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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제2의 ‘조두순사건’ 다시는 없도록…”

[위기의 가정…구원투수 경기도]①아동학대 이대론 안된다 도내 아동보호전문기관 8곳…학대아동 상담 및 치료 “학대부모 치료·가정법원의 실태파악 개선 등 시급”

작성자남경우
echo2008f@gg.go.kr
2009.10.13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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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각박하다, 아니 냉혹하다는 말이 맞겠다. 아이들은 삐뚤어진 욕망에 사로잡힌 어른들의 표적이 돼 평생 씻지 못할 상처를 입고, 노인들은 자식과 사회로부터 버림받아 썩은 고목처럼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그뿐인가.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여성, 외국인노동자, 결혼이민자들도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며 음지에서 신음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경기도의 손길을 5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주> 아동학대에 지나치게 관대한 나라 경기도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접수된 아동에 대한 신체학대 사례.
경기도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접수된 아동에 대한 신체학대 사례.  ⓒ 경기도아동보호전문기관 제공


“선진국이었으면 형량이 25년 이랬을 거예요. 그런 사건을 한 번 저지르면 사회로 못 나오게 하는 거죠. 피해자의 인권이 정말 더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피의자 인권만 너무 중요시하는 게 문제예요.” 아동복지전문가인 장화정(여·46) 경기도아동보호전문기관장이 봤을 때도 지난해말 안산에서 발생한 ‘나영이사건’은 전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 사건은 50대 남성인 조모 씨가 등교하던 초등생을 납치, 성폭행해 평생불구로 만든 끔찍한 사건이었다. 법원은 이 남성에게 범행당시 만취로 인한 심신미약을 감경사유로 인정해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출소 후 7년간 전자팔찌 부착, 5년간 신상정보 공개를 명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인면수심의 성범죄자에 대한 형벌로는 지나치게 경미하다며 전국이 분노로 들끓어올랐다. 이에 법무부는 조씨에 대해 형기를 마칠 때까지 가석방이 없다고 발표하고, 국내 유일의 중경비시설인 청송제2교도소 독거실에 수용했지만 이는 근원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장화정 경기도아동보호전문기관장.
장화정 경기도아동보호전문기관장.  ⓒ G뉴스플러스


장화정 관장은 9일 “아동성학대의 경우 재범률이 50%에 이르는데 감옥에 간다해도 교화프로그램이 거의 없다”며 “범죄고리를 끊기위해서는 형무소 내 교화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아동성범죄자들의 형량을 늘려야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예방교육이 필요해요. 스스로 자기 몸을 지키는 방법과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어디에다 전화해야 하는지 미리미리 습득시켜야 합니다.” 비단 아동성폭력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아동학대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해왔다. 국민소득 2만달러에 OECD회원국이자 G20회의를 유치한 나라로 국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학대로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의 눈물이 숨겨져있었다. 사실 우리 사회가 아동학대를 범죄로 인식한 지는 12년에 불과하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아동’과 ‘학대’는 분리된 단어였다. 1998년 4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의왕시에서 발생한 일명 ‘영훈이남매사건’이 방영되면서 비로소 아동학대가 사회문제로 공론화됐다. 아버지와 계모가 어린 남매를 학대해 누나를 굶겨 죽여 앞마당에 파묻고 동생도 사망직전까지 몰고간 이 사건은 2000년 1월 아동보호법이 개정되는 발단이 됐다. 당시 아버지와 계모는 15년형을 선고받아 현재까지 복역중이고 살아남은 아들은 아동보호시설에서 자라 어느덧 고등학생이 됐다. 그러나 후유증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잘 먹지 못하고 머리에 충격을 받았던 아이는 학습능력과 성취도가 떨어지고 대인관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시 죽은 누이를 부검했을 때 뱃속에 위액 30g외에 아무 것도 없었어요. 그 정도로 아이를 굶겨죽인 거죠. 이 사건을 계기로 국민들이 학대로 인해 아이들이 죽어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거예요. 이후 아동학대 사건들이 엄청나게 많이 발견됐습니다.” 지난해 경기도내에서 신고접수된 아동학대 건수는 2천106건. 이 가운데 1천350건이 아동학대사례로 판정됐다. 2001년에 비해 5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전국에서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도내 아동학대는 심각한 수준이다. 장 관장은 “그나마 2004년부터 2007년까지 폭주하던 신고건수가 점차 소강사태에 접어들었다”며 “국민들 인식이 나아져 아이를 때리거나 방치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의식하게 된 게 아동학대 신고가 줄어든 이유 같다”고 설명했다. “아동학대 재발 막으려면 부모치료부터 우선”

지난달 30일 경기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 경기도내 아동보호전문기관 위기아동 보호 보고대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경기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 경기도내 아동보호전문기관 위기아동 보호 보고대회가 열리고 있다.  ⓒ 경기도아동보호전문기관 제공


