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 외국인주민센터에 위치한 세계태권도아카데미에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파키스탄, 중국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함께 한다.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이들이 태권도를 배우며 하나가 되어간다. 이들은 태권도를 이용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안산과 경기도, 한국을 널리 알리고 있다.
“하나! 둘! 셋!” 힘찬 기합 소리와 함께 절도 있는 동작을 선보이는 태권도. 우리에게 태권도는 무척 익숙한 스포츠다. 누구나 어릴 적 동네 태권도장에서 열심히 품새를 배웠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특히 2000년 하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세계적인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의 희로애락을 어루만지며 이해를 넓혀가는 문화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 김현동 기자
안산 세계태권도아카데미는 예와 도를 중시하는 태권도의 정신을 이어가는 곳이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의 희로애락을 어루만지며 이해를 넓혀가는 문화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더불어 자국의 국민들에게도 태권도를 통해 안산과 경기도, 나아가 한국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안산 세계태권도아카데미의 수강생들은 자신들의 연습과정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에 올리면서 한국에 와보지 않은 이들에게도 빠르게 전파하고 있다.
안산 세계태권도아카데미는 지난 2007년도 처음 수강생을 모집한 이후 26개국에서 860여 명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중 200여 명은 유단자로 월등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가족들과 떨어져야 하는 상황과 익숙하지 않은 문화로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회사에서도 같은 나라 친구들과 어울리다보니 사람 사귀기가 쉽지 않았고요. 그런데 태권도를 배우며 그런 문제들이 모두 해결 됐어요. ‘태권도’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쉽게 어울릴 수 있게 된 거죠. 한마디로 태권도는 한국생활의 활력소라 할 수 있어요.”
한국에 온 지 5년 정도 된 필리핀 국적의 이스마엘씨는 안산 산업단지에 위치한 섬유회사에 재직 중이다. 그는 회사를 마치면 부리나케 세계태권도아카데미가 있는 안산시 외국인주민센터로 발길을 옮긴다. 그는 5년이 넘는 시간동안 한국에 적응하며 생활할 수 있었던 것 모두가 태권도 덕분이라고 말한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엘미라씨는 결혼이민자로, 현재 다문화 강사로 활동 중이다. 그녀는 이미 공인2단을 취득했을 정도로 태권도에 푹 빠져 있다. 엘미라씨 역시 문화적 차이로 느꼈던 소외감과 외로움을 태권도를 통해 해소했다. 다른 종목의 운동과 달리 태권도는 대련을 통해 여러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수강생들은 강의나 시범단 연습이 있는 날엔 일찌감치 모여 미리 스트레칭 교실 등을 열기도한다.
안산 세계태권도아카데미는 소규모로 시작했지만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져나가면서 그 수도 빠르게 늘어났다. 초지사회복지관에서 2008년 3월, 안산시 원곡동에 위치한 외국인주민센터 3층으로 수련장을 옮기며 더욱 많은 이들이 참여하게 됐다.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효과 주고 있어
안산 세계태권도아카데미 태권도 수업은 지역 태권도 사범 4~5명이 힘을 합쳐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안산 일대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관장으로 외국인에게 태권도를 알리겠다는 신념과 봉사정신으로 똘똘 뭉쳐 있다.
