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5회를 맞이한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 2012)`가 지난 일요일 5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한국만화박물관, 영상문화단지 일대에서 개최된 이번 행사는 <세계로 나아가는 미래의 언어, K-Comics "Manhwa">를 주제로 한국만화의 현재와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애꿎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 박창규 기자
15일부터 시작됐던 축제는 만화관련 전시, 콘텐츠 페어, 컨퍼런스, 체험 이벤트, 세계어린이만화가대회, 유명작가 사인회 등 다채로운 행사들로 가득했다. 특히 2011년 사전대회의 성격으로 치러졌던 세계어린이만화가대회가 올해 본격적인 대회로 거듭나며 국제행사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또한 미국 마블코믹스사(社)의 어벤저스를 주제로 한 기획전시회, 우리나라의 만화산업을 이야기한 K-COMICS 주제전시회 역시 큰 호응을 얻었으며 이 밖에도 코스튬플레이대회, 다양한 애니메이션 상영 등을 통해 관람객들을 만족시켰다.
많은 관람객들의 주목을 끌었던 어벤저스 어셈블리 기획전시. ⓒ 박창규 기자
세일러문 코스튬 플레이를 한 한 참가자. ⓒ 박창규 기자
주목해야 할 점은 일반 관람객들뿐만 아니라 해외바이어들 사이에서도 호평을 얻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수출지원 상담회와 콘텐츠 페어, 컨퍼런스 등의 마케팅 타겟층을 겨냥한 행사에 해외 7개국 10여개 업체가 참석했다. 이들과 마주한 국내 28개 만화업체가 79억원 상당의 수출상담 실적을 올렸고 실제 계약액도 3억 7000만원에 달했다. 미국과 일본이 양분하고 있는 세계 만화애니메이션 시장에서 한국 역시 저변을 확대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에 부천이 자리할 수 있게 된 것은 비단 올해의 성과 때문만은 아니다.
부천시는 1998년 만화문화도시 계획을 설립한 이래로 꾸준히 국내 만화애니메이션 산업의 진흥을 이끌어 왔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구 부천만화정보센터)을 설립하여 지속적인 만화애니메이션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부천국제만화축제와 올 11월에 열리는 부천 국제 학생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은 이미 부천시의 대표행사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특히 이번 부천국제만화축제는 단순한 지역차원의 행사를 넘어서 우리나라 만화 생태계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 동안 개최된 국제만화축제에서는 한국만화 100년전, 한국만화 기네스전 BEST5 등 국내만화의 흐름과 주요 쟁점을 다루면서 만화의 문화적, 예술적, 산업적 가치를 부각시키는 데 큰 공을 세워왔다.
한국만화가 또 하나의 한류콘텐츠 반열에 들어설 날이 멀지않아 보인다. ⓒ 박창규 기자
하지만 여전히 한국만화가 갈 길은 멀다. 국내 만화시장의 규모가 비약적으로 성장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5년간의 실적은 좀처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더구나 웹툰의 성장세와는 대조적으로 출판만화의 규모는 2002년 2,472종(학습 만화 제외)에서 2010년 1,325종으로 큰 하락세를 겪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이는 부천시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성장이 둔화된 만화산업의 정체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나라 만화애니메이션의 중심지로 손꼽히는 부천이 어떤 역할을 보여주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