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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호수 간직한 가평의 호랑이산

작성자진교중 (산악인)
2010.04.0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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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명산 정상의 비석.
호명산 정상의 비석.  ⓒ 진교중 (산악인)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청평리에 있는 호명산(虎鳴山.632.4m)은 청평터미널이나 청평역 가까이에 있어 찾기 쉬운 산이다. 서울에서 청평으로 들어서면서 오른쪽으로 청평댐이 보이고 그 댐을 내려다보고 있는 산이 바로 호명산이다. 한북정맥(광주산맥)에서 동쪽으로 갈라진 지맥이 남동쪽으로 뻗어 나와 연인산, 대금산, 불기산, 빗고개, 주발봉, 기차봉과 연결되어 호명산에 이른다. 예부터 이 산은 산림이 울창하고 사람들의 왕래가 적었을 때 호랑이가 많이 서식해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온다고 하여 호명산(虎鳴山)이라 했다고 한다. 호명산 주변의 지명들은 여러 가지로 호랑이와 관련이 많다. 호명산 정상에서 장자터 고개로 가는 중간에 있는 619m 봉우리는 ‘아갈바위봉’(기차봉)으로도 불리는데 이는 ‘범아가리’에서 온 이름이고, 그 방향으로 오른쪽 호명리에서 장자터 고개까지의 계곡은 ‘범울이’계곡이다. 그 계곡건너입구에 ‘범울이’라는 마을이 지금도 있고, 현재 호명리라는 이름 자체도 예전에는 ‘범우리’라고 불리다가 한자 이름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높이 1000m도 안 되는 산에 무슨 호랑이가 살았을까’할지 모르지만 지금도 한북정맥의 지맥을 통해 우리국토의 등줄기로 이어지는 호명산 능선길을 걷다보면 이름의 유래가 실감나기도 한다. 남쪽으로 청평댐과 청평호를 내려다보는 호명산은 물(水)과도 인연이 깊은 산이다. 산의 서쪽인 청평역 방면으로는 명지산에서 시작하는, 물살이 급해 종종 물놀이객의 사고가 발생하는 조종천이 감싸고 흐른다. 장자터 고개 너머에는 국내 최초의 양수식 발전소를 위해 조성된 인공 산정(山頂) 호수인 호명호(虎鳴湖)가 있다. 또 호명호 전력 홍보관에서 동쪽을 보면, 경기도와 강원도를 가르며 가평을 경유해 내려오는 북한강줄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호명산 자체가 물에 둘러싸이고 물을 머리에 이고 있는 셈이다. 또한 역사적 고증에 의하면 사방이 확 트여 조망이 좋아 봉화대를 설치, 운용해 군사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전해지는 산이다. 정상에서는 조종천과 북한강이 보이고 멀리 가평군과 연천의 북쪽에 화악산, 명지산, 운악산이 펼쳐져 있고, 남동쪽 용문산 남쪽방향으로는 뾰루봉, 화야산 서쪽 주금산, 축령산 등을 조망할 수 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 진교중 (산악인)


50m. 호명산 초입에서 측정한 해발고도다. 경기도의 산은 대부분 해발 50~100m에서 등산을 시작해서 가파르게 치닫고 올라간다. 강원도의 산은 대부분이 해발 500~600m에서 산을 오르기 시작하는 반면, 경기도의 산들은 대부분 평야지대 또는 낮은 구릉과 하천을 중심으로 산 지맥이 발달한 경우가 많아서 낮은 지점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그래서 경기도의 산오르기는 강원도의 산 못지 않게 힘들고 가파르다. 물론 산은 어느 산이나 분명 초반에 힘이 들고 숨이 차오르는 것이 사실이다. 호명산도 결코 예외가 아니어서 초반부터 호명산 정상에 오르는 1코스로 올라서면 숨이 가파르고 장단지에 힘이 절로 들어간다. 이틀 전 대설주의보가 내려져 호명산에 멋진 설경이 펼쳐질 것을 기대하며, 이른 아침 경춘선 기차를 타고 청평역에 내려섰다. 하늘은 약간 찌푸려 있지만 바람이 많지 않아 산 능선 추위는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호명산은 청량리역에서 경춘선을 타고 청평역까지는 1시간 10분, 청평역에서 호명산 1코스 초입에 이르기까지는 불과 10여 분 소요되어 수도권에서 접근하기가 아주 좋다. 특히 호명산 정상에서 호명호수에 이르는 능선은 강원도의 심산유곡과 다를 바 없고 청평호반과 조종천이 흐르는 멋진 풍광과 함께 사람이 많지 않아 호젓한 산행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호명산을 사랑하는 사람’의 소박한 마음

