원에서 3년을 근무했다. 부천대학교 인문사회계열 교수로 1년간 재직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