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류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IFOAM) 부회장은 28일 제17차 세계유기농대회가 열리는 남양주 체육문화센터와 유기농박물관, 부대행사장 등을 돌아본 소감에 대해 “최고의 대회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 G뉴스플러스
“한국의 소농은 자원을 적게 활용하고도 생산량의 극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모델이다.”
경기도가 주최하는 제17차 세계유기농대회 최종 점검을 위해 26~28일 한국을 방문한 앙드레 류(50·Andre Leu)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IFOAM) 부회장은 28일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G뉴스플러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세계유기농 대회 준비상황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하며 이번 대회의 성공 개최를 확신했다.
류 부회장은 “개발도상국들의 빈곤 해소와 삶의 질 개선에 한국의 소농을 모델로 삼아 활동하고 싶다”며 “한국 농업이 세계 농업의 미래”라고 극찬했다.
류 부회장은 또 IFOAM의 활동과 관련해 “정부 정책이나 지원이 대규모 농업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균형을 맞추는 차원에서 소농에 집중하고 있다”며 “생태집중적인 농업을 통해 자원을 적게 활용하고 생산량을 높일 수 있는 유기농법을 개발, 전 세계적인 빈곤 해소와 식량 확보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 제17차 세계유기농 대회가 열리는 현장을 돌아본 소감은.
“대회가 열리는 한국에 와서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 이번 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것이란 자신감이 생겼고, 한국 조직위원회 여러분들의 노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역대 유기농대회 중 최고의 대회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특히 본 대회 외에 G-푸드쇼, 농민들 마켓, 슬로우 푸드 등 여러 가지 행사가 개최되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번 대회는 지속가능한 농업, 지속가능한 식량 체계를 증진시키는 큰 행사가 될 것이다.
아울러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유기농업이 작은 시장 규모를 차지한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전 세계적으로 형성된 유기농업의 시장은 60조원 가량에 이른다. 유기농업이 전 세계적으로, 모든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 이 대회를 통해 그것을 증명하게 되길 바란다.”
- 17차 세계유기농대회가 아시아 가운데서도 한국에서 개최되는 의미는 무엇인가.
“세계유기농대회가 한국에서 개최되는 것은 아주 적절한 시의성을 갖는다. 지금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아시아가 부상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전반적인 세계 흐름에 비춰볼 때 유럽, 북미의 경제를 비롯한 많은 것들이 무너져가고 있는 시점에 호주를 비롯해 아시아가 발전하는 모습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리더십을 보여줄 때라고 생각한다. 3년 전 이탈리아 모데나 총회에서 아시아를 차후 개최지로 선정한 것은 우연한 사건이 아니다. 이번 대회는 아시아 지역의 모델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또한 한국에서 개최되는 중요한 이유는 한국은 세계적으로 발전의 모델이다. 산업적인 측면 즉, IT와 자동차 생산, 기계제조 등 기술 향상에 있어 세계 시장에서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더불어 생산성이 높은 소농 체계에 근거해 농업도 발전하고 있다. 한국은 개발도상국인 캄보디아, 미얀마, 우간다, 르완다, 탄자니아 등의 모델이 될 수 있고, 이것이 전 세계적인 빈곤 해소와 삶의 질을 향상시켜 나가는 세계 농업의 미래다.”
- 한국의 유기농업에 대해 평가한다면.
“한국의 소농 개념을 볼 때 작은 면적의 지역에서 생산량 높은 농작물을 수확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한국 사람들은 최고의 농부다. 물론 한국 농민들이 최고이긴 하지만 최고라는 인식만 가지고 노력을 하지 않으면 후퇴하기 마련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기술, 정보를 공유해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앙드레 류 부회장은 “경기도가 이번 대회에 주최로 참여하게 된 데 대해 끝이 아니라 한국 유기농업 발전이 시작되는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며 “한국의 중앙정부도 경기도를 모델로 삼아 대회나 유기농 관련 행사들을 많이 유치해야 된다”고 말했다. ⓒ G뉴스플러스
- 유기농업의 시장 규모가 60조원에 이른다고 했는데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 있나.
