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하르트 프리츠 쿠르트 슈뢰더 前 독일 총리가 22일 오전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서 ‘독일통일 및 연정경험과 한국에의 조언’이라는 주제로 연설을 하고 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경기도에서 한국 역사 최초로 정당을 초월한 연정을 한다고 들었다. 연정은 두 개의 뿌리를 두고 있지만, 서로 자라서 하나의 성공으로 나아가야 한다. 협력은 상호존중과 신뢰가 바탕이 돼야 가능하다”
게르하르트 프리츠 쿠르트 슈뢰더(Gerhard Fritz Kurt Schröder) 전(前) 독일 총리가 경기도를 방문해 성공적인 경기연정과 통일한국 속 경기도의 청사진을 그리는 메시지를 전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민선 6기 취임 1주년을 맞아 경기도를 방문한 슈뢰더 전 총리는 22일 오전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서 ‘독일통일 및 연정경험과 한국에의 조언’이라는 주제로 40분간 연설했다.
남경필 지사와 강득구 도의회 의장을 비롯해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경기도의원, 오피니언 리더 및 공무원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슈뢰더 전 총리의 연설을 경청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1960~70년대 수많은 간호사와 광부가 독일에 파견돼 독일경제에 많은 도움을 줬다. 현재는 4만명의 교민이 살고 있어 유럽에서 한국사람이 가장 많은 곳이 독일“이라며 한·독 우호를 강조하고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독일에서 친구로 알려져 있다. 독일 경제·정치·사회까지 잘 알고 있어 독일과 한국과의 관계발전에 크게 기여하신 분“이라며 연설을 시작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경기도에서 한국 역사 최초로 정당을 초월한 연정을 한다고 들었다. 연정은 두 개의 뿌리를 두고 있지만, 서로 자라서 하나의 성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그는 먼저 한반도 통일에 대해 “북한은 남한과 주변지역 국가들을 위협하는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경제발전 도움을 요청하는 두 가지를 해서는 안 된다”며 “그렇지만 한반도 신뢰형성 프로세스를 위해 북한이 당장 손을 잡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내민 손을 거둬들이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독일은 40년 만에 통일을 이뤘지만 한국은 아직도 남북으로 갈라져 서로가 만나지 못하고 갈라져 살고 있다. 독일 국민들은 한국이 머지않아 평화롭고 자유로운 통일을 이루길 진심으로 희망하고 있다”며 “경기도가 한반도 통일을 이루는 데 선구적 역할을 해야 하고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슈뢰더 전 총리는 “독일은 통일 후 시장경제 도입, 동독 기업 민영화, 낙후된 동독지역 인프라 구축 등 3가지를 추진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갔고 구조개혁이 이뤄지지 않아 성장이 둔화됐다”며 “그러나 비용은 중요하지 않고 감당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며 사람들이 만나는 것이고 가족들이 만나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정과 관련, 그는 “독일이 정당을 초월해 협력한 경험에 대해 듣고 싶다는 의견을 주셨지만 제 경험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경기도에서 이미 한국 역사 최초로 정당을 초월한 연정을 한다고 들었다. 연정은 두 개의 뿌리를 두고 있지만, 서로 자라서 하나의 성공으로 나가야 한다. 제가 조언을 드리지 않고 다만 저희가 경험한 것을 여러분께 나눠드릴 뿐”이라며 독일의 사례를 들었다.
“독일의 경우 제1민주주의가 1933년까지 있었다. 나치 때문에 제1민주주의는 실패로 끝났지만 이 경험을 통해 국가의 안녕을 위해서는 협력이 필요하다는 학습의 과정이었다”고 진단하고 “정당 간에는 경쟁할 수밖에 없지만 중요한 것은 정당들이 국민의 신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며 국가의 이해관계, 국가의 중요한 일에 있어 정당보다 국가가, 그리고 국민들이 더 위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남경필 지사를 비롯해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경기도의원, 오피니언 리더 및 공무원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슈뢰더 전 총리의 연설을 경청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슈뢰더 전 총리는 “저는 리더작센 연방 주총리 시절이나 총리로 재직할 때 녹색당과 협력해 일했고 전체적으로 성공적으로 협력해 일했다”고 자평하면서 “어떤 타협은 고통스러운 결과를 수반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평화적인 국정 운영에 연정이 도움을 준다고 본다”며 “연정은 합의에 기초해 합의를 찾아가는 문화라는 것이 정치체제의 문화로 뿌리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도는 한국에서 정당의 경계를 넘어서는 협력의 경험을 이미 시도했다. 정치인으로서 서로 이와 관련해서 나눌 수 있는 경험이 많을 것이다. 협력이란 항상 상호존중과 신뢰가 바탕이 됐을 때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독일과 한국은 공동의 경험과 공동의 운명을 가진 우정을 나눈 친구의 나라다. 남경필 도지사가 베를린에서 개최된 ‘한독평화통일포럼’에서 경기도에 대한 투자는 통일된 한국의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저는 대한민국과 경기도의 밝은 미래를 기원하며 좋은 일만 가득하길 기원한다”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연설이 끝난 후 도의회 이재준(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이승철(새누리당) 의원이 법적 규정이 아닌 정치적 합의에 따른 연정의 불안정성과 일본의 역사청산,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서의 연립정부 기능에 대한 견해를 묻기도 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민주주의는 소수의 의견과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경기도의회에서 연정을 원한다면 여러분이 서로 다른 의견을 없애라는 것이 아니라 합의할 수 있는 점을 찾고 법안을 마련하면 연정의 근간을 탄탄하게 할 것”이라고 견해를 전했다.
“독일의 경우 나치의 경험을 뼈아프게 갖고 있고 동독시절 공산체제 역시 청산의 대상이었다. 독일은 전쟁 후 홀로코스트에 대한 과거청산을 하고자 노력했으며 한 번도 전쟁 범죄에 대해서 인정하기를 꺼린 적이 없다. 국제적으로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며 “일본의 경우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 역사 청산은 너무나 중요하다. 사람들에게 자기 역사와 직면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슈뢰더 전 총리와 남경필 지사, 강득구 의장, 양당 대표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경기G뉴스 허선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