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3일부터 20일까지 고양시와 파주시 일대에서 DMZ국제다큐영화제가 진행되었다. DMZ국제다큐영화제는 영화를 통해 DMZ를 평화, 생명, 소통의 공간으로 재조명하기 위해 매년 개최되는 영화제다. 올해 10주년을 맞이하여 국내외 우수 다큐멘터리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특별한 프로그램도 펼쳐졌다.
일산 백석 메가박스에 ‘내 생애 최고의 다큐’ 목록을 볼 수 있었다. ⓒ 이소담 기자
10주년 특별 프로그램으로 ▲10인 저명인사와 함께하는 ‘내 생애 최고의 다큐’ ▲세계 다큐멘터리 거장의 특별 강연 ‘다큐마스터클래스’ ▲문화체육관광부 공동기획 ‘DMZ문화로 종전캠프’가 진행되었다. 이 중에서 17일에 열린 ‘내 생애 최고의 다큐’는 10명의 저명인사가 선정한 다큐영화 10편을 소개하는 특별상영 프로그램이다. 건축가 승효상, 영화평론가 토니레인즈, 칼럼니스트 황교익, 비평가 진중권, 국립발레단장 강수진,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 비올리스트 리처드용재오닐, 소설가 장강명, 국회의원 심상정, 큐레이터 윤재갑이 초청되었다.
맛 컬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추천한 <스시장인: 지로의 꿈>는 세계적인 레스토랑 평가서 ‘미슐랭 가이드’가 인정한 스시 식당 ‘스키야바시 지로’의 주인이자 스시 장인인 지로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로는 아주 어릴 적부터 스시 만드는 방법을 배워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늘 완벽한 스시를 만든다. 영화를 통해 스시를 만들기에 집중하는 지로의 장인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가 끝난 후 황교익 씨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짧게 마련되었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약 30분 동안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마련되었다. ⓒ 이소담 기자
황교익 씨가 관객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소담 기자
황교익 씨는 “이 영화로 이야기를 나누자고 한 이유는 스시 그 자체가 아니라, 스시 만드는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서였다. 음식은 요리사의 아우라가 포함되어 있을 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음식 중에서도 특히 스시는 그런 음식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라며 스시 만드는 사람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다.
또 황교익 씨는 장인의 모습에서 보이는 영화의 종교적 성격을 꼬집었다. “영화를 보면 마치 ‘스시교’라는 종교가 있고 지로는 제사장처럼 보인다. 스시 요리사에게서 우리는 은연중에 옛날 제사장의 모습을 발견한다. 이것을 장인이라고 한다. 일본은 유독 스시에서 제사장의 모습을 강조한다. 그 이유는 아마도 스시를 만드는 퍼포먼스적인 측면과 일본이 천년 이상을 불교 국가로 지내면서 개인의 수련 과정을 중시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많은 일본 사람이 어떤 직업이든 한 분야에 몰두해서 일정한 경지에 오르기 위해 살아간다”라고 말해 지로가 만든 스시는 맛 그 자체보다는 평생 스시를 만들며 쌓은 지로의 내공과 아우라 때문에 가치가 있다는 것을 전해주었다.
황교익 씨의 <스시장인: 지로의 꿈> 강연을 통해 요리와 일본의 역사를 알 수 있었으며, 음식이 가치 있어지는 것, 즉 ‘맛있다’라는 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한편, 올해 10주년을 맞는 DMZ국제다큐영화제는 평화, 소통, 생명을 주제로 한 아시아의 대표 다큐영화제로, 올해는 39개국 총 142편의 영화를 상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