“시장 확대는 어려운 일이다. 현재 유기농업 시장의 소비자는 대부분 부모들이다. 특히 대부분의 국가들이 유기농업을 지원하기보다 농업 가운데서도 농경영학, 농경제학 분야를 지원한다. 유전자조작 식품의 확대 등 경제학적으로 굉장히 큰 스케일의 경제, 특허 등을 얻어 다른 나라에 가서 판매하는 큰 규모의 경제만 생각한다.
하지만 유기농업은 소농, 작은 스케일의 규모의 경제를 생각하는 농업이고, 경제학적으로 봤을 때는 소농들이 각자 농지에 쏟아 붓는 자원 대비 생산량 측면에서 훨씬 경제적인 농업이다.
그럼에도 불구, 정부 지원은 굉장히 중요하다. 정부가 유기농업을 지원해야 올바른 정책이 나올 수 있다. 규정, 유기농업 투자에 대한 지침 등을 정부가 정해야 한다. 또한 중요한 것이 교육이다. 유기농업을 가르칠 수 있는 학교들이 많이 생기고 농민들이 가지고 있는 지역 지식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학교 안에 마련돼야 유기농에 대한 R&D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 이번 총회 이사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데,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다면 세계유기농대회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계획인가.
“세계 이사회에서 회장으로 선출이 된다면 소농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생태집중적인 농업을 통해 자원을 적게 활용하고 생산량을 높일 수 있는 유기농법을 개발하는데 집중할 것이다. 이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식량 확보에 기여하고 싶다.
또한 중요한 문제인 교육, 유기농 관련 환경, 기후변화, 세계인들의 건강에 대해 집중할 것이다. 그 다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역 문제다. 현재 유기농 무역이나 농업 관련 무역은 장벽이 많다. 그 장벽들을 철폐하고 싶다. 그 이유는 가난한 농민들이 가난을 탈피하는 길은 무역을 통해 시장에 접근하는 것이다. 무역을 통해 부국의 경제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해 질 때 생산비를 더 받을 수 있는 훨씬 좋은 환경에 놓일 수 있다.
다시 말해 포커스는 ‘소농’, ‘공동체’, ‘지역성’이다. 개발도상국들의 소농들은 자기들 음식을 생산해서 자급자족을 한다. 잉여생산이 이뤄지지 않아 부를 창출하지 못한다. 부를 창출해야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고 옷도 사 입고 건강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싶다.
한국이 중요하다고 말한 이유는 한국의 소농들이 지금 이런 것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소농을 모델로 삼고 싶다.”
- 이번 대회를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소개한다면.
“유기농대회는 농부, 소비자, 무역가들만을 위한 대회가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을 위한 대회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큰 그림을 그려보자는 것이다.
유기농대회가 ‘유기농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모든 직종의 종사자들이 세계유기농 대회라는 큰 기구 하에 모여서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농민은 생산에 대한 정보, 소비자는 소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친구다. 이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네트워킹’이다.”
앙드레 류 부회장이 방한 기간 동안 제17차 세계유기농대회 현장을 방문, 조감도를 보며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 G뉴스플러스
- 이번 대회 주최에 경기도, 남양주시, 양평군 등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했다. 특히 경기도가 유기농업 육성발전에 대해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데 이런 사업들에 대해 평가한다면.
“일단 지자체들의 대회 지원에 대해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 바라는 점은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IFOAM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길 바란다. 이번 대회가 끝이 아니라 한국 유기농업 발전이 시작되는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 한국의 중앙정부도 경기도를 모델로 삼아 대회나 유기농 관련 행사들을 많이 유치했으면 한다.”
- 이번 방한 기간 동안 자원봉사자 교육에 참석해 인사말을 했는데 어떤 이야기를 했나.
