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수많은 업무와 과제 속에서 살아간다. 이를 위한 보고서나 발표문을 준비하며 글씨체를 선택할 때면 항상 고민에 빠진다. ‘사용료나 저작권 걱정 없는 서체는 없을까?’, ‘어떤 글씨체가 눈에 확 띌까?’ 지난 24일, 이 고민들을 날려줄 ‘경기천년체’가 축제가 한창인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에 등장했다.
“경기천년체, 넌 누구냐?”

경기천년체의 특징. ⓒ 경기도 제공
경기천년체는 경기도와 도민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이미지로써 경기도에서 제작한 글씨체이다. 이 서체는 내년이면 정명(定名) 천년을 맞는 경기도의 역사적, 지리적, 문화적, 사회적 특징들을 시각화하고 있다.
경기도는 예로부터 수도와 지방, 한반도의 동서남북을 연결하는 이음새의 역할을 해왔다. 이런 경기도의 지정학적이고, 역사적 특성을 반영해 ‘이음’을 콘셉트로 하고 있다. 자음과 모음의 유연한 연결, 꼭지 모양과 받침의 마무리 상승 등의 디자인 요소를 살펴보면 서체에 담긴 이음의 정신을 잘 알 수 있다.

경기천년체의 제목체, 바탕체, 영문 활용 예시. ⓒ 경기도 제공
서체는 사용처에 따라 주로 헤드라인이나 제목에 쓰이는 ‘경기청년제목’, 본문 내용에 사용되는 ‘경기천년바탕’ 2가지로 나뉜다. 특히 경기천년바탕체는 다산 정약용의 필체를 참고하여 디자인되었다. 이 서체는 정조의 명으로 수원화성을 건설한 정약용의 정신을 계승하고, 경기도의 역사를 품고 있다.
“소통을 통한 서체의 탄생”
‘경기천년체’라는 이름 역시 도민과의 소통을 통해 붙여졌다. 먼저 도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도민들이 서체에 바라는 것에 대해 조사했다. 무료 배포, 곡선미, 시원시원함, 통일감 등의 키워드가 주로 거론되었으며, 이를 서체 제작에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서체의 이름 역시 현장투표를 통해 ‘천년을 이어온 경기도가 또 다른 천년을 만난다’라는 의미가 담긴 ‘경기천년체’로 정해졌다.
“A+와 승진을 불러오는 눈에 확 띄는 글씨체”
경기천년체는 지난해 6월부터 약 10여 개월에 걸쳐 개발됐다. 완성형 국문 2350자, 조합형 국문 8822자 등 총 1만1172자의 국문과 영문 94자, KS약물 986자로 구성되어 있다. 국문뿐만 아니라 영어, 한자 등 여러 종류의 문자에서도 사용될 수 있기에 활용성이 높다.
경기천년체는 서체의 미(美)적 요소와 가독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곡선을 사용하여 상승하는 자음의 꼭지모양과 모음의 획 모양은 서체에 미적 요소를 더했다. 유동적인 획의 두께 변화와 글자 사이의 적당한 여백은 가독성을 높였다. 또한 Light, Medium, Bold 등 서체의 두께를 고를 수 있어 상황에 따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축제라면 빠질 수 없지! 축제와 함께하는 경기천년체”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 축제 ‘대동제’ 현장에 설치된 경기천년체 부스. ⓒ 최윤호 기자
이러한 경기천년체가 지난 23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여러 대학의 축제 현장을 찾아가 대학생들과 만나고 있다. 인터넷과 문서매체의 주 소비계층인 20대에게 경기천년체를 알리고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경기천년체와 함께 젊음의 날 기록하기’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는 최윤호 기자. ⓒ 최윤호 기자
지난 24일에는 흥겨운 ‘대동제’가 펼쳐지고 있는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를 찾아 이동형 홍보부스와 고정형 부스를 통해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했다. 우선 이동형 홍보부스에서는 축제를 즐기고 있는 학생들에게 사진으로 추억을 선사했다. ‘경기천년체와 함께 젊음의 날 기록하기’라는 주제로 경기천년체로 제작한 포토프레임과 말풍선을 활용해 사진촬영 이벤트를 진행했다.

SNS 시 공모전에 참여하는 최윤호 기자의 모습. 시인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 최윤호 기자
고정형 부스에서는 경기천년체가 다운로드 되어 있는 노트북을 이용, 실제로 경기천년체를 활용해 문서를 작성해 볼 수 있었다. 또, 4월 27일부터 5월 26일까지 진행되는 ‘SNS 시 공모전’에 즉석 참여가 가능했다. 학생들은 경기천년체를 주제로 한 5행시나 자유시를 지어 공모전에 참여했다.
경기도 홍보콘텐츠담당관실의 심우진 주무관은 “경기천년체 자체가 하나의 글씨면서 경기도를 대표할 수 있는 디자인”이라며 “학생들을 시작으로 더 많은 도민들이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화동원(書畵同源)’. 예로부터 글씨와 그림의 근원은 같다고 하였다. 그림이 대상의 모습을 묘사하고 그 내면의 가치를 표현하듯, 글씨도 마찬가지이다. 경기천년체에는 경기도의 역사와 의미가 담겨 있었다. 과제, 리포트, 발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기천년체를 사용해보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