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의료지원을 통해 의족수술과 재활에 성공한 아프리카 소녀 띠아미께(9)가 21일 고향 말라위로 돌아갔다. 이날 송별행사에 참석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띠아미께에게 선물과 함께 격려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 G뉴스플러스 허선량
태어나서 한 번도 걸어보지 못했던 아프리카 소녀가 경기도의 도움으로 제힘으로 걸어서 고향에 돌아갔다.
사연의 주인공은 말라위에서 온 9살 소녀 띠아미께(Shadreck Tiyamike). 아프리카 남동부의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난 소녀는 태어나서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었다.
띠아미케는 1살 무렵 어두운 집을 밝히려고 켜둔 촛불로 불이 나는 바람에 화상으로 다리가 괴사됐고, 기억조차 나지 않는 어린 나이에 양 다리를 모두 절단해야 했다. 그랬던 그녀가 경기도의 의료지원을 받아 의족수술과 재활에 성공해 21일 걸어서 고향으로 돌아갔다.
따아미께는 지난 9월 21일 말라위에서 활동하는 한국 NGO ‘우리문화가꾸기회’와 경기도의료원의 도움으로 경기도를 찾았다. 당시 띠아미께의 오른쪽 다리는 허벅지까지, 왼쪽 다리는 종아리까지 절단된 상태라 의족을 차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수술진의 기술력과 재활이 관건이었다.
수술은 아주대병원이 맡고 재활은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이 맡았다. 입국 이튿날 아주대 소아재활학과 조재호 교수의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조재호 교수는 “보행경험이 없는 띠아미께가 다시 걷게 된 것은 수술 경과와 재활 훈련, 본인 의지, 주위의 도움 등 모든 것이 만들어낸 기적이다. 제 인생에서도 이번 경험은 큰 선물”이라고 말했다.
띠아미께가 김문수 지사를 비롯해 수술·재활 담당 의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G뉴스플러스 허선량
“언니와 장난치는 게 너무너무 좋아요”
매일 계속되는 물리치료와 재활치료, 수술보다 힘든 재활과정에서 띠아미께는 웃음을 되찾았다. 재활효과가 나타나면서 처음의 어둡던 표정은 갈수록 밝아졌다. 특히 재활효과는 수원병원 관계자들도 놀랄 만큼 빨리 나타났다.
띠아미께의 물리치료를 담당한 변병희 씨는 “병원에 처음 왔을 때 태어나서 한 번도 혼자 힘으로 걸어보지 못한 띠아미께가 재활치료로 과연 스스로 걸을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며 “재활 2주만에 처음으로 걸음을 뗐을 땐 또래의 딸을 가진 부모로서 눈물이 날 정도로 뭉클하고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몸을 움직이지 못해 가만히 누워있기만 해야 했던 띠아미께는 간병차 함께 입국해 한 병실에 머문 사촌언니와 몸을 움직여가며 치는 장난이 이렇게 재미있고 좋은 것인지 처음 알았다고 기뻐했다.
물리치료사 손용상 씨는 “출국을 앞둔 지금은 혼자 보행이 가능할 정도로 몸이 많이 좋아졌다. 퇴원을 하고 돌아간다니 섭섭하기도 하지만 말라위에서도 재활을 잘 해서 밝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란다. 공공의료기관으로서 보람을 느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띠아미께의 재활과정과 한국에서 보낸 모습을 담은 사진들. ⓒ G뉴스플러스 허선량
경기도의료원, 제2의 띠아미께를 응원합니다
경기도의료원은 띠아미께가 말라위로 돌아가서도 계속 재활을 받을 수 있도록 수원병원에서 실시한 재활프로그램을 현지 병원에 전달할 예정이다. 또 현지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김대식 신부를 통해 띠아미께의 상태를 공유하고, 커가면서 필요한 의족 교체도 지원할 방침이다. 지원은 띠아미께가 완전히 성장할 때까지 계속하기로 했다. 띠아미께의 수술과 재활은 모두 무료로 진행됐다.
이달 말쯤 제2의 띠아미께가 희망을 품고 경기도의료원을 찾는다. 도 의료원은 현재 난치성 뇌수종을 앓고 있는 말라위 19세 소년 장위리라를 위해 치료 대상 병원을 물색하고 있다. 장위리라도 띠아미께처럼 수술 후 경기도의료원에서 요양과 치료를 하게 된다.
배기수 경기도의료원장은 “띠아미께처럼 외국인과 다문화가정의 어려운 이웃에게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실천하는 지역거점 공공병원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이번을 계기로 앞으로도 이런 의료지원사업이 더욱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띠아미께의 사연을 접한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21일 수원병원을 방문해 출국 선물과 격려 메시지를 전했다.
김문수 지사는 “띠아미께가 밝게 웃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 말라위로 돌아가서도 행복하게 생활하고 의족 교체 등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연락을 달라”며 “도는 앞으로도 여러 의료단체와 봉사단체, 종교계 등과 힘을 합쳐 띠아미께와 같은 어린이들을 꾸준히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띠아미께는 “걷는 것을 항상 간절히 원했었는데 모두 감사하다”며 “나중에 꼭 훌륭한 의사가 돼 많은 이들을 치료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띠아미께는 이날 오후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카이스트에서 공부하는 말라위 대학생 마리암과 함께 ‘걸어서’ 고향으로 돌아갔다.
띠아미께가 김문수 지사와 사촌언니 앞에서 걷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 G뉴스플러스 허선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