“우선 시간을 내서 도와준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여러분들이 모두 외교관이며 전 세계인들이 대회를 통해 모이는 만큼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 일각에서는 유기농업의 방향에 대해 대규모 농업 보다 작은 규모의 유기농 운동에 그치는 것이냐는 지적도 있는데.
“대규모 농업과 소농, 둘 다 해야 한다. 호주에서는 몇 천ha에 쌀, 당근을 키우고 있는데 도시인들의 소비행태, 수요가 있기 때문에 대규모 유기농업도 해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는 전 세계 소농들이 정부나 공공기관의 정책에서 무시당해 왔다는 것이다. 대규모 농업에 집중해 왔기 때문에 우리는 소농에 집중하고 있다. 소농이야말로 생산성이 가장 높은 농업이다. 경제나 정책 모두 대규모 농업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균형을 맞추는 차원에서 유기농 운동은 소농에 집중해야 한다. 한국은 소농의 생산량 극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학자에서 IFOAM 운동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보람을 느꼈던 적은.
“교육학으로 석사학위를 땄다. 4년 동안 농부였는데 만성적인 천식에 시달리면서 항상 아팠다. 농부였을 때 건강한 음식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유기농 운동에 참여하게 됐다.
가장 보람을 느꼈던 적은 바로 지금이다(웃음). 30년 전에는 농업의 주변인, 과학을 반대하는 사람들로 취급받았다. 우리가 내세우는 ‘생태학적 과학’이 그 당시에는 새로운 것이었지만 지금은 트렌드다. 지금의 농업 시스템은 아주 좋은 과학에 근거돼 있다고 생각한다.”
앙드레 류 부회장은 호주 시드니 공과대학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호주에서 유기농과수농장을 운영하는 유기열대과일 전문가다. 세계적인 연꽃 전문가로서 2007년 양평 두물머리 생태공원 ‘세미원’ 개장시 자문역할을 수행하는 등 경기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09년 7월 경기도 명예도민으로 선정됐다.
1972년 프랑스에서 결성된 IFOAM은 전 세계 유기농업 생산자, 가공업자, 유통업자, 연구자들의 연합단체로, 130개국 700여 단체가 가입해 있다.
IFOAM 세계유기농대회(OWC)는 매 3년 마다 대륙을 순회하며 개최되는 유기농업 관련 국제 학술대회로, 이번 제17차 대회는 기존 민간 중심에서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이 협력하는 거버넌스(Governance) 형태로 개최된다.
앙드레 류 부회장이 제17차 세계유기농대회가 열리는 현장 실사를 마친 뒤 조직위원회 관계자들과 대회 성공 개최를 위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G뉴스플러스
제17차 세계유기농대회 어떻게 열리나 |
‘농업분야의 올림픽’이라 일컬어지는 제17차 세계유기농대회가 다음달 26일부터 10월 5일까지 10일간 남양주 체육문화센터와 양평군 세미원 일원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는 역대 대회 사상 최초로 아시아, 경기도에서 개최되며 세계 110여개국, 1천100여명의 참가자와 국내 20여만명의 관람객들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회는 72개국 982편의 학술논문이 발표되는 학술대회와 IFOAM 인증기준 및 차기대회 개최를 결정하는 총회 등 본 행사가 남양주 체육문화센터와 남양주유기농박물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일반인들을 위한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마련돼 유기농업박람회, 유기농 투어, 유기농테마공원과 올해로 5회째를 맞은 경기도의 G-푸드 쇼를 비롯해 전국 떡 명장 선발대회, 쌈지 락 페스티벌, 슬로푸드대회 등이 열린다.
유기농박람회와 G-푸드쇼는 400여 부스와 30여개국 100여개 기업체가 참가할 예정이며, 신선농산물을 비롯, 가공식품, 유기관련 화장품, 섬유, 장난감 등 각 국에서 출품되는 상품을 전시·홍보하며, 해외수출을 위한 판촉전도 열린다.
이 밖에 쌈지 락페스티벌, 정오의 음악회, 유기농영화제 등의 공연을 통해 관람객들이 즐길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