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처럼 장맛비가 무섭게 내리는 요즘, 운전 도중 `삐뽀삐뽀`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달려가는 119구급차를 종종 보게 된다. 이는 도로 차량 매몰과 토사 등 비 피해로 인해 벌어진 사고 현장을 구조하기 위해 소방관들이 출동하는 모습. 이처럼 소방관은 과거와 달리 화재 진압뿐만 아니라, 홍수와 가뭄 등 천재지변에 대한 대응부터 부상자 구조, 소방안전교육 등 국민들의 안전한 삶을 위해 다방면으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지난 2006년 9월부터 2008년 7월까지 의왕, 가평, 화성, 연천, 양주에 소방서를 신설하면서 `1시군 1소방서` 시대를 열어 도민 안전에 힘을 불어 넣고 있다.
`사고 신속 대처`라는 임무를 맡은 소방관들의 하루는 과연 어떨까․ 궁금했던 기자는 하늘이 다시 맑게 게인 지난 15일, 남양주 소방서를 찾아 119 출동 체험과 소방안전교육 등 특별한 체험을 했다.
◆ 미리미리 예방하는 소방안전교육
소방대원의 도움으로 심폐소생술을 체험해보고 있는 기자의 모습 ⓒ 인사이드 경기
남양주 소방서는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소방안전교육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안전교육을 받음으로써, 사고가 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줄이고 위험 상황이 벌어졌을 경우에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 현재 남양주 소방서에서는 다중이용업소 안전관리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 어린이 안전을 위한 119안전체험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기자는 보다 많은 안전 정보를 획득 할 수 있는 다중이용업소 소방안전교육을 체험하기로 했다. 이는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준해 반드시 들어야 하는 교육으로 일반 음식점과 유흥주점, 학원, 목욕탕, PC방 등 사람들이 많이 몰리고 화재가 발발할 가능성이 많은 업소를 운영하거나 그 곳에서 일하는 모든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만약 업소 영업을 시작하기 전에 소방교육을 듣지 않는다면, 최소 200만원 상당의 과태료를 내도록 되어 있다. 이 교육은 매월 두 번째 주 수요일마다 소방서에서 들을 수 있고, 이 날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은 시간이 날 때 소방서에 와서 사이버강의를 통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다중이용업소 소방안전교육을 체험코자 했던 기자는 소방서 2층에 위치한 예방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서 만난 예방담당 소방관 음상복 씨는 컴퓨터가 설치된 방으로 안내를 해주었다. 음 씨는 “화장실 먼저 다녀오세요. 2시간 동안은 의자에서 일어날 수 없거든요”라며 농담을 던졌다. 가벼운 마음으로 자리에 앉은 기자는 마우스를 이용해서 노트북 화면에 뜬 ‘시작’ 버튼을 클릭했다.
# `다중이용업소 소방안전교육 사이버 강의`를 듣다
컴퓨터를 통해 다중이용업소 소방안전교육 사이버 강의를 듣고 있는 기자의 모습 - 친절하게 부연설명을 해주고 있는 소방관 음상복 씨 ⓒ 인사이드 경기
두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교육 시간은 빨리 지나갔고, 소방안전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강의는 크게 4장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제 1장은 화재안전과 관련된 법령 및 제도, 제 2장은 다중이용업소 화재예방 및 대응요령, 제 3장은 소방시설 및 방화시설 유지 및 관리, 제 4장은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리 요령을 다뤘다.
