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의 전경. ⓒ 정윤서 기자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백남준로 10에 위치한 백남준아트센터는 2008년 10월 개관하여 백남준의 사상과 예술 활동에 대한 창조적이면서도 비판적인 연구를 발전시키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백남준아트센터 내부 안내판의 모습. ⓒ 정윤서 기자
2019년 2월 16일부터 2020년 2월 20일까지 열리는 ‘백남준 미디어 ‘n’ 미데아’는 비디오 아트의 존재론을 설파하면서 만들어낸 백남준 식 조어 ‘비디오, 비데아, 그리고 비디올로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한다.
비디오 아트 작품 ‘TV 정원’. ⓒ 정윤서 기자
이번 전시에는 총 16점의 백남준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제1전시장 바깥에 전시되어 있는 ‘TV 정원’이라는 작품은 우거진 수풀 속에 텔레비전들이 꽃송이처럼 피어있는 정원을 통해 미술관이라는 실내에 인공적으로 조성된 자연환경과 자연과는 상반되는 텔레비전으로 대조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보았을 때 실내라는 공간과 자연, 텔레비전 사이에서 이질감을 느낄 수 있다.
비디오 아트 작품 ‘달은 가장 오래된 TV’. ⓒ 정윤서 기자
이 작품의 제목은 ‘달은 가장 오래된 TV’로 텔레비전이 없던 시절 지구의 유일한 위성인 달을 바라보며 이미지를 투영하고 이야기를 상상하던 모습을 텔레비전 시청에 빗댄 것으로 관람자들로부터 시간의 길이와 깊이, 순간성과 영원성에 대해 생각하도록 했다.
비디오 아트 작품 ‘스위스 시계’. ⓒ 정윤서 기자
‘스위스 시계’는 ‘비선형적인 시간’이라는 개념에 대한 백남준의 관심이 표현된 작품 중 하나로 폐쇄 회로 카메라가 벽걸이 괘종시계 추의 움직임을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각각 다른 방향으로 놓인 텔레비전 화면에서는 동일한 시계추의 움직임이 다른 각도로 비치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는 점이 신기했다.
비디오 아트 작품 ‘TV물고기(비디오 물고기)’. ⓒ 정윤서 기자
‘TV물고기(비디오 물고기)’는 24대의 TV, 24개의 어항, 물고기, 3채널 비디오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어항 뒤의 모니터에서는 세 종류의 영상이 나오는데, 춤을 추고 있는 머스 커닝햄, 바닷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그리고 하늘을 나는 비행기의 모습이 등장한다. 어항과 텔레비전 화면이 겹쳐 실제로 살아있는 물고기와 비디오 속 물고기는 하나의 시공간으로 합쳐진다. 기술이 만들어내는 화면의 ‘생생함’과 현실 속 자연의 ‘살아있음’을 대비시키며 기술과 자연의 공존을 강조하고자 했다. 물고기가 영상을 배경 삼아 헤엄을 치고 있다는 점에서 순간 기괴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느끼기도 했다.
‘백남준 미디어 ‘n’ 미데아’가 전시 중인 제1전시장의 입구. ⓒ 정윤서 기자
이외에도 더 많은 작품은 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기자는 백남준이 비디오 아트로 유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알고 있던 작품은 ‘다다익선 & 삼라만상’뿐이었고 이렇게 다양한 주제로 많은 작품이 존재하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 처음 작품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은 ‘난해하다’였다. 그러나 작품 설명을 읽고 찬찬히 작품을 들여다보니 새롭고 신기했다. ‘이것은 어떻게 표현하고자 해서 이 물건들을 사용했을까?’ 스스로 한 번 더 고민해보게 되자 작품을 감상하는 것에도 흥미가 생겼다. 예술작품은 어렵다고 생각해 백남준아트센터가 가까이에 있음에도 방문해 보지 않았던 것에 아쉬움도 느꼈다. 할 일이 없는 주말, 여태 보지 못했던 예술 작품을 만나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백남준아트센터의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로, 관람 종료시간 1시간 전에 입장이 마감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관람요금은 무료이나 매표소에서 티켓을 발부받은 후 입장해야 한다. ‘백남준 미디어 ‘n’ 미데아’의 도슨트 안내는 평일에는 일 2회, 주말에는 일 4회 이루어진다. 자세한 사항은 백남준아트센터 홈페이지(www.njpartcente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