2000년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면서 가정에서 제대로 양육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국가가 개입해 안전과 권리를 보장하는 시스템이 갖춰졌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설치가 그것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학대받는 아동의 발견, 보호, 치료 등 아동보호를 위해 필요한 업무를 수행한다. 24시간 긴급신고전화인 1577-1391 또는 보건복지가족부 콜센터 129나 112로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조사를 거쳐 아동의 안전을 확보한다. 이후 피해아동을 상담 및 치료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 등 사후관리를 한다. 학대가 심한 경우 가정에서 아이를 데리고 나와 아동보호시설에 격리보호한다. 뿐만 아니라 학교와 어린이집 등에서 아동학대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아동학대예방캠페인도 펼친다. 최근에는 아동을 학대하는 ‘행위자’들의 치료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현재 전국에 총 45개소가 설치돼있다. 도내에는 경기도, 경기북부, 경기성남, 경기부천, 경기고양, 경기화성, 경기남양주, 안산시 등 8개소가 운영중이다. 약 70여명의 상담원이 도내 아동 267만6천여명을 대상으로 아동보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수원에 위치한 경기도아동보호전문기관과 의정부 소재의 경기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은 도내 거점센터로서 경기도가 운영비를 전액 지원하고 있으며, 사회복지법인인 굿네이버스가 수탁 운영하고 있다. 도는 나머지 기관들에 대해서도 운영비 30%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00년 도내 최초로 개소한 경기도아동보호전문기관의 경우 수원, 안양, 과천, 군포, 의왕, 용인 등 6개시를 관할한다. 최근 10주년을 맞아 경기도 주관하에 도내 위기아동보호체계를 점검하고 향후 아동보호정책을 전망하는 ‘경기도 위기아동 보호 10년을 말하다’ 보고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또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보건복지가족부가 실시한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 평가결과에서 경기북부, 경기성남 등과 함께 최우수등급 기관에 뽑히기도 했다. 장 관장은 “그동안 아주대학병원 등 의료기관, 대한변호사협회 등 법률기관 등과 지역네트워크를 형성해 아이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권리를 보장할 수 있었다”며 “지역사회와 연계함으로써 아이들에게 최선의 이익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고 10주년 소감을 밝혔다.

수원시 영화동에 위치한 경기도아동보호전문기관.
수원시 영화동에 위치한 경기도아동보호전문기관.  ⓒ G뉴스플러스


개소 초창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아동학대가 경찰에 신고접수되더라도 부모가 자기 애 때리는 것 가지고 왜 이렇게 시끄럽게 구냐며 경찰조차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하기 일쑤였다. 다행히 최근에는 전화 한 통이면 경찰이 적극 나서 사건해결에 힘쓰고 고소·고발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방송 프로그램도 아동학대 예방에 한몫 거들고 있다. SBS ‘긴급출동SOS24’ 프로그램은 아동학대 사례와 솔루션 과정을 소개하면서 사회적 아동안전망 구축과 인식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지난 7월 아동보호법 개정에 따라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전국 시·군·구로 확대 설치는 것도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학대하는 부모들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아동학대의 악순환은 끊을 수 없다. 학대 받으면서 자란 아이가 다시 학대하는 부모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행위자 치료프로그램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장 관장은 강변한다. 지난해 아동학대 행위자 현황을 보면 친부모 81.5%, 계모·양부모 3.6%로 보호자에 의한 학대가 85%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그러나 현행 아동복지법에는 행위자에 대한 치료를 요하는 조항은 없다. 경기도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자체 부모치료프로그램을 마련해 진행중이다. 그러나 중도포기하는 부모들이 절반이 넘을 정도로 아직까지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다.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모니터링이 강화되자 최근에는 학대 유형도 변화되고 있다. 신체학대를 일삼던 부모들이 욕설을 퍼붓는 정서학대나 아이를 돌보지 않고 방임하는 식의 소극적인 학대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아이들에게 크나큰 상처를 안길 수밖에 없다. 장 관장은 “부모로서 자질부족, 경제적 궁핍, 높은 알콜의존도 등의 요소가 조합돼 자기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이를 근절하기 위해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선진국처럼 가정법원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장 관장은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아동학대 건이 신고접수되면 경찰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이 일선에서 조치하지만 미국의 경우 신고접수와 더불어 바로 가정법원에 사건이 등록돼 법적 절차가 진행된다. 판사가 학대여부와 경중을 판단해 행위자에게 교육명령이나 실형선고, 친권파기 등의 조치를 내리는 것이다. 우리로선 아직까지 요원한 일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고통받는지 가정법원에서는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법원이 현장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 실태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그러한 체계가 하루빨리 서야만 선진국처럼 우리 아이들이 보호받을 수 있어요.”
경기도, 아동학대예방교육에 중점


이병철 경기도 청소년과장.
이병철 경기도 청소년과장.  ⓒ G뉴스플러스


경기도가 본격적으로 도내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지원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부터다. 도는 도내 아동보호전문기관을 매개로 해 아동학대 응급보호조치, 아동학대 예방교육, 지역사회자원개발 및 관련기관 협력체계 구축 등의 사업을 펼쳐왔다. 2005년에는 전국 최초로 도내 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학대아동의 심리적 치료를 위해 임상치료사를 배치하기도 했다. 올해 안산시아동보호전문기관을 제외한 7개 기관에 도가 지원하는 사업비는 18억7천400만원이다. 본청이 11억3천만원, 2청사가 7억4천400만원을 각각 투입한다. 도는 특히 아동학대예방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위기아동 발견시 적절한 보호조치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사전예방교육이 우선시 돼야 하고 지역사회 전체가 안전망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발생한 아동복지시설 종사자에 의한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해 아동보호시설장 등 관계자를 대상으로 13일 성교육 및 아동인권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이병철 도 청소년과장은 “위기아동이 발생했을 때 위험요인으로부터 격리보호하는 것이 임시방편이 될 수 있지만 발생원인에 대한 종합적인 처방이 들어가야 한다”며 “도는 앞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필두로 지역사회 소아과의사, 법률전문가 등과 함께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해법을 찾기위해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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