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군 ‘고향을 생각하는 주부 모임’ 신영순 씨와 캄보디아에서 온 ‘새댁’ 브네사 네안나 씨는 경기도와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가 실시하는 다문화여성 ‘멘토-멘티’다. 신영순 씨는 한 달에 세 차례 네안나씨를 만나 한국 생활 적응에 어려운 점은 없는지, 남편과의 문제, 시댁 식구들과의 문제 등을 상담해 준다. ⓒ G뉴스플러스 황진환
경기도 가평군 ‘고향을 생각하는 주부 모임’ 신영순(56) 씨가 캄보디아에서 온 ‘새댁’ 브네사 네안나(25)씨를 16일 찾아왔다. 신씨와 네안나씨는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에서 실시하는 다문화여성 ‘멘토-멘티’다.
경기도는 지난해부터 다문화가정 돌봄사업을 ‘고향을 생각하는 주부 모임’에 위탁하고 농협과 함께 다문화가정의 국내 적응을 지원하고 있다. 각 시·군에서 뽑힌 50여명의 멘토가 멘티로 연결된 결혼이민여성의 애로사항 등을 해결해주고 지역사회 적응을 돕는다.
네안나씨는 5년전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결혼이민여성이다. 네안나씨의 집은 가평읍 복장리 산골짜기에 있다. 겹겹이 산이 둘러싸인 곳에서 4살 배기 딸 예원이, 남편 이석의(58) 씨와 함께 살고 있다. 축사에 부부가 키우는 열댓 마리 소들이 모처럼 산골로 찾아 온 손님들을 반기듯 계속 울어댔다.
네안나 씨는 5년 전 캄보디아에서 시집 온 결혼이민여성이다. 네안나씨의 집은 가평읍 복장리 산골짜기에 있다. 남편 이석의(58) 씨, 네 살배기 딸과 함께 살고 있다. ⓒ G뉴스플러스 황진환
네안나씨는 “사람이 없어서 교통이 힘들지만 조금만 걸어서 내려가면 버스도 다니고 남편이 읍내까지 태워다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여긴 심심했어요. 동네 사람도 없고, 근데 제가 살던 캄보디아에 있는 집이랑 비슷해서, 조용한 게 좋아요.”
멘토 신씨가 예원이를 쓰다듬으며 “그 동안 어려운 일은 없었느냐”고 물었다. 신씨는 한 달에 세 차례 네안나씨를 찾아 한국 생활 적응에 어려운 점은 없는지, 남편과의 문제, 시댁 식구들과의 문제 등을 상담해 준다. 직접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복지기관이나 다른 기관을 연결해 주기도 한다.
네안나씨는 “친정 엄마처럼 챙겨준다”며 “가까이 살아서 좋다”고 말했다. 신씨는 예원이가 아팠다는 말에 걱정스런 눈길을 보냈다.
얼마 전부터 군에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캄보디아 문화를 소개하는 다문화 이해 강사로 활동하는 네안나씨는 “한국 사회나 한국어 공부를 더 해서 많은 일을 찾아보고 싶다”고 전한다.
신씨가 맡고 있는 또 다른 멘티인 판티융(25·베트남)씨는 6년 전 가평으로 시집왔다. 남편과 정육점을 하는 판티융씨는 한국어도 서투르고, 무엇보다 시댁 식구들과 갈등이 많았다.
신씨의 도움으로 지금은 관계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는 판티융씨는 신씨에 대해 “매일같이 들러 밥도 해주고 시댁 식구들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가르쳐 준다”고 웃으며 말했다.
멘토 신씨는 “멘티들은 이방인이라는 눈총을 많이 받아 경제적인 부분 보다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해주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을 더 원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멘토를 해보니 다문화가정의 화합을 위해 가족들과의 관계를 중개해 주는 역할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고 전한다.
16일 신영숙 씨가 네안나 씨 집을 방문했다. 두 사람이 집 주변에서 쑥을 캐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G뉴스플러스 황진환
경기도, 올 한 해 다문화 분야에 170억원 지원
결혼이민여성은 전국적으로 18만명에 이른다. 그 중에서 27%에 해당하는 5만명이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다.
대다수 결혼이민자 가정은 일반 가정에 비해 생활수준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에 따르면 결혼이민자 가정의 60% 가량이 월평균 소득 100~150만원에 못미친다. 또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률도 일반 가정의 4.2% 보다 높은 5.8%에 이른다.
도는 올해 다문화 분야 총 24개 사업에 대해 국비 85억원을 포함해 170억원(도비 43억원, 시·군 42억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도는 지난해 광역자치단체로는 최초로 다문화가족과를 신설,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다문화가정 자녀 2000명을 대상으로 ‘한글깨치기 방문교육’, ‘부모나라 언어로 된 한국전래 동화책 보급’ 사업을 실시했으며, 지난해부터 ‘다문화가정 1대1 멘토링 사업’을 실시하며 결혼이민자 여성들의 한국생활 적응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 달 29일에는 전국 단위의 다문화가족 합창대회도 열린다. 모두 경기도만의 특화 사업들이다.
김복운 경기도 다문화가족과장. ⓒ G뉴스플러스 황진환
김복운 도 다문화가족과장은 “현재 하남시와 과천시를 제외한 29개 시·군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외국인복지센터가 있어 다문화가정에 대해 여러 행정 서비스가 지원되지만 농어촌 지역은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1대1 멘토링’을 통한 방문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는 올해 다문화가정 사업과 관련해 방문교육 사업과 ‘이중언어 등 영재교육 프로그램’, 정보제공을 위한 ‘다문화소식지’ 발간 등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고용지원센터와 협력해 맞춤형 취업지원 교육을 보다 강화해 나갈 계획이기도 하다.
시·군과 연계해 다문화가정 부부가 참여하는 ‘국제결혼 행복 프로그램’을 올 9월까지 3회 실시하며, 하반기에는 2회에 걸쳐 ‘결혼이민자와 시어머니가 함께 하는 다문화 캠프’도 운영할 계획이다.
김 과장은 “다문화가정마다 나름대로의 고민을 가지고 있고, 결혼이민여성도 국가별로 정착하는데 애로 사항이 다 다르다”며 “그런 것들을 모두 참고해서 시책을 개발하고 추진할 때 반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특히 도는 시·군과 합동으로 국제결혼중개업소에 대한 정기점검 강화와 인력 보강 등에 대해 지원해 나갈 방침이다.
김 과장은 향후 다문화가정 사업과 관련, “‘결혼이주 1세대’에 대한 지원과 교육에서 2세대 교육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며 “1만7000명에 달하는 도내 미취학 아동이 장차 자라나면서 겪게 될 정체성 문제, 사춘기 문제 등에 대해 포커스를 맞춰 청소년기 다문화자녀 멘토-멘티 지원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