청평역과 돌다리.
청평역과 돌다리.  ⓒ 진교중 (산악인)


청평역에서 조종천을 끼고 청명유원지로 들어가다 보면 하천을 건너는 콘크리트블록이 점점 이 이어져 있다. 그 블록형 다리를 건너면 건너편에 방갈로 단지가 보이며 그 입구에 들머리가 있다. 여름 한철 수량이 늘어나면 이 다리로 건널 수 없는데, 이 경우 조종천을 500m 정도 더 거슬러 올라가 만나는 기차철교로 건너서 다시 청명유원지 방향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산행입구에는 마땅한 표지판이나 이정표가 없이 자칭 ‘호명산을 사랑하는 사람’이 소박하게 붙여 놓은 나무표지판이 있을 뿐이다. 산들머리에서 계곡을 따라 20여분 오르다보면 수도꼭지로 틀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샘터가 나온다. 수도꼭지에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을 만큼 물이 차고 맛이 좋다. 다시 10여 분 오르다보면 전망대와 간이 체육시설이 설치된 휴게터가 나오는데 여기가 잠시 땀을 식히면서 청평댐을 조망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청평호반과 댐의 눈과 얼음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덮인 시원한 조망은 올라오며 흘린 땀을 식히기에 충분하다. 여기에서부터 30여분 오르는 정상까지의 길은 조금 가파르다. 눈으로 덮인 아주 가파른 길은 로프를 걸어 놓아 산행을 도와준다. 눈 덮인 산행길이라 평소보다 시간이 더 걸리지만 들입목에서 넉넉히 한 시간 반이면 호명산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 올라서면 길다란 능선을 따라 북동쪽으로 호명호수가 보이며, 사방이 탁 트인 조망을 자랑한다. 남쪽으로 청평댐 건너 화야산의 뾰루봉이 지척에 서있고, 그 너머 용문산이 머리를 드러낸다. 서북쪽으로는 깃대봉 축령산 서리산이, 북쪽으로는 청우산 대금산 매봉산 줄기와 그 너머 명지산과 화악산, 국망봉 등 경기도의 고봉들도 눈에 들어온다. 이처럼 조망이 좋아 예전엔 이곳에 봉화터도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하는데 그 흔적을 찾을 수는 없다. 정상에는 ‘호명산을 사랑하는 사람’이 설치해 놓은 호명산 산행 방명록 철제함이 있다. 어느 산에서도 보지 못한 이색적인 풍광이다. 재미있는 마음에 철제함 뚜껑을 열었더니 방명록과 필기구, 호명산 안내도가 함께 있다. 방명록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소감을 적으며 산행을 기념하고 있었다. 산객들이 서서히 하나둘씩 올라오고 있다. 다들 나이가 지긋한 초로의 등산객들이다. 그중 칠순이 넘은 한 분은 동생과 함께 산에 올랐다며 “내가 50대에만 산을 알았더라도 훨씬 더 많은 산을 가 보았을 텐데, 육십이 넘어서 산을 알아 더 많은 산을 가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안타깝다”며 “오늘은 기어이 호명호수까지 가려 한다”고했다. 