사이버 강의는 가장 먼저 다중이용업소의 정의와 화재취약 요인, 다중이용업의 범위, 법적 근거 등 기본적인 사항들을 언급했다. 이를 통해 교육 대상자들은 ‘내가 지금 왜 이 교육을 받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중이용업소에서 화재가 많이 일어나는 여러 이유들 중 ‘지하층의 경우 화재 시 대형 인명피해’에 대한 내용을 들을 때, 가장 큰 공감을 할 수 있었다. 1999년 10월에 무려 56명의 목숨을 빼앗아 간 ‘인천 라이브호프 화재 사건’이 번뜩 떠올랐기 때문. 특히 화재에 대한 대응 방법을 알려주는 두 번째 장에서는 화재예방을 위한 업종별 준수사항과 전기화재 주요원인 및 예방대책, 가스화재 예방을 위한 안전점검 요령, 화재 발생 시 행동 요령을 알 수 있었다. 모든 사항들이 중요했지만,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정보는 대피요령. ‘당황하거나 무서워하지 말고 빠르고 침착하게 행동하라! 문에 손을 대어 뜨겁지 않은지 확인하고 뜨거울 때에는 절대로 문을 열지 않는다’ 등의 내용으로 재미있는 그림과 함께 짧은 문장으로 기재되어 있어서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점점 사이버 강의에 빠져들 때쯤 세 번째 장으로 넘기라는 표시가 화면에 떴다. 클릭하니 소방시설 및 방화시설 유지 관리라는 문구를 볼 수 있었다. 이 강의에서는 다중이용업소의 방화관리와 안전시설 등에 대한 정기점검, 안전시설의 점검요령, 피난 및 방화시설 유지 및 관리 요령을 설명해주었다. 강의 도중 다중이용업소 관계자가 작성해야 하는 ‘안전시설 등 세부 점검표’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표 안에는 업소에서 점검해야 할 사항들인 안전점검표 비치 적정여부와 방염대상 물품 및 방염처리상태 적정성, 소화기 및 간이소화용구의 비치 적정 및 기능점검, 피난시설의 적정성, 경보설비의 적정성 등 총 11가지 점검사항들이 적혀 있었다. 이를 보고 다중이용업소가 얼마나 안전을 요하는 곳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비상구에 대해 언급할 때도 인상적이었다. 비상구는 출입구의 반대방향에 설치하고 실내에서 외부 쪽으로 열려야 하며 항상 피난이 가능한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또한 비상구 규격은 가로 75cm 이상, 세로 150cm 이상의 크기여야 한다. 종료되기 30분을 남겨두고 마지막 장으로 넘어가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 요령에 관한 지식을 얻었다. 응급처치를 하는 목적부터 중요성 등 기본적인 사항들을 숙지 한 후 출혈 시 이를 막는 지혈, 화상을 입었을 때 조치 사항, 숨이 멎었을 때 하는 심폐소생술 등을 그림과 함께 배울 수 있었다. 모든 강의가 끝난 후 기자는 여러 가지 응급처치 방법 중, 심폐소생술을 응급구조사 윤병람 씨의 도움으로 직접 체험해 보기로 했다.
# 심폐소생술과 완강기 & 미끄럼틀 `생생` 체험
심폐소생술을 직접 체험해 보고 있는 기자와 이를 옆에서 도와준 응급구조사 윤병람 씨 ⓒ 인사이드 경기
심폐소생술 시연에 나선 윤 씨는 커다란 상자를 품에 안고 기자 앞으로 다가왔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심폐소생술 체험 때 기자와 입을 맞춰야 하는 인간처럼 생긴 모형 인조 마네킹이었다.
이를 번쩍 든 윤 씨는 “응급처치를 해야 할 환자는 반드시 바닥에 눕혀야 해요. 그래서 병원에 있는 환자용 침대 매트리스는 모두 딱딱한 거랍니다”라는 설명과 동시에 판 위에 마네킹을 눕혔다.
이어 윤 씨는 심폐소생술에 대한 정의 및 목적 등을 간단하게 언급했다. 심폐소생술은 호흡을 하지 않는 부상자에게 하는 응급처치로써, 호흡과 심장이 멎은 부상자가 이 상태로 4~6분이 경과하면 산소부족으로 뇌가 손상되어 원상회복되지 않는다. 때문에 즉시 입 안에 산소를 불어 넣어주고, 가슴을 압박해주는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심장으로부터 혈액을 보내주어야 한다.
