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운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와 아이엔피 직원들. ⓒ G뉴스플러스 유제훈
“종이로 로봇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해외 바이어들이 놀라워합니다.”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 프라모델 시장에 도전장을 낸 업체가 있다. 지난해 1월 3차원(3D) 종이 로봇인 ‘페이봇(페이퍼 로봇)’을 출시하며 업계를 놀라게 한 아이엔피가 그 주인공.
10일 경기 부천시 경기콘텐츠진흥원에서 만난 박병운(46) 대표는 “페이봇은 종이접기의 장점인 집중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페이봇은 세계 최초로 종이로 접어서 만드는 3D 로봇이다. 과학적인 조합 기술과 종이접기의 장점을 결합, 아이들의 두뇌 개발과 집중력 향상에 효과가 있는 교육용 제품으로 개발했다.
박 대표는 “어렸을 때 접한 ‘페이퍼 크래프트(종이로 배, 탱크, 비행기 등을 접는 공예)’의 경험을 살려 제품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70~80개의 종이부품으로 이뤄진 페이봇 시리즈는 로봇마다 고유명칭과 무기, 특징이 있다. 향후 애니메이션으로도 개발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1970년대 세계 프라모델시장을 열었던 일본 반다이사의 건담과 비교해 페이봇이 가격도 저렴하고 디테일하며 색채감이 뛰어나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페이봇은 지난해 1월 홍콩의 토이쇼, 올해 2월 독일의 토이쇼에 나가 호평을 받았다. 플라스틱 로봇과 달리 크기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고 색깔도 다채롭다. 30cm 크기의 플라스틱 제품이 7~8만원인 반면 페이봇은 1만원대로 가격도 저렴하다. 내년 20만달러 매출을 목표로 한다.
박 대표가 페이봇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G뉴스플러스 유제훈
박 대표는 IMF 이전에 3년간 무역업을 하다 속옷 유통업에 뛰어들어 3년간 회사를 경영했다. 지난 2002년 아이들 교육용 젓가락인 ‘에디슨 젓가락’을 개발하면서 아이엔피를 창업, 10년째 회사를 이끌어 오고 있다.
박 대표는 캐릭터 사업을 준비하다가 자체 캐릭터를 아무리 예쁘게 디자인해도 콘텐츠나 제품이 없으면 성공하기 힘들다고 판단, 캐릭터를 접목한 상품을 만들기 위해 ‘에디슨 젓가락’이라는 교육용 젓가락을 개발하게 됐다.
‘에디슨 젓가락’은 젓가락에 고리 3개가 달려 엄지·검지·중지를 끼워 사용하며 젓가락 머리 부분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뽀로로’, ‘푸우’, ‘토마스와 기차들’ 등의 캐릭터를 달았다. 박 대표는 “머리가 좋아지는 젓가락 대신 포크를 사용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데 착안해 제품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품은 출시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인터넷 쇼핑몰에 주문이 이어져 연간 100만개 가까이 판매했고 ‘대한민국 특허기술대전’ 동상도 받았다.
이 밖에 칫솔대 머리 부위에 잉크가 내장된 도장이 달려 아이들이 양치질하게끔 동기를 부여하는 ‘에디슨 칭찬 칫솔’, 실리콘 소재의 유아 이유식 숟가락, 미국·일본·독일에서 특허를 취득한 과일 과즙망 등도 인기 상품이다.
경기콘텐츠진흥원에 입주한 38개 콘텐츠 기업 가운데 하나인 아이엔피는 전체 직원이 28명으로 창업 초기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를 통해 해외 박람회와 전시회 참가 등을 지원받았다. 또 도에서 시제품 개발, 인터넷 무역 프론티어 사업 등을 통한 지원도 했다.
“아이디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공감을 얻는 일입니다. 소비자들이 제품화된 아이디어를 살 때 그 가치를 사는 것이기 때문에 아이디어의 원천이 얼마나 경쟁력 있느냐에 따라 상품의 효용성과 가치가 결정되죠.”
박 대표는 “IT기업이든 콘텐츠기업이든 업계에서 성공하려면 창의력을 기반으로 한 ‘원소스 멀티유저’가 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그만의 경영철학을 내비췄다.
“‘앵그리버드’ 처럼 단순한 스마트게임 하나가 캐릭터 상품으로 만들어지면서 전세계에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한 예가 많죠. 국내에서도 ‘로보카폴리’, ‘뽀로로’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콘텐츠들이 있지만 콘텐츠가 목표로 하는 타깃 시장을 분석해 정밀하게 공략하지 않으면 실패할 수 있습니다.”
박 대표는 향후 “국내 성공을 기반으로 아이디어를 접목한 생활용품을 글로벌 아이템으로 만들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아이엔피가 개발한 페이봇. ⓒ G뉴스플러스 유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