산은 칠순나이도 청춘으로 만든다. - TIP 1 호명산 산행 코스와 가는 길 가장 일반적인 산행 코스로는 제1코스로 접어들어 가파른 능선으로 한 시간 반 정도 오르면 호명산 정상에 다다르며 그 인근의 멋진 조망을 만끽할 수 있다. 산행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호명산 정상에서 기차봉(아갈바위봉)을 거쳐 주발봉 방향으로 2시간가량 산행을 하면 백두산 천지를 연상케 하는 고요하고 아름다운 호명호수를 둘러보고 다시 한 시간 반 정도 내리막인 큰골 능선을 거쳐 총 5시간 정도면 상천역 46번 경춘국도로 하산할 수 있다. 거꾸로 겨울을 제외한 봄, 여름, 가을에는 청평터미널에서 호명호수까지 버스를 타고 올라가서 호명호수-기차봉-호명산 정상-청평댐전망대-청명유원지-청평역-청평터미널(제1코스 방향)로 약 3시간 쉽게 마칠 수 있는 코스로 등산을 하기도 한다. 마직이마을을 거치는 제2코스의 우무내골(감로사) 계곡 쪽으로는 물이 많이 흐르는 여름철계곡 산행이 특히 좋으며, 청평댐 안쪽의 제3코스 호명리∙범울이 코스는 일반적으로 평범하지만 상천역 코스(큰골능선)와 마찬가지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산행을 시작하고 마치면 청평 방면으로 갈 수 있다. - 등산 코스 제1코스 : 청평역→청명유원지→호명산 정상→기차봉 전망대→호명호수→상천역(9.39km, 5시간) 제2코스 : 마직이마을→대성사→호명산 정상→기차봉 전망대→호명호수(5.5km, 3시간 30분) 제3코스 : 호명리→범울이계곡→장자터고개→호명산 정상→호명리(9.4km, 5시간) - 대중교통 동서울종합터미널(지하철 2호선)이나 상봉터미널(지하철 7호선)에서 청평행 버스 이용, 청평터미널에서 도보로 10분 이동(제1코스) 청량리역(지하철 1호선)에서 춘천행 기차 이용해 청평역에서 하차, 도보로 10분 이동(제1코스) 청평터미널에서 고성리 방면 버스 이용해 호명리에서 하차(제3코스) - 자가용 구리시 46번 국도→신청평대교→청평댐 지나 391번 지방도→청평리, 호명리 - 여행안내 경기종합관광안내 031-1330, 상봉터미널 02-323-5885, 가평군 산림공원과 031-580-2341, 청평시외버스터미널 031-584-0239, 동서울종합터미널 02-446-8000, 청평역 031-584-0012 정상에서 호명호수까지는 여유로운 능선 호명산 정상석을 뒤로하고 기차봉을 거쳐 호명호수 방향으로 능선을 타기 시작했다. 호명산 산행의 백미는 능선을 따라 좌우측으로 펼쳐지는 경치가 볼만하고, 우측으로는 시원하게 뚫린 경춘고속도로가 뻗어 있고 좌측으로는 북한강이 굽이치고 있어 산행이 즐겁다. 사방으로 탁 트인 호명산의 조망은 남쪽으로는 유명산이 우뚝 솟아 있고, 서쪽 저 멀리에는 북한산 봉우리가 보인다. 바로 강 건너에는 화야산봉우리가 손에 잡힐 듯 솟아 있고, 동서방향으로는 축령산, 서리산, 주금산으로 이어지는 산맥이 굽이치며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북쪽으로는 땀 흘리며 걸어온 능선이 발아래 누워있고 그 너머에는 도립공원인 명지산과 연인산이 당당하게 서 있다. 높지는 않지만 결코 낮지도 않은 호명산은 초입의 오르막길 고생을 마치면 무척 여유로운 능선산행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호명호수 주위의 전나무 숲.
호명호수 주위의 전나무 숲.  ⓒ 진교중 (산악인)