간단한 설명을 마친 윤 씨는 마네킹을 통해 시연을 보여주면서 순서를 설명했다. 환자를 발견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의식유무를 확인하는 것으로, 부상자를 똑바로 눕히고 가볍게 두드리거나 흔들어 본다. 반응이 없으면 바로 119에 연락을 해야 하며 소방대원들이 올 동안 환자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 응급조치를 취해야 한다. 일단 목과 턱이 일직선이 되도록 기도를 열어주고, 숨을 쉬고 있는지 10초 동안 살펴본다. 만약 호흡을 하고 있지 않다면 인공호흡을 2회 실시해야 하는데, 먼저 환자의 코를 막고 입을 완전히 밀착시킨 후 두 번 충분히 공기를 불어 넣고 가슴을 보며 공기가 들어가는지 확인해야 한다.
다음 단계는 맥박을 확인하는 것으로 손을 이용해서 목 부분에 있는 경동맥을 짚고 5~10초 동안 촉지 한다. 만약 맥박이 뛰고 있지 않다면 심폐소생술을 시작해야 한다. 처음으로 취해야 하는 조치는 흉부압박으로서 환자의 양쪽 유두의 연결선을 그어서 흉골과 만나는 가운데 지점을 두 손을 이용해서 누른다. 압박할 때 주의할 점은 손과 어깨는 일직선을 유지하고 환자의 가슴과 90도를 이루어야 한다. 또 깊이는 4~5cm 정도로 하며 압박하는 동안 손이 가슴에서 떨어지거나 팔꿈치가 굽혀지지 않도록 주의를 요한다. 환자의 의식이 돌아올 때까지 흉부압박과 인공호흡은 5사이클(약 2분) 반복해야 하는데, 이때 비율은 30:2로 한다. 즉 압박을 30회, 인공호흡 2회를 반복해서 해야 하는 것.
완강기 체험을 위해 사다리를 오른후 구급용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기자의 모습 ⓒ 인사이드 경기
윤 씨의 시범이 끝난 후 기자는 직접 마네킹을 이용해서 심폐소생술을 해봤다. 시연을 지켜보면서 ‘쉽겠구나’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흉부압박 할 때 제대로 하지 못했다. 누르는 지점이 계속 틀렸고, 30회를 연속으로 압박해야 하는 점도 힘이 들었다. 어렵게(․) 체험을 마친 후 기자는 친절한 소방관 박 씨의 배려로 예정에 없었던 완강기와 미끄럼틀 체험까지 할 수 있었다.
완강기란 화재 등 재난이 났을 때 몸에 밧줄을 매고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천천히 내려오도록 만든, 도르래 모양의 비상용 기구로 10층 이상 건물에서 사용된다. 똑같은 상황에 쓰이는 구조용 미끄럼틀은 천으로 만들어졌으며, 3층 미만 건물에서 대피 시 이용된다. 공기를 잔뜩 불어 넣어 팽팽해진 튜브 모형에 올라선 기자는 먼저 완강기를 타보기로 했다. 아래에 있을 때는 몰랐지만 막상 3층 건물 높이로 만든 모형에 올라서니 등줄기가 오싹했다. 마치 번지점프를 뛰는 기분이랄까․ 기자는 박 씨의 도움을 얻어 기구를 몸에 달고 ‘하나 둘 셋’ 호령과 함께 뛰어 내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안전매트에 발이 닿아 있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박 씨는 구조용 미끄럼틀을 타야 한다며 기자의 팔을 끌었다. 사다리를 타고 다시 모형에 올라가보니 성인 남성 한 명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구멍이 뚫려 있었고 기다란 천이 바닥까지 이어져 있었다. 완강기보다는 쉬워 보이는 대피 방법이었기 때문에 기자는 망설이지 않고 구멍 안으로 ‘쏙’ 몸을 집어넣었다. 놀이터에 있는 미끄럼틀보다 스릴감이 있는 정도, 확실히 완강기보다는 안정감을 주었다.
모든 교육과 체험을 마친 기자는 ‘다음에 진짜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최소한 허둥지둥하지는 않겠구나’라는 혼잣말을 계속 되뇌며, 안도의 한숨과 함께 남양주소방서를 나섰다.
글·사진: 김경미 기자 rornfl84@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