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경기도지사가 1일 오후 열린 ‘경기연정 정책토론회’에서 “연정은 수단이고 목표는 도민의 행복”이라며 환영사를 전하고 있다. ⓒ 경기G뉴스 유제훈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도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선택한 ‘연정(연합정치)’이 1주년을 맞았다. 여야의 화합에 대한 꿈이 과연 현실화되고 있을까.
1일 오후 수원 경기대학교 종합강의동에서 한국정책학회 주관, 경기도 후원으로 ‘경기 연정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경기 연정의 지난 1년을 전문가적·학술적 관점에서 평가받고 성공적 정착을 위한 새로운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자 마련했다. 토론회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 이상일 새누리당 국회의원, 이기우 도 사회통합부지사, 강득구 경기도의회 의장을 비롯해 정계, 학계, 공무원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 “연정은 목표가 아닌 수단”
이날 남경필 지사는 환영사에서 “연정은 목표가 아닌 수단이다”라며 “경기도의 목표는 도민의 행복과 정치 갈등의 최소화, 정치의 불확실성 제거다”라고 밝혔다. 대한민국에서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연정에서 필요한 것은 내·외적 제도와 시스템 정비라는 게 남 지사의 생각이다.
이어 강득구 의장은 “연정에 동의한 것은 갈등을 넘어 당 가치를 지키고, 소통으로 더 큰 정치, 희망을 주는 정치를 만들어보자는 입장 때문이었다”며 “도민에게 행복을 주는 모델을 경기도에서 만들어 대한민국의 희망으로 만들자는 게 연정의 시작이고 끝이다”라고 설명했다.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가 ‘경기연정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연정에 대해 실질적 조직 강화를 촉구하며 기조연설를 하고 있다. ⓒ 경기G뉴스 유제훈
또 이기우 부지사는 기조연설에서 “저는 야당의 추천과 경선, 새정치민주연합 도의회 투표를 통해 사회통합부지사로 정해졌다. 하지만 고용계약서가 없어 연정이 깨지면 방을 빼야 한다. 법률적 근거가 없어 합의 이외의 효력 발휘가 어렵다. 새 연정 어젠다를 발굴 못 하면 연정은 힘을 잃게 된다”며 연정이 가진 불안정성을 언급했다.
이어 “도민설문조사를 보면 점점 연정이 뭐 하는지 모르겠다는 답변이 많아졌다. 도민은 연정이 피부에 와 닿지 않으면 호감을 가지고 지지할 이유가 없다”면서 “연정을 통해 우리나라 정치를 바꾸는 디딤돌로 만들려면 지속적인 동력을 얻기 위한 시스템과 실질적 조직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경기연정 평가와 제도적 발전방향 논의
이날 토론회는 두 가지 세션으로 나눠 진행됐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권기헌 한국정책학회 회장을 좌장으로 ‘경기연정의 학술적 고찰(성과와 한계)’를 주제로 한 토론이 진행됐다.
박형준 성균관대 교수가 ‘협력적 거버넌스 관점에서 경기연정 성과 고찰’, 김종갑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이 ‘자치연정의 운영 사례와 한국에 시사점’을 주제로 발제했다.
토론자로는 윤태길 경기도의회 새누리당 부대표, 이용모 건국대 교수, 이영미 경기대 교수, 최종식 경기일보 편집국장,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 박해육 지방행정연구원 지방규제개혁센터 소장 등이 참여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박재창 한국외국어대 교수를 좌장으로 ‘경기 연정의 제도적 공고화 방안 및 발전 과제’를 주제로 토론이 열렸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가 ‘경기연정의 의의와 성공 조건’을 주제로 발제했고, 토론자로는 김현삼 경기도의회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권혁주 서울대 교수, 김석호 서울대 교수, 아주대 강신구 교수, 성한용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김태성 경인일보 차장, 배수강 동아일보 기자 등이 자리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대한민국에서 정치적으로 생소한 ‘연정’이 신선하고 가치 있는 시도라는 공통된 평가를 내렸다.
첫 번째 세션에서 박형준 성균관대 교수는 “연정의 장점은 다양한 갈등에 대해 서로 협력해 갈등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라며 “정책 수용성을 높이는 정책이 연정이다”라고 설명했다.
1일 오후 개최된 ‘경기연정 정책토론회’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 이기우 도 사회통합부지사, 이상일 새누리당 국회의원, 강득구 경기도의회 의장을 비롯해 정계, 학계, 공무원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 경기G뉴스 유제훈
최종식 경기일보 편집국장은 “경기 연정은 도정을 정치인의 프레임에서 도민의 프레임으로 바꾼 것”이라며 “행정의 지향할 만한 새 패러다임이다”라고 평가했다.
박해육 지방행정연구원 지방규제개혁센터소장은 경기연정을 ‘정치적 혁신’ ‘정치적 혁명’이라고 표현했다. 경기 연정이 집행부와 의회의 기관 대립형 구조를 타파하는 모델로 지방자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했다.
김종갑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독일 뮌헨 광역시를 예로 들며, 의회와 집행부 간 협치(協治) 연정모델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비례의석의 확대 △정당 설립 요건과 정당 등록 취소 요건의 완화 △봉쇄 조항의 하향 조정을 제시했다.
반면, 지방선거에 다다르면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과 체계화된 제도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남 지사가 잘하고 있는데 광폭 연정시리즈를 밟아 연정의 교과서적 의미에서 멀어졌다”며 “이기우 부지사 산하에 연정을 잘할 수 있는 많은 조직이 있는지도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일 열린 ‘경기연정 정책토론회’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도의회, 학계, 언론 등 다양한 인사들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경기G뉴스 유제훈
강신구 아주대 교수는 “연정은 제도로서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 끝으로 갈수록 어렵다. 선거 순간 각자 심판받는 것”이라며 “못한 일에 대해 남 탓하는 경향이 있어 선거 임박하면 연정 유지가 어렵다. 이는 유럽의 연정에서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권혁주 서울대 교수는 논의하고 감시하는 의회가 정부에 참여하는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권 교수는 “유럽에서 연립정부가 설립되면 이에 참여하지 않은 나머지 야당이 정부를 감시하고 정책을 논의한다. 지나치게 제도화하는 것보다 여야가 나눠 한쪽은 일하고 한쪽은 감시하는 민주적 기본원리를 살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김석호 서울대 교수는 정치인 중심이 아닌 정당 간의 연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고, 김현삼 경기도의회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연정에 과다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반대로 축소하는 흐름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배수강 동아일보 기자와 성한용 한겨레신문 선임기자는 내년 총선이 연정의 고비라고 의견을 같이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관한 한국정책학회는 “정부 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협력적 거버넌스 등 여러 사례들이 이론적으로 제시됐지만 실제로 ‘연정’을 구현한 것은 경기도 사례가 처음”이라며 토론회 개최 의미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