오르는 길이 다양하고 능선을 따라난 아름드리 소나무의 운치, 백설이 나무를 휘감은 모습, 가을이면 피어날 이름 모를 수많은 버섯, 그리고 호명산에서 호명호수까지 3km가 넘는 능선에 넘쳐나는 야생화와 초목이 아름답다. 눈이 소복이 쌓인 능선을 한동안 지나서 아갈바위봉을 지나 장자터 고개에 다 다르면 철망으로 가려 놓은 문이 나온다. 이 문을 돌아 수리봉으로 오르면 그 너머에 호명호수가 나온다. 정상을 깎아 만든 하늘호수, 산정상 부근에서 갑자기 눈앞에 펼쳐지는 꽤 큰 호수를 만나니 역시 감동이 색다르다. 널찍한 수면이 나오고 지금은 얼었지만, 그 수면위에 대형오리 한 쌍이 노닐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조성된 이 인공호수는 그동안 일반 등반객의 접근을 막지는 않았지만 최근주변을 새로 정비해 개장했다. 호명호수건너편으로 주발봉까지 3km가 이어지며 주위능선을 따라 곳곳에 핀 야생화와 각양각색의 버섯을 관찰하는 재미도 색다르며, 팔각정에서 내려다보는 청평호반의 경관 또한 그림 같다.

호명산 능선.
호명산 능선.  ⓒ 진교중 (산악인)


하산 코스는 상천역 방향을 택했다. 전망대에서 조각공원 방향으로 내려오면 큰골능선 코스를 통해 하산할 수 있다. 코스는 비교적 가파른 편이다. 청평역에서 출발해 상천역으로 내려오는 이 코스가 호명산-호명호를 만끽할 수 있는 최적의 코스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경춘선 간이역 인상천역은 지난해 8월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기차가 서지 않는 역이 되어 청평-상천 간 셔틀버스로 갈아타거나 정류장에서 1330-2번 버스를 타고 청평역에 내려 기차로 갈아타고 와서 청량리로 귀경하면 된다. 호명산은 주요 코스와 갈림길에 가평군에서 이정표와 안내지도를 만들어놓았지만, 그 옆에 누군가 개인적으로 만든 것이 분명한 기차·버스시간표, 산과 코스에 대한 상세한 설명서가 덧붙어있다. ‘호명산을 사랑하는 사람’을 자처하는 이 고마운 사람은 가평이 고향으로 지금도 안전유원지에 거주하는 장인길(58)씨다. 그는 수백 번 오른 호명산이 좋아 이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도 나처럼 산을 사랑하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 TIP 2 호명산 주위 명소

1. 청평댐 2. 눈 덮인 미로공원.
1. 청평댐 2. 눈 덮인 미로공원.  ⓒ 진교중 (산악인)


청평댐: 청평댐은 춘천 의암댐과 덕소의 팔당댐 중간에 위치한 댐이다. 1944년 일제강점기에 완공되어 오늘에까지 이르러 7만9600kW의 수력발전소로서 전력 생산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으며, 장마철에는 북한강의 수위 조절, 서울과 일부 수도권 지역에서 사용하는 식수원을 조달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댐이다. 청평호반: 가평군 8경 중 제1경으로 호수 주변이 아름답고 각종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는 곳이며, 유명한 매운탕집과 카페가 있어 미식가들과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 국내 수상레저의 메카답게 이곳 가평은 각종 수상레저스포츠 국가대표들을 다수 배출해낸 곳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경치 좋고 호수가 잘 보이는 곳에 고급 펜션들이 많이 지어져 이곳을 찾는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다. 또한 청평호반을 둘러싸고 있는 37번국도 호명리와 가평 방면으로 연결돼 있는391번 도로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잘 알려져 있다. 호명호수: 가평군 8경 중 제2경으로, 호명산 정상에 위치한 호명호수는 봄에는 푸르름, 여름에는 싱싱함, 가을에는 부드러움을 가진 인공호수로 신비와 장엄함을 느낄 수 있는 관광명소다. 호명호수는 우리나라 최초로 건설된 순 양수식(揚水式) 친환경발전소의 상부저수지로 15만㎡(4만5000평)의 면적에 267만7000t의 저수량을 지녀 백두산 천지를 연상시킨다. 가평읍에 위치한 한국남부발전 청평양수발전소는 전력 수요가 낮은 심야시간에 청평호의 물을 호명호수로 퍼올려 저장했다가 전력수요가 높은 낮 시간에 발전하는 수력발전소다. 청평양수발전소는400(200㎿×2기)의 용량을 가진 친환경발전소로 1980년 4월 준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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