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광교중앙역에 3번째 경기도 지하철 서재가 문을 열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시민이 자율적으로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열린 서가 방식의 신개념 문화공간인 경기도 지하철 서재가 신분당선 동천역과 정자역에 이어 광교중앙역에도 문을 열었다.
경기도는 27일 오후 2시 광교중앙역 지하 2층에서 오후석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장, 김달수 경기도의회 제4연정위원장, 정민철 네오트랜스㈜ 대표이사,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재단 이사장, 시민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광교중앙역 지하철 서재 개관식’을 열었다.
‘경기도 책 생태계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지하철서재 사업은, 경기도가 정책을 수립하고, 네오트랜스㈜가 서재 공간을 제공하며, 느티나무도서관재단이 서재 설치와 도서 공급, 운영을 주관한다.
2016년 8월 동천역을 시작으로 2017년 8월 정자역에 이어 27일 세 번째로 광교중앙역에 문을 연 ‘경기도 지하철 서재’에는 총 400여 권의 도서가 비치됐다. 일자리·주거·데이트폭력 등 최신 사회 이슈를 주제로 엮은 ‘사회를 담는 컬렉션’과 자녀교육 관련 서적, 일반 서점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독립출판물 등이 주를 이룬다.
광교중앙역 경기도 지하철 서재에서는 앞으로 대학생과 학부모, 지하철 이용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낭독회와 작가와의 만남 등 이벤트가 열릴 예정이다.
이날 개관식은 ‘난 휴대폰 대신 책 본다!’란 주제로 북 콘서트도 함께 진행됐다. ⓒ 경기G뉴스 허선량
오후석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이 정민철 네오트랜스㈜ 대표이사에게 문화콘텐츠산업 생태계 활성화 유공 표창을 수여하고 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이날 개관식은 ‘난 휴대폰 대신 책 본다!’란 주제 아래 ‘인생극장’, ‘세상물정의 사회학’의 저자 노명우 아주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참가자들과 북콘서트 형태로 진행됐다.
특히 북콘서트에는 최근 방송 출연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베스트셀러 소설가이자, 게릴라 사인회를 잇달아 열며 스스로를 ‘연쇄싸인마’로 소개하는 김영하 작가도 참가해 도민들과 소통을 했다.
오후석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이날 “광교중앙역은 2020년 완공 예정인 경기도 대표도서관이 들어서는 곳으로 경기도 대표도서관과 더불어 우리나라 독서 문화 확산의 출발지가 될 것”이라며 “신분당선을 따라 전국 33개 지하철 노선 모든 역에 독서 문화가 퍼져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달수 제4연정위원장은 “예전에 고(故) 김대중 대통령께서 ‘나의 최종학력은 책이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명언이다”라며 “책을 읽는 것이야말로 모든 경험과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좋은 통로”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는 책과 인문의 도시가 되기 위해서 책과 관련된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도민들께서도 이제 지하철을 이용할 때 이 서재를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잠시 멈춰서 책을 읽어보시길 바란다., 이 공간이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꿈꾸는 곳이 되도록 도의회에서도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민철 네오트랜스㈜ 대표이사는 “경기도와 함께 도민들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게 돼 매우 기쁘다.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도민들께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의무이자 역할인 것 같아서 기꺼이 공간을 제공했다”며 “처음에는 낯설어하시지만 그래도 열린 도서관으로 꾸준히 찾아와주시는 모습을 보면 보람차다. 앞으로도 다른 지하철 역사에도 서재들이 만들어져서 승객들이 마음껏 책을 읽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하 작가도 “예전에 외국에서 살다왔을 때 처음 한국에 와서 본 지하철 풍경은 모두 스마트 폰을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며 “당시 충격을 받긴 했지만 오늘 같은 지하철 서재가 앞으로 긍정적인 영향들을 미칠 거라고 생각된다. 더 많은 지하철 역사에 서재들이 들어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북 콘서트에서 김영하 작가가 도민이 한 질문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개관식에 참석한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이날 북 콘서트에는 도민들과의 질문응답시간도 이어졌다. 한 도민은 김영하 작가에게 예전부터 시를 쓰고 있는데 성인이 된 지금,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고민이라며 글을 잘 쓰는 법에 대해 질문했다.
김 작가는 “20대에는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게 당연하다. 그 이유는 평소 감정을 억누르고 살았기 때문이다”라며 “가장 좋은 방법은 ‘이런 글을 써도 되나’라는 생각이 드는 위험한 글들을 써야 한다. 뻔한 이야기가 아닌 본인들이 고민하고 말 못 했던 문제들에 대해 써준 글을 읽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 진짜 감정이 들어간 글을 쓴다면 친구들과 가족 더 나아가 독자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며 “쓰면 안 될 것 같은 위험한 이야기들을 쓰면서 그 세계로 들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책이 잘 안 읽힐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도민에게 김 작가는 “꼭 책을 읽어야 한다, 돈을 주고 샀으니까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인 거 같다. 또 자기와 맞지 않는 책들을 억지로 읽으려고 해서다. 그때는 나와 인연이 아님을 인지하고 잠시 덮어 둔 뒤 나중에 그 책을 읽고 싶을 때 읽으면 된다”고 말했다.
또한 “본인의 인생이 여유가 없으면 책이 읽히지 않는다”며 “그때는 무조건 본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여유로운 순간이 오길 기다리고 그 순간이 오면 그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다가올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등장인물의 특징을 살려 글을 쓰는 방법 등 다양한 질문들이 오갔으며, 마지막으로 기념촬영과 김영하 작가의 사인회가 진행됐다.
도민들이 광교중앙역에 설치된 지하철 서재에서 책을 읽고 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이날 개관식에 참석한 이주현(20·성남시 중원구) 씨는 “지하철서재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오늘 방문해서 도에서 하는 정책도 알게 되고 김영하 작가님에게 좋은 팁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앞으로 이런 서재들이 널리 퍼지면 시민문화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도는 경기도 지하철 서재 외에도 ‘발견! 경기 동네서점전’, ‘경기 독서캠핑’, ‘힘내라 경기 동네서점’, ‘경기도 올해의 책’, ‘경기 히든작가’ 등 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