이곳은 태권도 기술뿐 아니라 한국문화와 예절 전파에도 힘을 쏟고 있다. 또 외국인들이지만 한국을 위해 일하고 봉사하는 계기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안산시 원곡동 다문화특구 청소봉사 활동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청소봉사 활동은 외국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던 지역 시민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승격심사가 있는 날이나 시범단 연습이 있는 날에는 태권도 단복을 입고 함께 거리를 청소하고 있어요. 지역 주민들은 청소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세계태권도아카데미 단원들의 깍듯한 예의범절에 감탄할 정도죠. 태권도를 통해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전통예절을 가르치며 인내와 자긍심을 키워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안산 세계태권도아카데미는 소규모로 시작했지만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져나가면서 그 수도 빠르게 늘어났다. ⓒ 김현동 기자
손희연 사범은 수강생들이 길거리에서 태권도 사범을 만나면 90도로 인사할 정도라고 자랑한다. 이처럼 안산 세계태권도아카데미는 태권도를 통해 정신교육도 함께 진행하며 이들에게 책임감과 자긍심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폭력과 싸움에 휘말리지 말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저절로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앞으로도 깨끗하고 쾌적한 다문화특구지역을 위해 지속적으로 거리청소를 펼쳐 나갈 계획이다. 또 실력이 우수한 유단자들을 대상으로 태권도 시범단을 구성해 대표적인 외국인 축제인 쏭크란, 단원예술제, 시민의 날 등 많은 행사에 참여하기도 한다.
조국으로 돌아가 태권도 전파하고파
태권도를 취미로 배웠던 외국인들은 이제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율리씨는 한국에 온 지 4년, 태권도를 배운지는 3년이 됐다. 처음엔 건강해지고 싶다는 바람으로 태권도를 배웠지만 이제는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고국에 돌아가서 태권도 사범이 되겠다는 꿈을 키우게 된 것이다. 그는 태권도를 통해서 한국 대학에 진학하고 태권도국제대회에서 수상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이 곳에서는 율리씨처럼 고국에 돌아가서 태권도장을 차리고 싶다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고국에 돌아가 태권도장을 차린 사례까지 있을 정도.
“수강생 중 많은 이들이 안산에서 근로를 마치고 조국으로 돌아간 뒤에 태권도를 홍보하고 있어요,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와 스라겐, 삐라잡 등에서는 수련생들이 태권도장을 개설해서 운영하고 있죠. 이 외에도 조국으로 돌아간 수강생들이 태권도 교사로 활동하는 등 태권도를 알리는데 열정적입니다. 태권도를 통한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거죠.”
인도네시아는 태권도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곳 중 하나다. 2012년 경주 코리아 오픈태권도 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여러 대회에서 수상 소식도 들리며 해외 초청 또한 줄을 잇고 있다. 일 년에 한번은 시범단이 해외를 방문해 시범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2011년에는 인도네시아의 초청으로 슬라겐지역에서 시범공연을 펼쳤고, 2012년에는 인도네시아 발리 태권도협회를 방문했다.
안산 세계태권도아카데미는 앞으로도 계속 유단자를 육성해 그들이 고국에 돌아가서 꾸준히 한국을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현지인들이 안산을 방문하면 합동연수 등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관광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안산 세계태권도아카데미의 강의는 지역 태권도 사범 등 4~5명이 진행한다. 이들은 안산일대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관장 등으로 외국인에게 태권도를 알리겠다는 남다른 의지를 지니고 있다. 실력이 우수한 유단자들을 대상으로 태권도 시범단을 구성해 대표적인 외국인 축제인 쏭크란, 단원예술제, 시민의 날 등 많은 행사에 참여하기도 한다. ⓒ 김현동 기자
이외에도 사범 양성을 위한 교육, 세미나 등을 개최해 해외 현지 지원도 계획중이다. 손희연 사범은 끝으로 당찬 각오를 밝혔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다문화에 대해 보다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때가 됐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직까지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기도 하지만 다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가족처럼 대하며 이들이 한국사회에서 이탈하지 않고 흡수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 역할을 태권도가 앞장서도록 하겠습니다.”
안산 세계태권도아카데미의 강의는 지역 태권도 사범 등 4~5명이 진행한다. 이들은 안산일대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관장 등으로 외국인에게 태권도를 알리겠다는 남다른 의지를 지니고 있다. 실력이 우수한 유단자들을 대상으로 태권도 시범단을 구성해 대표적인 외국인 축제인 쏭크란, 단원예술제, 시민의 날 등 많은 행사에 참여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