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경기도청 신관 앞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 경기도청
게르하르트 프리츠 쿠르트 슈뢰더(Gerhard Fritz Kurt Schröder) 전 독일 총리가 22일 경기도의회에서 특별연설을 하면서 ‘경기연정’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슈뢰던 전 총리는 이날 도의회에서 40분간 연설하며 경기연정을 높이 평가하고 성공을 기원했다.
이번 슈뢰더 전 총리의 도의회 연설은 지난해 10월 독일을 방문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슈뢰더 전 총리에게 독일의 통일경험과 연정에 대해 고견을 나눠줄 것을 부탁한 것에 따라 성사됐다.
슈뢰더 전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 도의회 연설에 앞서 도지사 집무실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와 연정과 통일을 주제로 환담을 나누고 “경기연정이 성공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환담에 앞서 경기연정의 상징으로 집무실에 설치한 ‘연리지 나무’를 슈뢰더 전 총리에게 소개하면서 “여야가 연애하는 마음으로 늘 대화하고 소통하고 있다”며 “약속을 잊지 않고 경기도를 방문해 감사하다”고 환영했다.
이어 “서양 격언에 보통의 정치인들은 다음 선거를 준비하고 정치 지도자들은 다음 세대를 준비한다는 말이 있다”며 “슈뢰더 전 총리는 다음 세대를 준비한 정치지도자”라고 평가했다.
남 지사는 특히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당리당략이나 자신의 선거결과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개혁과 통합, 미래를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며 “슈뢰더 전 총리가 미래와 국익을 생각하는 점을 우리나라 정치인도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슈뢰더 전 총리는 “지난해 남 지사께서 베를린에 왔을 때 만나 경기도 연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었다. 경기연정을 직접 보고 싶어서 경기도를 방문했다”며 “두 개의 뿌리가 만나서 하나의 나무를 형상화한 연리지의 콘셉트가 정말 보기 좋다. 대립보다는 소통이 우선이라는 점을 알았다”고 화답했다.
도지사 집무실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슈뢰더 前 독일 총리,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가 경기도의 연정을 상징하는 연리지 나무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경기도청
슈뢰더 총리와의 환담을 통해 남 지사와 이 부지사는 연정과 통일이라는 주제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한 경기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슈뢰더 전 총리도 경기연정 성공을 희망적으로 평가했다.
남 지사는 “연정이 법에 제도화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인 타협으로 끌고 가고 있어 어려운 점이 있는데, 앞으로는 법제화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며 “통일을 이뤄내야 하는데 양당제와 대통령제하에서는 북한주민이 통일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서라도 연정이 가능한 정치체제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우 부지사는 “대한민국 최초의 연정이라 조심스럽게 제도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도민과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다. 이 점에서 서로 다른 점이 없다.”고 말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두 분을 보니 경기연정이 잘될 것으로 믿는다”면서 “특히 연정은 노동시장 및 연금 등 대한민국을 개혁하는 데에 좋은 이슈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도지사 집무실에서 남경필 지사와 이기우 부지사와 슈뢰더 전 총리와 환담을 나누고 있다. ⓒ 경기도청
경기도의회 1층 로비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슈뢰더 전 독일 총리,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강득구 경기도의회 의장,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 이승철 도의회 새누리당 대표, 김현삼 도의회 새정치연합 대표, 천동현 도의회 부의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통일과 관련, 슈뢰더 전 총리는 “북한주민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 독일 통일 시에도 사회 간의 교류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소개하고, 경기도가 시도하고 있는 지방정부 차원의 외교에 대해서도 “아주 좋은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도의회 연설 후 진행된 경기지역 언론과의 스탠딩 인터뷰에서 남 지사와 경기도에 대한 인상과 평가를 밝히기도 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남 지사는 경기도뿐만 아니라 한국에 필요한 개혁정책이 무엇인지를 잘 이해하고 있고, 열린 사고를 가진 분이라고 생각한다. 경기도 역시 개혁에 관심이 높은 지역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준비하고 있는 개혁정책이 성공할 것이라는 것도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이날 오후 수원 봉녕사에서 ‘슈뢰더 전 독일총리와의 오찬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남경필 지사와 강득구 도의회 의장, 이기우 부지사를 비롯해 새정치민주연합 이찬열 경기도당 위원장‧송호창 전 도당위원장, 황성태 도 기획조정실장, 봉녕사 자연스님 등이 참석했다.
남 지사는 봉녕사에 도착해 슈뢰더 전 독일 총리에게 이찬열 도당위원장 등을 소개하고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당에서 (경기도) 연정정치를 위해 협력해주셨다”고 밝혔다.
슈뢰더 전 총리는 “(봉녕사는) 아름다운 사찰이다. 상냥하신 분들이 안내를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남 지사를 비롯한 내빈들은 자연스님의 안내로 대적광전, 우화궁(승가대학) 등을 관람하고, 육화당에서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오찬 후 남 지사는 광주 도원요 박부원 선생이 제작한 백자 ‘달항아리’를 슈뢰더 전 총리에게 선물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선물을 받고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 도자기 공장 근로자였다. 뜻깊은 선물에 감사하다”고 답했다.
수원 봉녕사 대적광전에서 남경필 지사와 슈뢰더 전 총리를 비롯한 내빈들이 합장을 하고 있다. ⓒ 경기G뉴스 유제훈
수원 봉녕사에서 남경필 지사와 슈뢰더 전 총리가 이동하며 환담을 나누고 있다. ⓒ 경기G뉴스 유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